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립 금지로 광역소각장 신·증설 시급하나 대부분 지지부진
'최대 50만톤 여유 있는 민간소각설비 활용' 등 대안 모색해야

[이투뉴스] “불공정·불공평·부당성으로 점철된 마포구 소각장 입지 선정은 전면 백지화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과 주민들이 서울시와의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매주 반대집회를 여는 것은 물론 심지어 오세훈 서울시장 자택까지 찾아가 밀실·졸속 행정으로 점철된 소각장 입지 선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마포구 주민들은 이미 750톤 용량의 소각장이 있는 마포에 소각장을 추가로 짓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마포구는 물론 종로·중·용산·서대문 지역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 쓰레기까지 들여와 태우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얘기다. 한 주민은 “난지도 매립장과 당인리 발전소 등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온 마포에 또다시 대규모 소각장을 건설하는 것은 형평성을 떠나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처럼 광역소각장 설치를 둘러싼 민원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와 인천 모두 소각장 신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주민 반대가 거셀게 뻔한 상황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 싫어서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따라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소각장 등 폐기물처리시설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주민민원을 비롯해 예산 부족 등으로 실질적인 확충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이러한 현실을 감안, 지방선거로 신임 단체장의 임기가 시작되는 지난 7월 1일 수도권 10개 시장에 소각장 설치 촉구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쓰레기 매립은 현재의 문제를 후손에게 떠넘긴다는 점에서 피해야 할 행위다. 따라서 재사용(재활용) 및 에너지화를 통해 폐기물을 처리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발생지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시도별 여건이 달라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완전한 형평성을 보장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 연장 여부를 둘러싼 이견 역시 시도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이 이유다.

환경부를 시작으로 각 시도, 기초단체, 수도권매립지공사까지 폐기물 처리에 대한 속내가 모두 다를 정도로 협력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에서부터 환경오염 최소화, 주민불편 해소,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암동 광역소각장 신설을 방지하는 시민들이 만든 마포소각장 반대 포스터.
▲상암동 광역소각장 신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만든 마포소각장 반대 포스터.

◆진전 없는 광역소각장 증설, 차일피일 미루기만
2026년 이후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재활용 또는 소각하지 않고 매립할 경우 해당 자치단체장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수도권 민선 8기 단체장들은 생활폐기물 자체 처리를 위해선 반드시 소각장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수도권 지자체 중 소각장 설치가 필요한 시도는 처리용량이 50톤 이상 부족한 광역단체 2곳(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과 자치단체 8곳(고양시, 부천시, 안산시, 남양주시, 안양시, 화성시, 김포시, 광주시) 등 모두 10곳에 달한다. 서울시가 하루 1000톤 규모의 신규 소각장 설치에 나선 이유다.

여기에 인천광역시 역시 광역소각시설 2곳(540톤/일)을 신설하기 위해 입지선정 절차를 밟고 있지만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내 8개 시는 소각시설 5곳(1600톤/일)을 신설하고, 3곳은 증설(700톤/일)해 부족한 소각시설을 대체할 계획이다. 하지만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가 차질 없이 진행되는 지자체가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더딘 속도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지자체가 2026년 이전까지 부족한 소각장을 적기에 신설하지 않을 경우 다른 폐기물처리시설을 지을 때 국고 지원을 하지 않겠다며 강한 압박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 지자체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소각장을 지하화할 경우 사업비의 1.4배까지 지원하겠다고 독려에 나섰다. 하지만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지자체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잖다.

지자체 역시 지역주민과의 충분한 소통과 논의 없이 폐기물처리시설 신설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모양새다. 또 입지선정위원회가 구성된 지역에서도 주민을 설득하기보다 밀실에서 일을 처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불협화음만 커지고 있다. 사전에 정보가 새나가면 반대민원이 극심해져, 입지선정 절차가 틀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수도권매립지는 건설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시작된 이후 폐기물 반입량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각 시도별 별도 매립지 조성보다는 현 매립지 사용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여기에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고 폐기물 처리 경험이 많은 매립지에 광역소각장을 짓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매립지공사로선 무슨 일이든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수도권매립지 및 민간소각장 활용방안 모색해야
소각장 입지는 사실 매우 제한적이다. 아무리 오염방지설비를 강화하더라도 소각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는 만큼 거주지와 어느 정도 이격거리를 둬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각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선 집단에너지 공급용 열배관과 연계가 용이한 곳을 찾아야 한다.

서울시가 신규 광역소각장 입지를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로 잡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시는 상암소각장이 영향권역(300m이내) 내 주거지가 없고, 시유지로서 토지취득 및 도시계획시설(폐기물처리시설) 결정이 불필요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소각열을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넘겨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등 경제적 조건도 다른 후보지보다 우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막무가내다. 입지선정 과정에서부터 공정하지 못했으며, 사전협의도 전혀 없는 밀실행정이라고 비난한다. 벌써 마포소각장 백지화 소통모임을 비롯해 마포구 쓰레기소각장 저지연대 등을 결성해 광역소각장 설치를 결사반대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광역소각장이 꼭 필요한 만큼 주민과 소통을 통해 풀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전체적으로 광역소각장 신설이 요구되는 만큼 이를 지자체에 무조건 떠넘길 것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 첫 번째로 수도권매립지를 어떠한 형태로든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이뤄져도 소각재를 비롯해 불연성 폐기물 등의 매립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데다 제3 매립장만으로 2040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시도별 대체매립지를 만드는 것은 낭비라는 목소리가 크다. 다만 소각장 유치와 관련해선 매립만으로도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소각장까지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등 의견이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환경전문가는 “매립부담금을 대폭 올려 인천시와 지역주민에 더 많은 보상을 해주는 형태로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연장해야 한다”면서 “멀쩡한 매립지를 두고 많은 비용을 들여 3곳에 대체매립지를 조성하는 것은 경제성은 물론 환경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민간소각시설을 활용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내 민간소각시설은 모두 75개소로 처리능력은 하루 8589톤(연간 313만톤)에 달한다. 수도권에 위치한 민간소각시설도 27개소, 하루 2580톤(연간 94만톤)을 처리할 수 있지만, 현재 이용률은 86% 가량으로 12만9000톤이 남아돈다.

특히 폐기물소각시설의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능력의 130%까지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국적으로 연간 94만톤, 수도권은 28만톤의 폐기물 추가 소각이 가능하다. 또 환경부가 도입을 준비 중인 반입 불연물(폐토사, 돌, 고철 등) 사전선별 10%를 적용하면 수도권 처리용량이 9만4000톤 늘어 모두 50만3000톤을 추가 처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2021년 기준 수도권매립지에서 처리하는 서울시 생활폐기물은 연간 33만660톤. 따라서 수도권에 있는 민간 소각시설만으로도 서울시 생활폐기물 전량 처리는 물론 수도권 소각수요 상당부분을 충족할 수 있다. 특히 민간소각시설은 신규 설치가 아닌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민원발생 및 환경오염 최소화도 가능하다.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열에너지 역시 주변 집단에너지업체에 공급, 100% 활용한다.

민간소각업계 관계자는 “직매립 금지가 4년도 채 남지 않는 상황에서 주민민원 등을 고려하면 광역소각장 신설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제성은 물론 사회적·환경적 측면에서 볼 때 기존 민간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고 타당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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