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용역안 전문가 혹평 잇따라

태양광을 고사 위기로 몰아넣을 발전차액 삭감조치가 임박한 가운데 '보급보다 산업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정부가 향후 정책의 로드맵으로 활용하기 위해 민간경제연구소에 의뢰한 용역결과가 지난 8일 윤곽을 드러냈다.

 

그러나 예정보다 3개월이 더 걸려 발표된 이 용역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기대 이하'란 반응이 압도적이었으며, 일각에선 정부가 비싼 돈을 주고 산업화의 변죽만 울린 것이 아니냐는 혹평이 쏟아졌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이날 컨퍼런스에 이어 진행된 전문가 패널 토론에서 "엄청나게 많은 연구비를 국책 연구기관이 아닌 민간기관에 주었을 때는 뭔가 기대하는 게 컸을 것"이라며 "산업에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지원책은 무엇인지 정부에 과감하게 제안하기를 기대했지만 없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선진국은 이미 2001년 신재생기본계획을 세웠고 우리는 2002년 1차 기본계획을 세웠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산업화에는 참담하게 패배했다"며 "(용역안에)그런 해답이 있기를 기대했는데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허 교수는 "가장 궁금했던 것은 국가가 무엇을 지원할 지에 대한 내용이었다"며 "민간에 부탁했으니 기업의 애로가 무엇인지, 정부가 무엇을 지원할 지 분명히 내용이 담겨야 했었다"고 일침을 놓았다.

 

용역안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는 지적도 나왔다. 올초 발전차액 조정용역을 마무리한 뒤 현재 RPS 적용방안 용역을 수행중인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는 "그동안 다 얘기돼 왔거나 진행되고 있는 내용, 또는 앞으로 진행되려는 논의가 정리됐다는 느낌뿐"이라고 평가했다.

 

이 박사는 "산업화라면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이 나와줘야 하는데 (용역안은) 기술적 부분에만 치우쳐 있다"면서 "보조금이든 연구개발이든 뭔가 사활을 걸고 정책적 수단을 강구하고 새로운 비전이 창출되는 것에 대한 무언가의 제시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경쟁력에 대한 분석이 잘 안돼 있다. 일본 NEDO 예를 들었지만 언제 처음부터 연구하고 모든 과정을 다 밟을 생각이냐"면서 "지금과는 다른 접근법이 나와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풍력산업계를 대표해 패널로 참석한 경남호 풍력기술개발사업단장은 원별 특성을 충분히 살린 정부 정책지원 방안이 용역안에 담겼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경 단장은 "전체 포트폴리오도 중요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각기 특성이 있다"며 "삼성경제연구소가 이번에 살펴본 큰 방향은 맞지만 각 에너지원의 장ㆍ단점을 충분히 살려 포트폴리오를 제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경 단장은 "보급과 기술개발은 항상 균형을 이뤄야 한다. 기술을 개발해도 보급이 없으면 망한다"면서 "2017년 풍력시장은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스페인과 인도 등의 후발주자가 어떻게 성장해 시장에서 5위권으로 유지할 수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용역안을 주도한 강희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의 시장과 정책적 상황을 지켜보자는 것이 산업화 연구의 출발점이었다"며 "기업들의 니즈(Needs)를 들어주는 것보다 국가적 그림을 그려나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삼성경제연구소는 공청회 모양새를 갖춘 이날 컨펀러스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정부 의견을 추가해 용역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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