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신현돈] 물유본말 사유종시(物有本末 事有終始)는 ‘대학’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불안한 한국의 자원안보를 튼튼히 하려는 해외자원개발 정책도 여기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물이나 일을 평가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보아서는 제대로 평가할 수도 없고 발생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말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그 결과의 파급력을 예측하여 일을 계획하여 차근차근 추진해야 가능할 것이다. 지금의 에너지자원 수급 위기는 10년 전에 준비를 했어야 대응이 가능하다. 에너지 자원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면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조만간 새로 전력을 생산하려는 원자력발전소도 이미 15년 전에 시작했던 것이다. 이는 지금 추가로 원전건설을 계획한다고 해도 그 결과는 10년이 훨씬 지나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상에 건설하는 발전소의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적어 마음만 먹으면 관리와 통제가 가능하지만 보이지 않는 땅속에 부존하는 에너지자원을 찾아서 개발하고 생산하는 일은 시간도 오래 걸릴 뿐 더러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과 높은 사업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2007년 이후 정부주도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던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이미 국제적 자원가격 하락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2년부터 정권교체와 함께 이전 정권의 사업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방치되었고 그 다음 정권에서도 적폐로 몰려 외면 받았고 자원가격 하락시기와 맞물려 해외자원개발에 앞장섰던 자원공기업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지난 10년 동안 한국 정부와 자원공기업은 무엇을 했을까? 열심히 실패 원인 분석도 하고 대책마련을 위한 노력을 했지만 한마디로 ‘자금 투입 없는 공짜 구조조정’만 외치다가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실직적인 준비 없이 허송세월을 보낸 셈이 되었다. 2020년 이후 코로나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자원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자 급기야 국내에서도 국회를 중심으로 자원안보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통한 자원안보 시스템구축에 나섰으니 국자차원의 자원안보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95% 이상의 에너지자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매년 정부예산의 20~30% 규모에 해당되는 막대한 돈을 에너지자원 수입에 쓰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자원안보는 경제안보를 넘어 국가안보에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원안보의 핵심은 해외자원개발에 있다. 이것이 해외자원개발 정상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국내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이 자원안보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국내에서 필요한 충분한 양을 항시 도입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하고   또한 외부 급격한 환경변화에 국제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할 시를 대비해 충분한 비축물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에너지자원의 국내 비축을 위해서는 충분한 비축장소도 필요하고 비축자원 재고관리도 필수적이다. 또한 비축량 규모가 증가할수록 많은 자금도 필요하다. 국내 비축은 비축자원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2주~2개월 정도의 단기간 동안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 시 대응이 가능하지만 장기적 대응은 어렵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해외자원개발이다. 해외자원개발은 확보된 매장량을 20~30년에 걸쳐 생산을 진행하기 때문에 한국에게는 비축시설과 관리를 염려할 필요 없는 저비용 천연 비축기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해외자원개발은 경제적인 이익도 수반하고 동시에 자원안보를 위한 비축기지 역할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사업이 될 수 있다.       

주지하다 시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히 두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의 에너지자원 공급 문제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올 겨울도 넘어 길어질 수도 있다. 또한 지구상에는 끊임없이 분쟁이 발생하고 세계 경제는 점점 구역화 되고 있어 에너지자원공급 위기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즉 지속가능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적폐로 몰리고 방치되었던 해외자원개발을 정상화 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해결책은 간단하다. 자금이 투입되는 에너지자원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늦지 않게 그들을 국가자원안보의 파수꾼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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