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 원장

▲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장.
▲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장.

[이투뉴스] 한전이 중개하는 제3자 PPA와는 다른 전력시장이 뜨고 있다. 1일부터 시행한 재생에너지 직접거래 시장(직접PPA)이 바로 그것이다. 

직접PPA는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전력판매자와 전기사용자가 전력을 직거래하는 당사자 간 계약방식이다. 전력 소매시장 모두가 독점을 유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RE100 실현을 전제한 이러한 조치는 전력소매시장 경쟁도입의 첫 시험대란 차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물론 직접PPA 채택에도 이해당사자 간 이해득실이 다를 수 있다. 기업전력구매자는 사용전력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선언이 기업브랜드를 높일 수 있고, 점차 기업에 압박으로 다가올 온실가스 감축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재생에너지사업자는 재생에너지 재고 또는 생산제약, 가격 변동 등 장애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15∼20년간 장기계약을 맺고 생산된 전력을 고정가격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그럼에도 직접 PPA를 체결하면 당분간 한전의 송배전망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망 사용료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단점도 제기된다. 이미 산업용 전기요금을 통해 한전의 송배전망 사용료를 내면서도 직접 PPA체결에 포함된 사용료도 지불해야 한다면 기업들은 직접PPA체결을 망설일 수 있다. 따라서 직접PPA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주민참여형 인센티브 제공, PPA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 망 이용료를 포함한 PPA부가비용 최소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RE100의 참여가 현실화 되면서 재생에너지사업자는 현 제도하의 판매가격보다 좀더 나은 수준으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기업전력구매자는 과거보다 더욱 저렴하게 재생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상호작용하고 있다. 이번 제도가 수면위로 부상하기 시작할 때 이해당사자들이 여러가지 장애요인 해소책을 주문한 바 있다.

이들은 망 이용료로 현재 한전에 기본요금을 납부하고 있는데 또 다시 기본요금을 내는 부담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이 현 산업용 수전 전기요금보다는 비싼데 언제쯤이면 그것마저도 그리드패리티에 도달 할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을 내고 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해당전력을 의무적으로 전량 구매하도록 하는 지침에 따라 주말이나 공휴일, 설비 정비 등 일을 하지 않는 날에도 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나오고 있다.

한전의 경우 PPA관련 망 이용요금 부과와 더불어 일반 전기소비자와의 형평성 고려도 일반소비자 전기요금은 정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비용과 계통 운영관련 비용과 송배전 손실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반면, PPA전기사용자는 한전이 망 이용요금만 부과한다면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 전력수송단계가 많을수록 송배전 투자비용과 전력손실량이 커져 원가가 상승할 것이며 사용전압에 따라 망 이용원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들의 수요를 고려해 1MW를 초과하는 경우로 한정하던 전기사용자 규모를 300kW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발전량이 소비량보다 많아 남는 전기는 전력시장에 판매하고, 반대로 부족한 전기는 전력시장 또는 한전을 통해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직접PPA 제도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전력거래소가 부과하는 거래수수료를 3년간 면제하며, 중소·중견기업은 녹색프리미엄으로 조성된 재원으로 망 이용요금을 1년간 지원토록 계획했다. 일정규모 이상(20MW) 설비는 발전량 중 일부를 직접 PPA로, 나머지는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분할거래를 허용하는 개선책도 마련했다.

이런 제반 조치는 그동안 제기된 전문가들의 의견을 과감하게 수렴한 결과로 보여진다. 그렇지만 아주 민감하게 작용하는 망 이용요금을 달랑 1년간 지원할 계획으로 정하고 후속조치에 대해 언급이 없는 것은 미래전망을 어둡게는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적어도 수년 동안 망 이용료 부과면제 등 강력한 보장장치를 기대했던 이해당사자들에게 적잖은 시장혼란이 있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PPA 도입취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지만 재생에너지를 PPA로 구매할 때 과도한 특혜를 받고 있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정부의 정책신호만 믿고 중소·중견기업들이 시장진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 앞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원점에서 검토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전력구매자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한전이 겪을 수 있는 변수도 고려대상에 포함시켜 미비된 제반 규칙과 절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완비해 놓는 작업이 시급하다.

PPA시행 후 발생할 시행착오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기초인프라를 촘촘하게 구축해 첫 단추를 바로 꿰는 작업이 기회비용을 줄이고 국익에도 유리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것이 정책 안전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장 jokim@bes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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