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전기 생산 원료인 가스와 석유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으나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원가보다 저렴한 요금체계를 가진 우리나라는 전기사용량이 지난해 최고를 기록하는 웃지 못 할 현상이 벌어졌다. 

이런 전기요금 체계의 왜곡으로 한국의 1인당 전기사용량은 세계 3위 수준을 보였다. 여기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값싼 전기요금으로 5위안에 드는 등 전기요금이 현저하게 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수준은 가장 비싼 독일의 30%에 불과하다. 이웃 일본과 비교해도 40% 선. 한국전력에 따르면 작년 1인당 전기사용량은 전년보다 5.1% 증가한 1만330kWh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인당 전기사용량은 2018년 1만195kWh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2019년 1만39kWh, 2020년 9826kWh로 감소하는 듯하다가 2021년 다시 최고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도 전기사용량이 증가한 것은 시장가격이 반영되지 않는 왜곡된 전기요금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기사용량 세계 상위권 10개국을 보면 중국이 가장 많고 미국, 인도, 일본,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우리나라는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전기사용량을 인구로 나눈 1인당 전기사용량은 캐나다(1만4098kWh), 미국(1만1665kWh)에 이어 우리나라가 3위를 차지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1인당 전기사용량이 최상위권이지만 전기요금은 OECD 회원국 중 매우 저렴한 편이다. 한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MWh당 103.9달러로 34개국 중 31위. 멕시코(62.9달러), 노르웨이(82.6달러), 튀르키예(터키 102.7달러)에 이어 4번째로 낮았으며 OECD 평균(170.1달러)의 61% 수준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역시 MWh당 94.3달러로 22위이며 OECD 평균의 88% 상당이다. 이 때문에 세계 유수의 인터넷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데이터 센터(IDC)를 건설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값싼 전기요금으로 우리나라의 국부가 외국 대기업에 유출되고 있는 부작용까지 초래하고 있는 것.

값싼 전기요금은 전기 절약을 어렵게 하고 있는데다 에너지 절약 및 효율개선 사업의 기술개발을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전기요금이 저렴한데 굳이 많은 자금을 들여 효율개선사업을 시도하는 사업자가 없을 뿐 아니라 전기 다소비업체들도 선뜻 효율개선 사업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같은 자원분배의 왜곡을 막기 위해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에너지정책 중 가장 중요하다고 누누이 역설한바 있다. 한 귀로 듣고 그대로 흘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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