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에너지 위기속 다시 불지피는 화석에너지
유럽 에너지 위기속 다시 불지피는 화석에너지
  • 조민영 기자
  • 승인 2022.10.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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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수입 끊기자 석탄화력 재가동
재생에너지 공급에도 대규모 투자

[이투뉴스] 유럽 각국 정부가 에너지 위기로 겨울철 전력 공급에 비상등이 켜지자 폐쇄가 예정된 화석연료 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있다. 

덴마크 에너지기업 오스테드(Orsted)는 최근 화석연료 발전시설 3곳의 운영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덴마크 정부가 가장 큰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오스테드는 자국내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세 곳 가운데 두 곳은 석탄화력발전소이며 한 곳은 석유를 주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한 곳은 내년 3월 31일 폐쇄 예정이었고, 두 곳은 이미 문을 닫은 곳이다.  

매즈 니퍼 오스테드 CEO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덴마크 정부는 석유와 석탄화력을 계속 운영하거나 재개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2024년 6월 30일까지 이들 3개 화석연료 발전소들을 운영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풍력 발전을 주력 사업으로 밀고 있는 오스테드는 2025년까지 기업내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어 화석연료 발전소 운영 시기를 그에 맞춘 것으로 풀이됐다. 

이번 발표는 기후·환경 단체들의 큰 반발을 샀다. 그린피스는 “석탄은 환경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가장 더럽고 오염을 일으키는 방법”이라고 비난했다. 니퍼 CEO는 “가스와 석유, 석탄을 가능한 빠르게 퇴출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는 에너지 위기 속에서 전력을 계속해서 공급해야하는 의무도 있다”고 해명했다. 

독일의 RWE 발전사도 3개 화석연료 발전소를 일시적으로 운영해 전력 공급을 안정화 시키고 발전용 가스를 비축하겠다고 밝혔다. 각 300MW 용량의 이 발전소들은 2023년 6월 30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RWE와 오스테드의 화석연료 발전소 가동 결정은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게 어려워지면서 나왔다. 지난해까지 러시아는 유럽의 천연가스와 석유 최대 공급처였으나, 유럽을 포함한 서방국들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부과하면서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량을 대폭 줄였다.

급기야 최근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천연가스관인 노드스트림1,2 가스관에서 알 수 없는 폭발사고가 발생해 공급이 중단됐다. 

가스공급이 끊긴 독일은 겨울철 전력 공급을 위해 최소 20기의 석탄화력을 재가동하거나 폐쇄 시기를 연장해 운영하고 있다. 일례로 독일의 스티그 발전사는 올해 6개 석탄화력 가운데 5곳의 폐쇄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2~4년 운영 연장을 허가했다.

스티그사는 석탄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풍력터빈과 태양광 모듈을 세우는데 사용하겠다고 했으나, 환경단체들은 독일 정부가 충분한 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피할 수 없는 선택 = 작년 7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약속을 지키기 위한 기후 정책들을 발표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위원회장은 “화석연료 경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이 위원회들은 화석연료 기반 시설과 공급 시설을 확대하기 위한 수천만 유로의 투자 허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 중단과 기록적으로 치솟은 가격으로 인해 에너지 위기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기후 씽크탱크인 엠버 클라이맷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 정부들은 올 겨울철 신규 또는 연장된 화석연료 시설에 최소 500억 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다. 해외로부터 가스와 석탄 수송에 필요한 시설을 확충하고 앞서 폐쇄하기로 한 화석연료 발전소를 재가동하기 위해서다. 

<파이낸셜타임즈>는 가스 공급의 40%와 석탄의 절반을 러시아에 의존했던 EU가 겨울철을 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공으로 치솟은 연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비료 제조공장부터 아연제련소까지 다양한 산업체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

일반 가정집들까지도 난방비를 납부하기 어려울만큼 에너지비용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유럽은 러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액화천연가스를 받을 수 있는 7개 터미널을 독일과 네덜란드,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에서 운영하기로 했다.

EU 전역에 걸쳐 최소 19개 이상의 관련 사업이 계획됐다. 이 터미널들을 통해 300억 유로 상당의 가스가 수입될 것으로 추산됐다. 아울러 독일과 덴마크,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들이 석탄발전소 운영 재개를 허가하면서 약 1300만톤(45억 유로 상당)의 석탄이 태워질 전망이다. 

다만 이에 대해 브뤼셀 정부 관계자들은 "임시방편일 뿐 2050년까지 기후 중립 계획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위원회 비르기니우스 신케비치우스 환경 위원도 “유럽의 기후 목표는 연기되거나 취소된 것이 아니다”며 “에너지효율 사업과 재생에너지 개발에 속력을 내는 것과 함께 석탄 사용을 포함시키는 것은 중요했다”고 말했다. 

EU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기존 40%에서 45%로 확대하는 안을 곧 투표에 부친다.

◆ ’RePowerEU’ 재생에너지 가속화 = 유럽위원회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에너지를 완전히 끊어내고 에너지 전환 가속화하기 위해 ‘RePowerEU’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며 여기에는 2100억 유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부분은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에 투입되며, 약 120억 유로를 가스와 석유 기반 시설에 사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에너지싱크탱크 엠버는 올 겨울 위원회가 제시한 액수 보다 약 4배 많은 비용이 화석연료 시설에 투입될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과 가정에 전기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단기적 방안으로 화석연료 재가동이 불가피한 선택으로 비춰지고 있다. 

덥고 건조했던 올여름 날씨는 에너지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수력 발전량이 크게 줄었고 이에 따라 스페인과 포르투갈, 노르웨이 등 여러 유럽 국가들은 가스 소비량을 늘릴 수 밖에 없었다. 

프랑스에서는 원자로를 식힐 물이 부족하자 발전 용량을 줄여야 했다. 벨기에와 스위스, 독일, 핀란드에서도 비슷한 영향을 받았다. 

한편 러시아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수출량을 계속 줄였다. S&P글로벌 추산치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공급된 가스량은 작년 1분기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독일과 네덜란드, 그리스, 체코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발전량 유지를 위해 석탄 발전소 운영을 허가하고 탄광을 재개했다. 

체코 에너지회사인 EPH는 독일에서 운영이 보류된 석탄 발전소들을 가동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독일은 EU 국가들 가운데서도 러시아산 가스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나라였다. 얼마나 오랜기간 석탄화력이 필요한지 전망하는 게 매우 어려운 상태라고 회사는 밝혔다. 

S&P글로벌의 엠마누엘 두보이스 펠레린은 "향후 더 많은 석탄화력이 재가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래 석탄 가격의 불확실성과 연료 운반 차질로 재가동이 쉽지 않은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에서 석탄가격은 작년초 톤당 64달러에서 지난 여름 400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여름철의 극심한 가뭄으로 강 수위가 낮아져 수상 운반도 어려운 상태다.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인기있는 또다른 방법은 대형 선박을 통해 수송되는 액화천연가스(LNG)가 지목되고 있다. 

벨기에 정부는 지난 7월 미국과 카타르, 아제르바이잔, 이집트, 이스라엘 등과 LNG 거래 계약을 맺었다. EU는 미국으로부터 LNG 수입량을 올해 150억 큐빅미터로 시작해 매년 최소 500억 큐빅미터씩 확대하기로 했다.

작년 한 해동안 EU가 수입했던 러시아산 천연가스량은 약 1550억 큐빅미터였다. 

가스 수출국들이 장기 거래를 원하는 만큼 EU는 계획했던 것보다 더 오랜기간 가스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EU는 탄소 중립 약속을 현실화하려면 가스 수요량을 점차 줄여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많은 의원들과 LNG 투자자들은 가스 기반시설이 그린수소 수송과 저장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 E-on이 이를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S&P의 듀보이스 펠레린 전문가는 “대부분의 파이프 운영자들은 높은 비율의 수소를 천연가스와 혼합해 수송하는게 가능하다고 보고있다”며 “수소를 대량 수송할 수 있다면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과 기후론자들은 이 방법이 손쉬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필요한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용량이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으며, 가스 수송 시설을 수소 용도로 쉽게 개조할 수 있는지 증명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유럽 곳곳에서 화석연료원이 확대되자 기후 환경 단체들과 관련 씽크탱크들은 유럽의 기후리더십 신뢰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집트에서 열리는 UN COP27 기후정상회담에서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의 에너지 전환을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는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처지다. 

앞서 2009년 선진국들이 매년 1000억 달러의 기후 기금을 모아 2020년과 2025년 사이 기후 취약국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으나 아직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기후 문제에서 가장 앞장섰던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공급 타격을 받아 복잡한 입장이 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EU는 에너지집약 산업들과 발전소를 돕기 위해 약 270억 유로의 예산을 일사천리로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후 취약국을 위한 기후 재정에 지불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이었다. 

로테르담에서 열린 기후 파이낸스 정상회담에서는 아프리카 7개국 대통령들이 참석한데 반해 유럽에서는 2개국 정상들만이 참석했다. 

클리이맷 액션 네트워크 유럽의 EU 기후와 에너지 정책 코디네이터인 클라우스 로리그는 “유럽의 장기적 기후 목표를 여전히 유효하지만, 전쟁으로 EU의 기후 리더십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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