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기압 100만분의 1 진공유리로 에너지걱정 끝
[르포] 대기압 100만분의 1 진공유리로 에너지걱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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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2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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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이건창호 진공유리 생산공장 가보니…]
3중유리 대비 20mm 얇고 단열성능 2~3배 자랑
내년부터 인라인 양산체제…경제성 높이고 대중화
▲황성현 이건창호 진공유리생산팀장이 필러 자동화 포방기 앞에서 진공유리 생산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필러는 직경 0.5mm, 높이 0.25m 스텐레스 소재로 유리 사이 진공층을 형성해주고 진공압을 견디는 역할도 한다.
▲황성현 이건창호 진공유리생산팀장이 필러 자동화 포방기 앞에서 진공유리 생산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필러는 직경 0.5mm, 높이 0.25m 스텐레스 소재로 유리 사이 진공층을 형성해주고 진공압을 견디는 역할도 한다.

[이투뉴스] “진공상태에서 체임버(Chamber)내 온도분포를 균일하게 올리고 내리는 게 기술의 핵심입니다. 온도 변화가 급격하거나 지점별로 온도가 조금이라도 뒤틀리면 유리가 휘거나 깨집니다.”

황성현 이건창호 진공유리생산팀 팀장이 대형 큐브를 연상케 하는 진공 체임버 한쪽을 개방했다. 두꺼운 강철문이 서랍장처럼 미끄러져 나오자 50여개의 히터로 둘러싸인 3단 유리 적재층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 맞닿은 듯 간격을 띄운 두 겹의 유리를 투입한 뒤 8~1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올렸다 내리면, 테두리를 따라 미리 늘어놓은 플릿(Frit)이 430℃ 전·후에서 녹아 붙으면서 한 장의 진공유리가 탄생한다. 체임버 내부와 유리 사이 진공층은 대기권 바깥 수준의 고진공 상태다. 

황 팀장은 “내년 이후 인라인 방식의 대량 양산체계를 갖추면 현재보다 3~4배 증산이 가능하고 가격경쟁력도 한층 개선될 전망”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진공유리 공급으로 탄소중립과 에너지절약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인천시 미추홀구 도화동 이건창호 생산공장. ‘시스템창호 1위’ 기업의 주력사업장은 항공기 격납고를 닮았다. 1만2000여평 규모 창호 생산공장 내부가 롤링-재단-가공-조립-포장 공정을 밟는 창호 제품과 엔지니어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100% 주문생산 방식으로 제작하다 보니 재고가 없다. 국내 유일 진공유리 생산라인은 이 공장의 한쪽 면을 차지하고 있다. 2.5m 크기 유리까지 넣을 수 있는 체임버 5기가 레일 위에 나라히 도열해 있고, 각 체임버를 오가는 로봇이 토스터에 식빵을 넣고 빼듯 유리를 다룬다.

▲진공환경에서 유리 온도를 고르게 높였다가 내려주는 체임버(Chamber)와 작업로봇(우측 파란색)
▲진공환경에서 유리 온도를 고르게 높였다가 내려주는 체임버(Chamber)와 작업로봇(우측 파란색)

진공 체임버 가열 전 준비 작업의 난이도도 높다. 볼펜으로 찍은 점 크기의 필러(Pillar) 48개를 밑판 유리 위에 일정 간격대로 올려놓는 포방(砲放)작업이 필수다. 이건창호는 2016년 전 세계 최초로 이 공정을 자동화 했다. 필러 소재는 410℃에서 녹는 스텐레스로 직경 0.5mm, 높이 0.25mm에 불과하다. 유리와 유리사이에 진공층을 형성해 주고 대기압의 100만분의 1 수준인 진공압을 버티도록 지지대 역할도 한다.

앞서 이건창호는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는 전도와 대류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2006년부터 진공유리 개발에 착수했다. 이어 LCD TV로 대중화로 사양화 길을 걷던 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 TV의 저진공 제작방식을 응용해 2009년 체임버 방식의 세계 최고 진공압 유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분야 선도기업인 일본 니포시트글라스가 배기관 방식으로 저진공 유리를 만들 때다. 같은시기 진공유리 개발에 뛰어든 LG하우시스(현 LX하우시스)조차 품질과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해 2013년 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

창호업계에 따르면 유리는 창호는 물론 건물 단열성능의 핵심 변수다. 창호 대부분의 면적을 유리가 차지하는데다 부정형 디자인의 현대식 고층 건물의 경우 외벽을 커튼월로 마감할 수밖에 없어 유리의 단열성능이 건물 에너지효율을 좌지우지 한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 주로 복층유리가 쓰였고, 현재는 단열값을 높이기 위해 3중유리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간 현존 최고효율 유리가 진공유리인 셈인데, 3중유리 대비 2~3배의 단열성능(0.34W/㎡·K) 내면서 두께는 27mm로 3중 대비 20mm나 슬림하다. 단열성능은 일반 콘크리트 벽체에 단열재를 댄 수준이다. 진공유리를 채택한 창호는 에너지절약 측면 외에도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그만큼 실내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다중겹 대비 선명한 바깥 조망이 가능하다. 서울 강남권 고급주택·아파트인 더펜트하우스청담, 나인원한남, 한남더힐, 반포써밋, 개포 디에이치아너힐즈 등에서 이건창호의 진공유리를 채택한 이유다. 아직 공급과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가격이 3중유리 대비 30~40% 비싼 것은 흠이다. 

이건창호 재직 당시 진공유리 개발을 이끈 박노호 이스퀘어이앤씨 대표는 "우리나라 에너지소비의 25~30%를 건물이 차지하고 있고, 그 에너지의 30%가 창호로 빠져나간다. 열관리율이 높은 창호를 적용하는 건 그만큼 중요한 문제"라면서 "세계 최고의 진공유리 기술을 우리나라가 개발한만큼 인라인 양산체계 구축과 보급 확대로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건창호 인천 생산공장 외부 전경. 1만2000여평 규모로 수도권에서 가장 큰 창호공장이다.
▲이건창호 인천 생산공장 외부 전경. 1만2000여평 규모로 수도권에서 가장 큰 창호공장이다.
▲이건창호 인천 생산공장
▲이건창호 인천 생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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