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태백시서 영그는 '포스트 마이닝(Post Mining)'
[르포] 태백시서 영그는 '포스트 마이닝(Post Mining)'
  • 김동훈 기자
  • 승인 2022.10.1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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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산업 전성기 인구 12만명에서 현재 3만명대
한보‧함태 폐탄광, 관광지와 박물관으로 탈바꿈
폐광 후에도 계속 나오는 '갱내수' 수질정화 필수

[이투뉴스] "주목을 받는 사업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순 없다. 광해방지사업이 바로 이렇다."

쇳돌광(鑛), 해할해(害). '광해'란 광업활동으로 인해 생기는 지반침하, 광물찌꺼기, 갱내수 유출, 먼지날림, 소음진동 등의 피해를 일컫는다. 환경과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오염된 환경에서 재배된 농작물이 국민 먹거리로 전달되는 등 2차 피해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도 광해방지사업 중요성을 인지하고 힘을 쏟고 있다. 올 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광산피해의 방지 및 복구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라 제4차 광해방지기본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21.8%(지난해 9월)인 광해방지사업 복구 완료율을 2026년까지 30%로 끌어 올리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아직도 전국 5475개 휴‧폐광산 중 3330개(7181개소)에서 광산피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표 탄광도시인 강원도 태백시를 찾았다. 태백시는 탄광산업의 쇠퇴로 지역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1987년 최대 12만명에서 올 8월 4만명 선마저 무너진 3만9940명을 기록했다. '포스트 마이닝(Post Ming)' 시대를 맞아 태백시는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 둘러봤다. 

◆한보탄광, '태양의 후예' 테마파크로

▲한보탄광이 산림복구사업을 통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왔다. 전과 후를 비교하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2018년 5월 복구 중일 때와 최근 모습.
▲한보탄광이 산림복구사업을 통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왔다. 산벚나무 등 나무 만여그루를 심고 산책로를 조생했다. 2018년 5월 복구 중일 때와 최근 모습.

"갱도를 빼면 과거에 광산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힘들다. 산림복구사업으로 주변 경관을 다듬어 자연으로 다시 되돌렸다." 신준식 광해광업공단 강원지사 사업관리팀 차장이 말했다.  

태백시 통동 한보탄광은 과거 석탄을 채굴하던 민영탄광이었다. 한때 1000여명의 직원들이 연간 50만톤의 석탄을 생산했다. 1982년부터 26년간 탄을 캐내다 석탄산업 사양화와 매장량 감소 등의 이유로 2008년 10월 문을 닫았다. 전체 석탄생산량은 851만톤.

갱도 입구에 걸린 '기억을 품은 길' 네온사인이 하얗게 빛났다. 과거에 이곳은 탄을 나르던 운반갱이었다. 태백시가 이 폐탄광을 테마파크로 탈바꿈하기로 결정하면서 갱도 또한 새생명을 얻었다. IT기술을 접목한 동굴 산책로로 재탄생했다. 

갱 안은 반팔이 춥게 느껴질 정도로 꽤나 으스스했다. 어둡다는 공간적 이미지를 활용해 다양한 미디어아트들이 형형색색 빛을 내고 있다. 내부 벽면은 숏크리트 공법(시공면에 뿜어 만드는 콘트리트)으로 울퉁불퉁하지만 매끈했다.  

363m 길이의 첫번째 갱을 나오자 빛과 함께 공원 산책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광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돼 있는 모습이다.  

광해광업공단은 폐광 이후 수년간 방치됐던 이곳을 되돌리기 위해 2014년 9월 산림복구사업을 시작했다. 훼손된 폐광지역의 산림생태계를 기존 모습으로 복원하는 산림복구사업도 주요 광해방지사업 중 하나다. 

신 차장은 "가파르게 깎여 있던 산을 메꾸고, 쌓여 있던 폐경석은 도로 땅에 묻었다. 본래 땅에 있던 돌이기에 환경적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돈이 끝난 벌거벗은 민둥산에는 산벗나무 6300주, 아까시나무 3800주, 왕벚나무 1700주 등 만주 이상을 심었다. 복구된 전체면적은 8만2453㎡로 축구장(7140㎡) 12개에 달한다.  

산책로 끝은 두번째 갱도와 연결돼 있다. 이 갱도의 이름은 '빛을 찾는 길'로 길이는 613m다. 이전 것보다 배가량 길다.

두번째 갱도에서 나오면 실제 한보탄광 광원들이 사용했던 목욕탕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본래 폐광 이후 철거하려 했지만 2015년 방송국의 촬영요청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건물 일부분을 인위적으로 폭파시켜 드라마 속 지진이 발생한 현장으로 묘사했다. '태양의 후예' 우르크 발전소다. 

▲현재 한보탄광은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입소문이 퍼져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실제 광원들이 썼던 목욕탕을 일부분 폭파시켜 드라마 속 '우르크 발전소'로 활용했다. ▲국방부에서 임대해 온 실제 헬리콥터도 전시돼 있다. (내부는 비어 있음) 뒤로 갱도 입구가 보인다.

◆함태탄광, 살아있는 탄광발물관으로

▲함태수갱 내부는 현장학습관으로 리모델링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입구에서는 오른쪽 배수구에서 갱내수가 흘러 나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부 온도는 14.3도다. 실제 광원들이 사용했던 3톤 광차(광석을 수송하는 차량, 검은색)과 인차(사람을 실어 나르는 차량, 노란색)도 보인다.
▲함태수갱 내부는 현장학습관으로 리모델링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입구에서는 오른쪽 배수구 안에서 갱내수가 흘러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부 온도는 14.3도로 서늘하다. ▲실제 광원들이 사용했던 3톤 광차(광석을 수송하는 차량)과 인차(사람을 실어 나르는 차량, 노란색)가 서 있다. 

"콸콸콸, 콸콸콸"

태백시 소도동 함태탄광은 석탄을 캐는 1954년 개광한 민영탄광이다. 1993년까지 39년간 전체 1800만여톤을 채탄하다 태백시에서 가장 먼저 문을 닫았다. 광업권 역시 같은 해 소멸됐다. 

함태수갱 입구에는 아직도 갱내수가 흐르고 있다. 물이 나오니 운영중인 광산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30년 전 폐광했다. 배수로에 손을 대보니 물은 생각보다 찼고, 나오는 양 또한 적잖았다.

갱내수는 탄광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물이다. 땅속을 파고 내려가다 보면 본래 거기 있던 물길(지하수)과 만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행광산에서는 탄을 캐면서 동시에 물을 빼는 출수작업을 병행한다. 학술적으로 갱내수는 폐광 이후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년까지도 흘러 나온다고 한다.   

신 차장은 "갱내수는 보통 16도 내외를 유지하고, 겨울철에도 온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연중 온도가 일정하다는 점을 활용해 갱내수열을 이용한 에너지원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갱도 안을 깊숙히 들어가자 실제 광원들이 썼던 적갈색으로 녹슨 권양기가 눈에 띈다. 광원들을 위아래로 실어 날랐던 일종의 엘리베이터다. 벽면에는 '정원 60명'이라는 팻말이 적혀 있다. 거대한 고철기계에는 이곳을 드나들었던 모든 광원들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다.

▲1. 케이지를 탑승하는 사람은 다음 사항을 준수합시다. 2. 출‧퇴근 시간 외에는 인원승차를 금지합니다. 4. 탑승이 완료되면 양쪽 안전고리를 합시다. (중략) 8. 케이지 탑승정원을 준수해야 합니다. 정원 60명(각단 20명씩입니다). 실제 갱도 벽면 준수사항 팻말에 적혀 있는 글귀들.
▲갱도 벽면 표지판에는 "출‧퇴근 시간 외에는 인원승차를 금지하며, 탑승이 완료되면 양쪽 안전고리를 합시다. 탑승정원(60명)을 준수해야 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이외에도 함태탄광은 실제 인부들이 사용했던 샤워실을 개조해 당시에 사용했던 소품들을 전시해 놨다. 1998년 5월 16일 아주머니가 외독해 제출했던 A씨의 조퇴증, 야간에도 운행했던 인차 시간표, 사용감이 가득한 장화와 안전모, 앞에서 보면서 수만번 외쳤을 안전수칙 표지판 등이다.

◆갱내수 처리 위해 24시간 연중가동 수질정화시설

"2020년께 시설 안으로 수달이 놀러왔길래 사진을 남겨뒀다. 수달은 1급수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동물 아닌가. 그만큼 여기 물이 깨끗하다는 뜻이다." 함태탄광 수질정화시설에서 만난 박용훈 엠제이테크 소장이 수달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스럽게 웃었다.

엠제이테크는 광해방지사업과 수질오염 방지사업을 하는 태백시 강소기업이다. 광해광업공단으로부터 함태탄광 수질정화시설을 위탁받아 운영·감독하고 있다. 공단은 2003년 함태수갱으로부터 나오는 갱내수를 처리하기 위해 갱도 부근에 시설을 착공, 2004년 10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박용훈 소장이 운영실에서 수질정화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운영실 안에는 데이터로 가득한 계기판이 실시간 상황을 비추고 있다. 갱내수는 하루도,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 방출되기 때문에 정화시설 또한 멈출 수 없다. 만일 멈추게 되면 갱내수는 시뻘갛게 변해 하천을 흐르게 된다. 갱내수는 철(Fe)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기 중 산소와 만나면 적화현상을 일으킨다. 시골에서 적갈색 빛이 도는 하천을 봤다면 바로 이것이다.

박 소장은 "때문에 이곳은 연중무휴다. 7명 직원이 24시간 365일 근무하고 있다. 자체발전기도 있어 정전 등의 사고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갈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망가니즈(Mn, 망간) 여부다. 중금속이기 때문에 인체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박 소장은 "사람들은 갱내수가 빨겋게 변하는 것 때문에 철에 집중하지만 망가니즈 처리 또한 중요하다"면서 "함태수광 갱내수는 철 27ppm(백만분율)과 망간 4ppm가량을 함유하고 있는데 정화처리를 통해 각각 0.02ppm, 0.3pm으로 크게 낮춘다"고 강조했다. 물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철과 망가니즈의 배출허용기준은 모두 2ppm이다. 

현재(9월 27일 오후 2시) 시간당 330톤의 갱내수가 유입되고 있다. 하루 최대 처리용량이 2만6000톤이니 1시간에 1000톤까지는 문제없다. 물이 없는 갈수기에는 시간당 200톤으로 줄고, 반대로 최근 태풍 때는 800톤가량이 들어왔다고 한다. 

▲지난달 26일의 수질현황. 이날의 유량, 산성도(pH), 철(Fe), 망간(Mn), 부유물질(SS) 등이 표기돼 있다. 처리공정을 통해 철은 27.4ppm에서 0.02ppm, 망간은 4.0ppm에서 0.3ppm으로 수치가 급감했다.
▲지난달 26일 갱내수의 산성도(pH), 철(Fe), 망간(Mn), 부유물질(SS) 함유량이 적혀있다. 처리공정을 통해 철은 27.4ppm에서 0.02ppm, 망간은 4.0ppm에서 0.3ppm으로 수치를 낮춘다.

유입된 갱내수는 폭기조→pH조정조→응집조→침전조→사여과조의 처리시설을 거치게 된다. 철을 산화하는 폭기조와 망간을 중화하는 pH조정조가 핵심공정이다.

폭기조는 갱내수에 산소를 공급하는 곳이다. 인위적으로 산소를 투입해 적화현상을 앞당긴다. 적갈색으로 변한 갱내수는 pH조정조에서 소석회(중화제)를 만나 망간이 중화된다. 박 소장은 "소석회는 본래 분말이지만 물과 혼합해 액상스프처럼 만든 뒤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다음 응집조에서는 응집제를 넣어 철, 망간 등을 작은 덩어리(플럭, floc)로 만든다. 개구리알처럼 생긴 작은 적갈색 알갱이는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이 알갱이는 침전조에서 물과 최종분리된다. 

한데 모인 슬러지는 탈수작업을 거쳐 시멘트공장으로 향한다. 시멘트 부재료로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 그는 "슬러지 3분의 2가량을 영월 쌍용C&E(전 쌍용양회)로 보내고 있다. 매립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에 양쪽 모두 이득인 셈"이라고 말했다. 

침전조를 거쳐 여기까지 온 갱내수는 90% 이상 깨끗해 진 상태다. 사여과조에서 모래를 이용해 최종 필터링 과정을 마치면 갱내수의 여정은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약 하루 체류시간을 거쳐 시설 바로 앞 소도천에 방류된다. 

박 소장은 하천으로 빠져 나가는 갱내수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얼굴에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는 "음용수 지정을 받은 물이 아니기 때문에 남에게 권할 순 없지만 나는 자신있게 먹을 수 있다. 그만큼 깨끗한 물"이라고 말했다. 

▲침전조 모습. 동그랗게 생긴 수영장 같아 보이지만 바닥은 원추 모양이다. 바닥이 계속 돌면서 가운데로 슬러지를 모은다. 우뚝 솟은 건물은 소석회 저장탱크로 보관용량은 50톤이다.
▲침전조 모습. 동그랗게 생긴 수영장 같아 보이지만 바닥은 원추 모양이다. 바닥이 계속 돌면서 가운데로 슬러지를 모은다. 우뚝 솟은 건물은 소석회 저장탱크로 보관용량은 50톤이다.

<태백=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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