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작년 말 넷플릭스에서 돈룩업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혜성이 6개월 내 지구에 충돌해 인류가 멸망할 수 있어 막아야 한다는 과학자와 이를 무관심하게 바라보고 돈을 벌기 위해 역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과 언론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

혜성이 충돌해 인류가 멸망한다는 내용은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감독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현실을 운석 충돌로 빗댔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기후위기로 인류가 멸종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고 경고한다. 반면 정치권은 이념에만 매몰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재난을 두고 바라보는 시각은 영화와 현실이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후 에너지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시각이 변하자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상향하고 있다. 국내는 에너지를 이념적으로 해석하며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축소하는 등 정반대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에너지정책을 보면 원자력에 올인하고 전 정권 비리를 파해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타깃으로 집중포화하고 있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은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2.9%까지 올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30.2%에서 21.5%로 낮췄다.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EC) 비중은 단 1년 만에 축소를 준비 중이다.

국무조정실과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는 전력산업기반기금 점검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대통령은 ‘태양광카르텔’이라는 단어를 썼다. 국민의힘은 태양광 비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전방위에서 재생에너지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윤 정부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재생에너지 목표를 축소하고 RPS 비율을 수정을 준비하는 등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역주행 정책으로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고, RE100을 충족할 수 없어 기업경쟁력이 퇴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답변으로 실효적인 재생에너지 목표 비중을 설정하고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을 하기 위해 계획을 잡았으며 재생에너지를 축소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업계는 윤 정부가 전 정권 흔적을 지우려고 의도적으로 산업을 탄압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돈룩업은 혜성이 떨어질 일이 없으니 하늘을 안 봐도 된다고 선동하는 영화 내 반대론자들의 구호다. 지금 우리나라 정부와 여당은 기후위기 대응에 도전적인 재생에너지 보급이 아닌 원전 중심의 합리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영화 내 반대론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꺼림칙한 느낌까지 든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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