공정위, 9개 사업자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53억원 부과 

[이투뉴스] 액화탄산가스 입찰과정에 짬짜미가 드러난 제조사업자들에게 철퇴가 내려졌다. 산업 전반에 걸쳐 필수부자재 또는 식품첨가제로 활용되는 액화탄산가스 입찰·판매시장에서 그동안 암암리에 진행되어온 담합을 최초로 적발하고 제재를 내린 것이다. 

액화탄산가스는 무색무취의 이산화탄소(CO2)를 액화(液化)시킨 제품으로, 선박건조·자동차 제조·건설현장에서 용접용, 맥주·탄산음료 등 생산과정에서 식품첨가제, 병원에서 의료용이나 반도체 세정용으로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널리 사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조선사들이 실시한 선박 용접용 액화탄산가스 구매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 및 투찰가격 등을 담합하고, 충전소들에게 공급하는 액화탄산가스의 판매가격·물량을 담합한 액화탄산가스 제조사업자들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53억3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덕양, 동광화학, 선도화학, 신비오켐, 에스케이머티리얼즈리뉴텍, 유진화학, 창신가스, 창신화학, 태경케미컬 등 9곳이다. 에스케이머티리얼즈리뉴텍 및 태경케미컬의 경우 이 사건 법위반 당시 상호는 한유케미컬 및 태경화학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4개 조선사를 대상으로 액화탄산 구매 입찰 및 물량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6년 당시 전 세계적인 조선업 경기불황으로 선박 용접용 액화탄산 수요는 급감했는데 일부 충전소들까지 조선사 액화탄산 구매입찰에 저가 투찰하여 낙찰 받는 등 액화탄산 제조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었다. 4개 조선사 액화탄산 구매 낙찰가는 2015년 ㎏당 154.5원에서 2016년 116.0원으로 약 24.9%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17년 6월경 덕양, 동광화학, 선도화학, 신비오켐, 에스케이머티리얼즈리뉴텍, 창신가스, 태경케미컬 등 7개 액화탄산 제조사들은 탄산조합 사무실에서 영업책임자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향후 4개 조선사가 실시하는 액화탄소 구매입찰에서 투찰가격은 최소 ㎏당 165원, 낙찰예정자는 충전소(비제조사)를 배제하고 제조사들로 한정하며, 필요 시 상호 액화탄산 물량을 배분하기로 합의를 이뤘다.

그 결과 2017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4개 조선사가 실시한 총 계약금액 약 144억원 규모의 액화탄산 구매입찰 6건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로 합의해 둔 사업자들이 모두 낙찰을 받았다. 담합기간에 평균 낙찰가는 ㎏당 169원으로 담합 이전 2016년 116원에 비해 약 45.7%나 상승했다. 

충전소에 공급하는 액화탄산 판매가격 담합도 드러났다. 액화탄산 제조사들이 2017년 6월 합의한 대로 조선사 액화탄산 구매입찰에서 제조사인 자신들만 낙찰받기 위해서는 충전소에 공급하는 액화탄산 판매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여 충전소들이 해당 입찰에 참여할 경제적 유인을 제거할 필요성이 높기 때문이다.

◆충전소 공급 액화탄산 판매가격 담합도 적발
액화탄산을 직접 제조하지 않는 충전소들은 제조사들로부터 액화탄산을 구매하여 입찰에 참여하는데, 액화탄산 구매단가가 높아지면 원가부담 때문에 저가 투찰 등 경쟁이 제한된다. 

이번에 적발된 9개 액화탄산 제조사들은 조선사가 발주하는 액화탄산 입찰 때마다 투찰하기로 합의해 둔 가격이 운송비 포함 최소 ㎏당 165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2017년 9월부터 충전소 대상 액화탄산 판매가격을 최소 165원(운송비 미포함)에서 최대 185원(운송비 포함)으로 인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합의로 4개 조선사가 발주하는 액화탄산 구매입찰에서 해당 제조사들이 모두 낙찰자로 선정된 것은 물론, 이들 사업자들이 충전소에 공급한 액화탄산 판매가격은 담합 이전 평균 ㎏당 139.9원에서 담합 기간에는 평균 173.3원으로 약 23.9% 올랐다.
    
또한 4개 다원화충전소에 공급하는 액화탄산 물량도 담합이 드러났다. 다원화충전소는 2개 이상의 액화탄산 제조사들로부터 액화탄산을 구매하는 규모가 큰 충전소로 인천, 경기 광주, 충남 천안, 충남 당진 등 전국 4곳에 소재하고 있다. 

이들이 담합에 나선 것은 2017년 9월부터 액화탄산 판매가격이 일제히 상승하자 구매물량이 많은 다원화충전소들이 액화탄산 제조사별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필요시 거래처를 변경하겠다고 통지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면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4개 다원화충전소와 거래하는 덕양, 선도화학, 유진화학 및 태경케미컬 등 4개 액화탄산 제조사들은 서로 판매가격 경쟁을 하지 않고도 액화탄산 거래물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이후 2017년 10월경 덕양, 선도화학, 유진화학 및 태경케미컬 등 4개 액화탄산 제조사들은 다원화충전소에 판매하는 물량을 자신들의 과거 판매량을 기준으로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특정 다원화충전소에 대해 당초 합의한 물량배분 비율을 초과하여 판매한 제조사는 그 비율에 미달하여 판매한 제조사로부터 미달물량을 충전소 대신 구매해주는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했다.

이러한 담합을 통해 4개 액화탄산 제조사들은 다원화충전소들이 액화탄산 제조사들의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하여 시도한 구매물량 변경 및 거래처 전환 등에 구애받지 않고 담합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판매물량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담합이 확인되면서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1호, 제3호 및 제8호에 의거해 9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총 53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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