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미수금 누적 5조원 넘어 정부 10월 인상폭 고심
물가 감안 공공요금 조정 한계…용도별 왜곡 심화 우려도

▲LNG가격과 환율까지 고공비행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원료비를 제때 반영하지 못해 누적된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정부가 10월 도시가스요금 인상폭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LNG가격과 환율까지 고공비행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원료비를 제때 반영하지 못해 누적된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정부가 10월 도시가스요금 인상폭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투뉴스] 지난 7월, 21개월 만에 민수용(주택용, 일반용) 도시가스요금이 평균 7.3% 인상된데 이어 오는 10월 또 다시 중폭 이상의 도시가스요금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정산단가 인상을 예고한데 더해 도시가스 원료인 LNG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다 원·달러 환율도 1340원대 안팎에 머무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뜩이나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로 허덕이는 국민의 삶을 고려할 경우 조정폭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도시가스요금 인상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공공요금을 큰 폭으로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수용, 발전용, 산업용 등 용도별 간극이 더 벌어져 용도별 왜곡현상을 심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20년 7월 이후 2년 만인 올해 7월에 민수용이 인상된 게 이를 방증한다. 그만큼 산업용 등과의 간극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가 10월 도시가스 요금 인상폭을 놓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압박이 우려되지만 정산단가 적용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0월에 정산단가를 인상하면서 원료비에 연동되는 기준원료비도 함께 올린다는 것이다. 

도시가스요금은 발전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단가인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와 도소매 공급업자의 공급비용 및 투자보수를 합한 '도·소매 공급비'로 구성된다. 정산단가는 지난 5월 MJ 당 0원에서 1.23원으로 오르고, 7월 1.23원에서 1.90원으로 0.67원 오른데 이어 오는 10월에는 1.90원에서 2.30원으로 0.4원 더 오르는 것으로 확정되어 있다. 

문제는 순차적으로 정산단가를 부과해 그동안의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을 환수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급등한 LNG가격으로 누적 미수금이 5조1000억원에 달할 그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다. 예고한대로 MJ 당 0.4원의 정산단가 반영만으로는 미수금 해소라는 당초의 목적을 이룰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1Mbtu당 1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1년 전보다 150% 이상 오른 가격으로,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이 10달러를 초과한 것은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이 반복적으로 축소 또는 중단되면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제LNG가격 지표인 동북아 천연가스 현물가격지표(JKM)는 지난 18~19일 57.6달러로, 지난 5월의 21.95달러 보다 2.5배나 올랐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작년보다 10배나 올랐다. 유럽 각국이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배급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6월 이후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것은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냉방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러시아산 가스 공급 불안 및 노르웨이의 가스설비 정비활동, 폭염으로 풍력·수력·원자력·석탄의 발전이 줄어들면서 천연가스 공급이 한층 타이트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태의 심각성은 천연가스 공급 불안 리스크가 단기에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 천연가스 공급난이 미국 천연가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이다. 지난 6월 미국 텍사스주 프리포트 LNG터미널에서 발생한 화재가 복구돼 오는 11월부터 LNG 수출이 재개되면 자국 내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프리포트 LNG터미널은 미국 LNG 수출의 17%를 차지하고 수출물량 중 80%를 유럽에 공급한다. 

최근 변동폭이 큰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도시가스요금 인상을 압박하는 한 요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9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5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오는 10월 소폭의 정산단가 인상만으로는 5조1000억원 규모의 한국가스공사 미수금 해소가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진 배경이다. 산업부는 지난 7월에 도시가스요금 조정 때도 정산단가와 함께 기준원료비도 인상했다. 최근 급등세를 나타내는 LNG가격을 고려하면 현재 기준원료비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물가와 전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한 만큼 산업부와 기재부의 현실적 행보가 어느 선까지 다다를 것인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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