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동맹 17일 SK서린사옥서 도입 촉구 집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횡재세 법안 발의 준비

▲하나둘셋넷
▲17일 시민단체 기후정의연대가 SK서린빌딩 앞에서 '횡재세' 도입 촉구 집회를 열고, 에너지정의가 실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투뉴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가 정제마진 확대로 상반기에만 12조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인 가운데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가 '초과이윤세(Windfall Profit Tax)'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과이윤세는 예상치 못한 큰 이익을 거둔 기업으로부터 일반적인 소득세 외에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세금으로 국내에서는 흔히 '횡재세'로 불린다.

시민사회단체 기후정의동맹은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최근 유가폭등으로 폭리를 누린 정유사와 민간발전사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집회를 열었다. SK이노베이션이 정유업계 맏형격인 만큼 업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국내 정유업계는 최근 고유가가 지속됨에 따라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올 상반기 정유4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12조3203억원으로 반기 만에 지난 한해 영업익 7조2333억원을 뛰어 넘은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이 3조9783억원으로 제일 많았고, GS칼텍스(3조2133억원), 에쓰오일(3조539억원), 현대오일뱅크(2조748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날 집회에서 이현정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국내 4대 정유사의 매출 상승은 기업 노력이 아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발생한 유가 상승의 결과"라면서 "정유사들의 이 같은 역대급 실적은 우연한 횡재와 기회주의적 탐욕에서 기인했다"고 꼬집었다. 

그 근거 중 하나로 정유사가 정부의 유류세 인하정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현정 집행위원은 "최근 정부는 유가안정을 위해 약 4조원의 세수를 포기하고 유류세를 인하했으나, 실제 가격에 반영한 것은 그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정부는 배럴당 182원 유류세 인하를 조치했으나, 실제 소비자 가격에는 69원만이 인하됐다. 인하된 세금마저도 마진에 반영해 폭리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횡재세 도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후정의동맹에 따르면 영국은 현재 석유·가스기업의 이윤 25%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10% 초과이윤을 거둔 석유기업에 대해 세금 21%를 추가로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 집행위원은 "화석연료산업으로 누린 폭리는 온실가스 배출과 서민의 경제적 타격을 입히는 등 심각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한다. 이에 대한 환수 조치는 정당하며, 횡재세 도입으로 에너지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군소정당도 힘을 보태고 있다. 같은 날 박태우 진보당 정책국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들은 최근 기후재난과 비싼 기름값, 전기요금 등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 등 기업들은 '실적잔치'에 불로소득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면서 "온실가스 펑펑 쓰는 기후위기 주범이 막대한 폭리까지 취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 횡재세 도입이 시급한 이유"라고 말했다. 

횡재세 법안 발의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초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정유4사와 16개 은행에 대해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일명 한국판 횡재세 법안 발의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기업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이윤을 거둔 것인데, 왜 정유업계에만 날선 기준을 내밀고 있느냐는 것이다. 또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가 초과이윤세를 걷고 있는 것은 사업구조를 잘못 이해한 지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원유를 시추하고 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 영역이기 때문에 원유를 수입해 가공‧정제하는 국내 정유사와 사업구조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한편 기후정의동맹은 지난달 12일부터 시민캠페인 플랫폼 '빠띠'에서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는 온라인 1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오는 24일에는 민주노총 및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와 '민자발전사와 정유사 초과이윤,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도 연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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