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전도사'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
"재생에너지 늘리고, 가격을 낮추되 거래 자유화 해야"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

[이투뉴스]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사진>는 “RE100은 한마디로 기업의 기후리더십”이라며 “매출이나 고용이 큰 기업들이 모이면 그들이 갖는 비즈니스 리더십은 어마어마하다. 그 영향력으로 산업이나 에너지시장, 정책을 변화시켜 탄소 없는 전기사회로의 변화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진 상임이사는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기업에너지재단 집무실에서 가진 <이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삼성전자의 RE100 이니셔티브 가입 결정에 대해 이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RE100의 원동력은 비즈니스 리더십이며, 그 리더십으로 목소리를 내 에너지전환의 속도를 높이는 게 RE100의 존재 이유”라고도 했다.

그가 이끄는 기업재생에너지재단은 기업의 에너지전환을 지원하는 비영리재단이다. 무역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출연하고 신재생에너지학회가 협력해 작년말 설립했다. 글로벌캠페인을 주도하는 영국 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과 파트너십을 맺은 'RE100 로컬(한국) 캠페인 파트너'로서 기업에게 RE100을 안내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 등을 수행하고 있다.

앞서 2019년 진 이사는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장 직함으로 두 차례나 영국 런던 클라이밋그룹을 방문해 협력의사를 타진했고, 그해 7월 서울에서 개최한 국내 첫 국제 RE100 포럼이 성황리에 마무리되면서 클라이밋그룹이 한국에서의 RE100 잠재력을 확인했다.

그해 말 클라이밋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은 신재생에너지학회 RE100한국위원회가 현 기업재생에너지재단과 RE100 전문위원회의 전신이다. 

클라이밋그릅과 파트너십 체결 당시 국내 RE100 기반은 전무했다. 하지만 그는 “1년 안에 최소 5개사를 가입시키겠다”고 호언했고, 한국 여건을 잘 알고 있던 그들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기업도 망설였다. PPA(장기거래계약)나 REC구매 등 이행수단에 대한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았고, 재생에너지 비중 한 자릿수 나라에서 제대로 재생에너지 조달이 가능하겠냐는 시각도 팽배했다.

하지만 이듬해 SK그룹 계열 6개사의 캠페인 참여로 그의 약속은 지켜졌다. 한창 ESG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던 때여서 SK의 기본 이해도가 높았고, 국내 RE100 전문위원들이 재생에너지 잠재량 데이터까지 제시하며 가능성을 열어 보인 것이 주효했다. 이달 현재 캠페인 가입 국내기업은 모두 24개사이며, 이들의 전력사용량은 60TWh에 달한다.

진 상임이사는 “연말까지 30개사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고, 내년이면 그 전체 규모가 100TWh는 될 전망”이라며 “협력사들까지 포함하면 훨씬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한해 약 44TWh의 재생에너지가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폭증하는 재생에너지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해 국내기업의 RE100 달성이 곤란해 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산업부는 그때마다 현재 발전량으로도 공급량은 충분하며, 대다수 기업이 2040~2050년을 재생에너지 100% 달성시점으로 정한만큼 재생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주장은 부적절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 상임이사는 “산업부가 기업의 니즈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재단에 의하면 RE100 기업들이 원하는 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장기구매가 가능한 자원이다. 기업들은 RPS시장을 활용한 녹색프리미엄 구매는 여기에 해당이 안 될 뿐더러 전력망에 탄소없는 전기를 추가한다는 캠페인 취지에도 거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진 상임이사는 “석탄발전소 바이오혼소 등을 제외한 태양광·풍력 공급량이 작년 기준 25TWh에 불과한데다, 이마저도 모두 RPS시장을 활용한 녹색프리미엄으로 공급되고 있어 기업들이 원하는, 구매하려는 전기는 아니다. 수요자인 기업이 원하는 게 진짜 공급량”이라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얼마인지, 지금 늘려가겠다는 양으로 충분한지 정부가 수요자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때 한국에너지공단 주도로 추진된 'K-RE100'이나 RE100 이름을 딴 각종 협·단체 활동에 대해선 "관심을 갖는 건 긍정적이지만, RE100에 대한 인식이나 메시지가 잘못 전달될 우려가 있다"며 경계했다.

그는 "RE100이 추구하는 바는 법이나 제도에 의한 강제가 순수히 민간 자발에 의한 이니셔티브"라면서 "자꾸 정부가 나서는 모양새가 되면 제도인지 캠페인인지 RE100 정체성과 거버넌스에 상당한 혼란을 준다.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 활동에 대해 장애물을 파악하고 제거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K-RE100은 글로벌 RE100 회원사들의 이의제기로 새 이름을 찾고 있다.

한전이 공급자와 수요자의 중개역할을 맡는 제3자PPA의 경우 재생에너지 공급사-수요사간 직접PPA가 활성화 되면 자연스럽게 일몰될 제도로 내다봤다. 진 상임이사는 "한전은 유틸리티 회사만이 할 수 있는 그린프라이스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중소·중견기업 RE100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 매장, 은행지점 등 전기 사용량이 적은 사용자도 그린프라이스 제도를 통해 쉽게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RE100을 원전이 포함된 CF100(Carbon free 100%)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RE100을 정부 정책이나 제도로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인식"이라고 직격했다. 진 상임이사는 "RE100은 390여개 글로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 선언한 것인데, 제3자가 거기에 원전도 포함시켜라 말라 할 수 없다. 선택은 기업들 몫이고, RE100은 재생에너지 선언"이라고 분명히 하면사 "앞으로 원전을 사용하겠고 선언한 기업들이 나오면 CF100을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에너지 약자보호와 인프라 건설은 국가가 직접 챙겨야 하지만, 전력생산은 가능한 한 시장기능에 맡기는 게 좋다. 우리나라와 같은 전원간의 첨예한 갈등은 시장이 아닌 국가가 그런 결정을 한 곳에서 나타난다"면서 "정부의 할일은 계통과 재생에너지 유연성 확보, RE100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진우삼, He is…] 에너지공기업인 지역난방공사에서 홍보팀장과 성장동력처장, 세종지사장 등을 지냈다. 재생에너지 기반이 거의 없던 2000년대 후반부터 이 분야에 애정을 갖고 인식 개선활동을 펼쳐왔다. 국회기후변화포럼 이사, 가천대 초빙교수,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8대 학회장 등을 지냈다. ‘재생에너지의 날’ 제정 추진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매년 10월 23일을 기념일로 정하는데 기여했다. 현재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 한국 RE100 전문위원회 위원장,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RE100은…] 100GWh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 사용전력의 100%를 목표년도(통상 2030~2050년 사이)까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만으로 조달하겠다고 선언하고 실천하는 자발적 이니셔티브다. 9월말 현재 전세계적으로 390여개 기업이 가입해 있고, 이들의 연간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작년 기준 전체 회원사 소비량(340TWh)의 45%에 달하는 152TWh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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