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종현 선대회장, 1차혁신 통해 종합에너지사 발돋움
현 최태원 회장, 배터리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2차혁신

▲고 최종현 선대회장(왼쪽)과 최태원 현 회장.
▲고 최종현 선대회장(왼쪽)과 최태원 현 회장.

[이투뉴스] "지난 SK이노베이션 60년사를 보면 사명처럼 두번의 큰 혁신이 있었다. 이를 통해 단순 정유기업에서 글로벌 그린에너지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기업가정신학회 소속 교수진은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SK이노베이션을 이렇게 평가했다. 

학회는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SK이노베이션 60년 혁신 성장 스토리'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SK이노베이션이 그린에너지‧소재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 '빅픽쳐(Big Picture)'와 '딥체인지(Deep Change)'가 있었다며, 핵심테마 10개를 분석‧발표한 자리다. 

우선 학회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미래를 내다본 덕분에 국내 정유기업이었던 유공이 SK이노베이션이라는 종합에너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빅픽쳐'를 그린 SK는 유공을 인수했음에도 정유사업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판단, 수직계열화를 완성시켰다는 것이다. 

두번째 혁신은 최태원 회장이 이어받아 이뤄냈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소재 등 비정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딥체인지' 혁신을 이뤄냈다는 설명이다. 

이춘우 기업가정신학회장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강조한 SK이노베이션의 DNA는 최태원 회장을 거쳐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면서 "이 DNA는 향후 그린 에너지‧소재기업으로 진화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정신학회 교수들이 오전 세션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기업가정신학회 교수들이 오전 세션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학회는 SK이노베이션의 지난 60년을 시기별 10개 핵심테마로 나눠 회고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김현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그간 SK의 해외 석유개발사업을 '모범적 실패관리'라고 표현했다. SK는 1980년대 두번이나 석유개발 사업에 실패했고 세번째(북예멘 마리브 광구 탐사개발)에 와서야 투자성공을 거뒀다.

김 교수는 "초기 해외 석유개발사업들이 계속 실패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할 때 경영층에선 오히려 실패를 격려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독려했다"면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는 경영층의 리더십과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표민찬 서울시립대 교수는 SK의 해외진출 성공사례로 한중 최대 경협 프로젝트 '중한석화'를 꼽았다. 중한석화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종합화학(현 SK지오센트릭)과 중국 1위 석유화학기업 시노펙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아시아 기업 최초로 중국 에틸렌 사업에 진출했다. 

표 교수는 "중국은 자국 내수시장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특히 석유화학은 국가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규제가 더욱 높은 산업"이라면서 "하지만 SK는 시노펙과 글로벌 파트너링을 맺음으로써 중국정부 및 중국기업과 생길 수 있는 갈등요소를 제거했다. 그리고 시노펙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 채 중국을 내수시장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재투자했다. 이것이 공장 가동 첫해부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라고 풀이했다.

이지환 카이스트 교수는 배터리사업을 설명하면서 SK가 국내 첫 배터리 기업임을 강조했다. 1992년 12월 유공 울산연구소가 과학기술과제 중 전기차용 첨단 축전지 개발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는데, 그 당시 유공만이 배터리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연구에 참여한 기관은 기아자동차, 자동차부품 종합연구소, 기계연구소, 연세대 등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표하는 전자, 자동차, 반도체 등 모든 산업이 오랜 준비를 통해 가능했던 것처럼 전기차 배터리 역시 어느날 갑자기 시작돼 성장가도에 올라서게 된 것이 아니"라면서 "국내 첫 배터리 기업인 SK의 혁신 성장사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략적 혜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밸류크레이션센터장은 "오늘 심포지엄은 SK이노베이션이 대혁신을 통해 발전해 왔다는 것을 인정받은 자리"라면서 "앞으로의 60년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나갈 것이며 이를 통해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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