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에너지 산업에 나타나는 평균비용 원가주의의 유혹
[칼럼] 에너지 산업에 나타나는 평균비용 원가주의의 유혹
  • 조성봉
  • 승인 2022.10.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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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조성봉] 경제이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한계원리다. ‘맨큐의 경제학’은 경제학의 10대 기본원리 중 세 번째로 ‘합리적 판단은 한계(marginal)적으로 이뤄진다’고 소개하고 있다.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에게 한계원리는 익숙하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간단하지는 않다. 특히 한계비용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을 억지로 평균비용 수준에 맞추려는 규범적 유혹에 빠지기 쉽다. 

예를 들어보자. 수공예품으로 옷장을 만드는 생산자 A, B, C가 있다고 하고 옷장을 한 개, 두 개, 세 개를 제작하는 비용이 옷장 한 개당 각각 (5, 6, 7), (3, 4, 5), (2, 3, 4)만큼 들어간다고 하자.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또 값싸게 동원할 수 있는 자원부터 활용하게 되므로 옷장을 추가로 더 만들게 되면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될 수밖에 없다. 이제 옷장에 대한 수요가 5개라면 낮은 비용이 드는 순서로 공급하게 되므로 (2, 3, 3, 4, 4)의 비용을 들여 생산하게 되므로 C가 세 개, B가 두 개의 옷장을 만들게 되고 그 결과 옷장의 시장가격은 4가 된다. 이처럼 가격은 한계비용 4로 결정된다. 그렇지만 생산되는 다섯 개 옷장의 평균비용은 3.2가 된다. 우리는 평균비용이 3.2인데 왜 가격은 4로 평균보다 더 많이 주어야 하는가라는 규범적 질문을 하게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평균비용 원가주의의 유혹이다. 

그러나 평균비용 3.2를 가격으로 책정하게 되면 공급은 세 개에 그치고 만다.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가격으로 4를 지불하면 2와 3으로 옷장을 만든 생산자는 이윤을 벌게 되는데 원가주의에서 이윤을 남겨도 돼나라고 질책하게 된다. 우리 에너지산업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정산조정계수라는 개념에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발전사업자에게 평균원가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현 전력시장 운영원리에는 잠재되어 있다. SMP가 270원대를 넘어서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 이하로 연료를 도입한 발전사업자는 이윤을 벌게 되는데 평균비용 원가주의의 유혹은 SMP 상한제의 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평균비용 수준으로 SMP를 지불하게 되면 고가로 천연가스를 구해온 발전사업자들은 수지를 맞출 수 없어 천연가스 확보를 위해 더 이상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전력공급이 모자라 전국적으로 정전을 겪는 사고까지 나타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가 민간 석탄발전사업의 경우다. 2011년 순환대정전 이후 전기가 모자라자 정부는 5차 및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민간 석탄발전기의 건설을 유도했다. 서해안에는 이미 영흥도, 당진, 태안, 보령 등지에 석탄발전기가 포화상태에 이르러서 더 이상 지을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민간 발전사업자들은 공기업과 협력하여 동해안과 남해안 남은 땅에 석탄발전소를 완공하였고 일부는 지금도 건설중에 있다. 문제는 기존 서해안의 석탄발전소 건설비와 비교하여 건설비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갔다면서 평균비용 원가주의를 강조하며 추가적으로 더 들어간 비용에 대해서는 지불하지 않으려는 승강이가 현재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설비가 완비된 서해안과는 달리 동해안 석탄발전소는 부두와 접안시설을 새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추가 건설비가 들게 마련이다. 한계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지금은 에너지원이 모자라서 석탄가격마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시점이다. SMP에 상한제를 걸어 천연가스마저 충분히 구할 수 없게 되면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 당장 급하지 않다고 민간 석탄발전기의 건설비에 대해 한계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평균비용식의 원가주의를 고집한다면 민간 석탄발전사업자들은 파산하게 된다. 멀지 않은 장래에 민간 석탄발전사업자가 공급하게 될 7GW 전력은 사라지게 되어 전력부족 사태는 불 보듯 뻔하게 된다. 자원은 유한하고, 쓰면 쓸수록 그 비용은 올라간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에너지 안보를 튼튼히 세우려면 평균비용 원가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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