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과 가격상승에 여론도 오락가락

[이투뉴스] 세계적인 에너지 수급위기속에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재점화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이 원전수명 연장에 나서고 있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연기했던 건설사업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은 "올해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화석연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여러 국가들이 전력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미국 행정부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자력이 지구촌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고 에너지안보를 지키는데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IEA는 최근 전기차 사용 확대와 수소·암모니아 생산, 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을 위해 원자력이 2050년까지 2배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아시아·태평양에서의 원자력 비중은 5%이며, 오는 2030년 8%로 증가할 전망이다. 

◆여론 바뀐 아시아-태평양

일본에서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터져 이 지역 대중의 거부감은 여전히 높다. 그러나 지난 6월 기록적인 무더위로 전력수요가 치솟으면서 전력수급 문제가 발생하고 에너지가격과 전기료까지 치솟자 여론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일본은 올겨울 전력 부족을 피하기 위해 9개 이상의 원자로의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7월 초 일본 상원 선거에서 친원자력 성향의 자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후 고이치 하기우다 산업부 장관이 원전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은 원전 7기(7080MW)를 운영하고 3기는 보수를 위해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더 엄격해진 안전 기준에 따라 많은 원자로들이 재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작년 3월 기준 전력믹스 가운데 원자력은 3.9%를 차지했으나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이를 22%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은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원자력 설치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중국은 원자로 53기, 54.65GW의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사업 승인이 늦춰져 2020년 설치 목표였던 58GW에 약간 못미쳤다. 

2020년 중국은 2025년까지 매해 6~8기 원자로를 건설해 용량을 70GW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2.28GW의 용량을 추가했다. 중국 정부는 올초 3기 신규 원자로 사업을 승인했다. 

인도의 원자력 비중은 3%이다. 원자력 산업은 해외 투자 부족과 안전을 우려한 반대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인도는 향후 4년간 최소 81개 석탄화력을 줄인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전력 부족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3위인 인도는 올해 녹색에너지 목표치를 37% 채우지 못했다. 

필리핀은 석탄화력 폐쇄에 대비해 원자력 발전으로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로 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은 에너지믹스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현 대통령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원자력 발전을 에너지믹스에 추가하는데 열려있다고 밝혔다. 

응우엔 홍 디엔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은 최근 "원자력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트렌드”라고 말하고 원전 건설을 시사했다. 베트남의 최초 2기 건설계획은 후쿠시마 이후 2016년 보류됐다. 당시 베트남은 러시아 로사톰과 일본 아토믹파워를 사업자로 선정했었다. 

한국 정부도 원전비중은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울 3,4호기 등 2기 원자로 건설을 재개할 방침이다. 현재 24기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고, 4기가 조만간 완공될 예정이다. 

◆유럽조차 원자력 카드 다시 꺼내

프랑스 정부는 민영화했던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운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성사되면 유럽내에서 가장 큰 원자력 발전사 운영권을 갖게 된다. 프랑스 정부는 EDF 국유화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한다.

프랑스는 보통 여름철에 전력을 수출했지만 현재는 부족해 스페인과 스위스, 독일, 영국 등에서 전력을 수입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남동부에 사이즈웰C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승인했다. 이 발전소는 3.2GW급으로 EDF가 가장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EDF는 사업에 대한 자금 투자를 놓고 정부와 논의할 계획이며, 내년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남아 있는 3개 원전의 수명연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러시아산 가스수입 축소로 여론의 원자력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3기는 올해 1분기 독일 전력생산량의 6%를 차지했다.

벨기에는 원전수명을 10년 연장하기 위해 프랑스 전력사 엔지(Engie)와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벨기에 정부는 천연가스 사용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핀란드 컨소시엄사 페노보이마는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과 지난 5월 원전건설 계약을 취소했다. 

◆북미서는 고전하는 원자력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다. 10년 전 104기에서 현재 92기로 숫자는 줄었다. 발전소 관리유지비 상승과 풍부한 재생에너지 및 천연가스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최근에 미시건주에서 폐쇄된 발전소는 800MW급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60억 달러 보조금 사업인 민간 원자력 신용 프로그램(Civil Nuclear Credit, CNC)을 지원해 수명을 연장하려고 했으나 불발됐다. 2025년 폐지키로 한 캘리포니아 2.2GW 디아블로 캐넌 원전의 수명연장 여부는 불분명하다.  

미국 상원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법안은 차세대 원전사업에 자극이 될 전망이다. 이 법안은 ‘배출제로’ 세금 공제 대상에 현존 원전을 무탄소전원으로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7억달러를 차세대 원자로 연료 제조에 투입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상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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