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국내 최대 기업이자 전력사용량이 세계 굴지의 수준인 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생산활동에 소요되는 소비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글로벌 대기업인 미국의 애플과 구글 등이 이미 RE100을 선언한데 이어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이번 선언은 다행이면서도 당연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新환경경영전략’ 선언을 통해 “전력수요가 큰 만큼 재생에너지 수급이 쉽지 않고,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여건도 불리한 상황이지만 인류 당면과제인 환경위기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향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선언은 또 2030년까지 공정가스 처리효율을 대폭 개선하고 LNG 보일러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폐열 활용과 전기열원 도입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해외 사업장의 RE100 이행은 5년내 완료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서남아와 베트남은 올해, 중남미는 2025년, 동남아 아프리카는 2027년을 각각 목표 달성시점으로 정했다.

삼성전자의 전력사용량은 연간 25.8TWh로 구글과 대만의 반도체기업 TSMC가 각각 18.2TWh, 인텔 9.4TWh, 애플 2.9TWh로 압도적으로 많다. 삼성전자의 전력사용량은 서울시 가정용 전력의 약 1.8배 수준. 이 때문에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삼성전자의 친환경 경영이 크게 주목을 받아왔다. 

삼성전자의 이번 선언을 크게 환영하면서도 시민사회는 이행 목표연도가 너무 늦다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해온 그린피스는 심각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삼성전자에 요구되는 책임과 역할에 비해 매우 미흡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반도체 부문의 감축을 지연하고 있음을 문제점으로 제기하면서 재앙적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향후 골든타임은 향후 10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2050년 목표는 너무 늦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목표시기를 잡은 것은 국내 상황이 RE100을 이행하는데 법적 제도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선언문이 “원활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사회적 공동노력이 필수”라면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공급확대와 정책적 지원을 하고 산업계는 효율 높은 재생에너지 기술개발과 보급, 시민사회는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에 대한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비근한 예로 재생에너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비율을 하향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분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상 재생에너지 목표를 21.5%로 낮춘데 따른 후속조치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으나 이같은 정책이 재생에너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구입하고 싶어도 충분한 물량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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