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업허가→환경영향평가→건설용량順 증량
"발전소 이용률 더 떨어뜨리고 총량관리에 구멍"

▲발전사들이 애초 발전사업허가용량보다 설비용량을 키워 발전소를 건설하는 일명 '뻥튀기'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미쓰비씨가 생산한 가스터빈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미쓰비씨
▲발전사들이 애초 발전사업허가용량보다 설비용량을 키워 발전소를 건설하는 일명 '뻥튀기'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미쓰비씨가 생산한 가스터빈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미쓰비씨

[이투뉴스] 전력수급계획 등을 통해 신설이 확정된 화력발전소들이 최초 허가용량보다 설비용량을 키워 발전소를 짓는 이른바 ‘묻지마 뻥튀기’ 건설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설비용량을 키우면 그만큼 전력시장에서 더 많은 매전수익과 용량요금(CP)을 챙길 수 있어서다. 필요이상의 설비 추가 진입은 기존 설비 가동률을 떨어뜨리고 정부차원의 총량관리에도 혼선을 초래한다.

14일 본지가 현재 건설 중이거나 조만간 착공하는 신규 화력발전소 발전사업 허가용량과 환경영향평가 시 설비용량, 실제 건설(예정) 설비용량 현황 등을 비교해 봤더니, 이런 방식의 일명 ‘설비용량 뻥튀기’는 주로 8~9차 전력수급계획 때 연료를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변경했거나 폐지되는 석탄발전소를 대체해 건설이 확정된 가스발전소에서 민간·공기업을 불문하고 횡행하고 있다.

우선 SK가스가 올해 착공한 울산지피에스복합은 애초 970MW로 발전사업허가를 받았으나 한차례 용량변경을 통해 설비용량을 1122MW로 키운데 이어 환경영향평가 때 발전용량을 1234MW로 추가 증량했다. 또 발전사 측이 전력당국에 최근 정례 보고한 건설현황 시설용량은 기준온도 15℃ 기준(봄·가을에 해당) 1236MW에 달한다. 최초보다 설비용량을 300MW 가까이 키운 셈이다.

울산지피에스 ‘용량 늘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뿌리가 같은 동서발전 음성천연가스발전소 건설사업을 비교해보면 이해가 쉽다. 두 사업은 당진에 짓기로 했던 석탄화력(당진에코파워)을 포기하는 대신 8차 전력계획 때 용량증설과 발전사업지 이원화를 허가받았다. 하지만 음성천연가스발전소의 허가용량과 환경영향평가용량, 건설용량은 1122MW로 모두 같다.

한 가스발전사 관계자는 “기준온도에 따라 복합화력 출력이 달라지는 건 맞지만, 발전사업 허가용량과 환경영향평가, 실제 건설용량이 제각각이란 건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면서 “기준온도 15℃에서 설비량이 1236MW라는 건 온도가 더 낮은 겨울의 출력은 1300MW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구도 이 발전소 설비용량을 1122MW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전 발전자회사의 신설 가스발전소들도 용량 키우기에 합류하고 있다. 서부발전이 8차 전력계획에서 태안화력 1호기 대체 발전소로 건설을 확정한 구미천연가스의 사업허가용량은 501MW다. 하지만 작년 9월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상 설비용량은 587MW로 86MW 커졌다. 서부발전은 현재 600MW이상 출력을 낼 수 있는 미쓰비시 주기기(가스터빈) 도입을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부발전이 보령 6호기(석탄) 대체발전소로 건설 예정인 함안 천연가스발전소도 마찬가지다. 이 발전소의 사업허가용량은 500MW이지만, 한국종합기술이 수행하는 환경영향평가 작업상 설비용량은 550MW로 적시돼 있다. 업계는 서부발전의 구미복합처럼 최종 설비용량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남동발전 삼천포천연가스(1120MW)도 유사한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발전사들이 신설발전소 용량키우기에 뛰어드는 배경은 발전수익 때문이다. 최신발전소를 크게 지으면, 기존발전소보다 효율이 높아 급전순위 상단에서 설비용량대로 발전량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다 입찰한 설비용량대로 지급받는 용량요금(kW기준)도 더 받는다. 발전사업 허가용량의 10%이내 증설은 개의치 않는 전기사업법 시행규칙과 설비용량 기준이 모호한 환경영향평가의 틈새를 노린 시도다.

전문가들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의 무관심과 부처간 불통이 발전설비 비효율과 총량관리 구멍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설 발전소마다 용량키우기에 나설 경우 전력계획에서 산정한 필요용량보다 많은 설비가 시장에 유입돼 예비율을 높아지고 기존 발전기들의 급전기회를 박탈하는 한편 한전의 용량요금 부담을 늘려 결국 전기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발전설비 전문가는 "그렇지 않아도 건설한지 10년도 안된 새 발전소들 이용률이 바닥인데, 신규 건설 발전소가 용량을 키워 진입하면 멀쩡한발전소 이용률만 더 떨어질 것"이라며 "산업부와 환경부의 대화부재가 발전사들의 편법을 조장하고 있다. 전력거래소가 환경부에 입찰용량을 전달해 인·허가랑 다른 사항이 있는지 모니터링만해도 이런 문제를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전사 관계자는 "모든 기준을 발전사업 허가용량으로 통일해야 하는데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보니 사실상 고무줄 기준이 됐고 그조차 대정부 로비 대상이 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두 부처가 실태조사를 벌여 기준을 제대로 정비하고, 전기위원회도 허가 및 변경허가 과정의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설정해 더이상 꼼수가 통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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