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우리가 아주 자주 쓰는 ‘합리적’이란 말을 국어사전에서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한 것을 의미한다. ‘효율적’이란 말도 곧잘 나온다. 들인 노력에 비해 얻는 결과가 큰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경제적으로 낭비적 요소나 비능률적 요소를 없애 더 능률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통칭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자주 나오는 말이 위에서 언급한 합리적, 효율적이라는 단어다. 하나 더하면 과학적이라는 말도 익숙하다. 거의 모든 정책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원가 반영’이나 ‘저소비 고효율 산업·경제로의 대전환’ 등이 그것이다.

9월말 산업부가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내놓은 ‘에너지 위기 대응과 저소비 구조 전환을 위한 에너지 효율화 대책’에선 제목부터 모습을 내비쳤다. 세부 내용에서도 에너지다소비기업 효율혁신 협약, 건물에너지 효율혁신 프로젝트 확대, 효율혁신 핵심기술 개발 및 사업화, 특례·할인제도 정비로 요금제 합리화 등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구체적인 추진과제를 보면 이미 나왔던 정책 일색이다. 이전에도 수없이 등장했던 에너지 절약문화 확산, 효율혁신 투자강화, 공기업 자구노력, 요금원가 반영, 연료비 연동제 등을 복사하듯이 그대로 옮겨 왔다. 에너지 요금의 가격기능 정상화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들어갔지만, ‘단계적’이라는 전제가 붙는 등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효율혁신을 위한 첫걸음은 무엇보다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는 가격정책이지만 욕먹기 싫은 티가 역력하다.

이달 내놓은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도 당연하듯이 이러한 단어가 남발됐다. ‘과학과 합리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과 정책 추진’이라는 비전에서부터 4대 전략 중 첫손으로 꼽은 ‘구체적·효율적 방식으로 책임감 있는 탄소중립’이나 소통과 공감을 위해 ‘지역 수용성 높은 합리적 문제해결’을 해나가겠다는 표현들이 쏟아진다.

새로 내놓은 탄소중립 추진과제 역시 많이 들었던 정책의 연속이다. 제로에너지빌딩·그린리모델링 의무화, ESS 확대, CCUS 활용 및 사업화, 무탄소 신전원, 수소경제 활성화 등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 가장 중요한 예산확보에 대한 내용도 찾기 어렵다.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세부정책은 원자력 확대가 유일할 정도다.

사실 ‘효율적·합리적’이라는 단어는 어느 정부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표현이긴 하다. 무엇에 붙여놔도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알맹이가 없는 좋은 단어의 나열은 ‘교언영색(巧言令色)’에 불과하다. 겉모양만 그럴싸하게 포장해선 제대로 된 해법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 우선은 먹기 좋게 설탕을 입힌 ‘당의정(唐衣錠)’이 아니라 맛은 쓰더라도(국민에게 욕을 엄청 먹더라도) 몸에 좋은 ‘보약’같은 정책을 기대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