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1979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쓰리마일섬(TMI). 운전을 시작한 지 4개월 된 새 원전 원자로가 노심융용 사고로 녹아내렸다. 국내 원전과 같은 가압경수로형이다. 방사능 누출이 원전 부지내로 제한된 건 불행 중 다행. 오일쇼크를 원전으로 만회하려던 지미카터 행정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90여기에 달하는 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 했다. 하지만 TMI 사고는 이후 참사의 교훈이 되지 못했다. 7년 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체르노빌 원전이, 2011년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최악(레벨7) 사고를 일으켰다.

윤석열정부가 원전 비중을 높이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원안위는 노후원전 계속운전 안전성평가 보고서 제출시기를 기존 설계수명 만료일 5~2년에서 10~5년으로 바꾸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을 15일 통과시켰다. 누가봐도 조만간 운영허가가 끝나는 노후원전용이다. 문재인정부서 백지화 된 신한울 3,4호기를 하루라도 앞당겨 건설하는 작업에는 환경부까지 동원되고 있다. 물론 그런다고 원전비중이 단숨에 올라가지 않는다. 전 정부 에너지전환정책이 재생에너지 비중과 산업을 크게 바꾸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다.

걱정은 원자력 안전이다. TMI 원전사고가 터진 그해 미국 원자력산업계는 INPO(Institute of Nuclear Power Operation)라는 기구를 만들어 유사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자체 규율 강화에 나섰다. 외부 감독기관의 엄격한 관리·감독에 비할 것은 못되지만, 원전사업자 스스로 안전과 이용효율을 모두 챙겼다는 면에서 배울점은 많다. INPO는 장기간 강제로 가동 중단된 원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을 ‘WARNING FLAGS’라는 경구로 정리했다. 이를 원자력산업협회가 협회보 표지 뒷면에 고정적으로 게시하고 있다. 눈에 띄는 내용은 이렇다. 

"가동 중단된 원전에서 나타나는 경고신호는 다음과 같다. ▶자만심 ; 숫자상 성능지표들은 양호하고, 발전소 간부들은 과거 성공에 안주한다. ▶취약한 운전과 엔지니어링 ; 발전소 운전이 외적인 이슈나 제안, 다른 프로젝트에 의해 간과된다. 설계기준이 지켜지지 않는다. ▶생산위주 ; 원자력안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의사소통 과정에 강조되지 않는다. ▶자기비판 부재 ; 안전점검 조직이 제3자 시각에서 보지 못하거나 좋은소식만 전달한다. 자체진단 프로세스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고 이를 다루지도 않는다.” 빨간색 경고깃발로 바짝 다가서는 국내 원전의 안전을 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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