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신재생정책심의회서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 발표
재생에너지 비중목표 낮추고 주요보급 정책도 대폭 손질 축소

▲연도별 재생에너지 발전량 및 비중 추이 ⓒ산업부
▲연도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및 보급량 추이 ⓒ산업부

[이투뉴스] ‘무질서한 재생에너지 보급’, ‘해상풍력 난립’, ‘전력계통 부담 초래’, ‘지속적인 주민 민원’….

산업통상자원부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한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목표 하향조정 추진에 이어 그간의 주요 보급정책을 대폭 축소·전환하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을 3일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주무부처가 정책 난맥상으로 불거진 문제를 ‘재생에너지는 골칫덩이’란 등식으로 풀어 산업·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는 3일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에서 기획재정부·과기정통부·농식품부·환경부·국토부·해양부 등의 국장급 당연직과 에너지유관기관 및 민간 위촉직 위원이 참석하는 신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를 열어 이런 내용이 포함된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 안건을 심의했다.

이 안을 들여다보면, 지금까지의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은 졸속이자 '실패' 그 자체다. 산업부는 ‘정책평가’ 항목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은 확대되었으나 무질서한 보급으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자평했다. 1MW 이하 소규모 태양광 위주 보급으로 비효율 및 수급불안정이 증대됐고, 자가용 태양광은 과다한 정부·지자체 보조로 시장이 혼탁하다고 혹평했다.

해상풍력은 급격한 사업허가로 난립 상태라고 진단했다. 산업부는 “수월한 허가기준에 따른 풍황계측기 난립으로 계측기만 설치해 매매하는 계측기 선점이 만연하고 과다한 선점 프리미엄이 발생했다”며 “사업초기인 계측기 설치단계에서 어업·환경 영향 등 검토가 미흡해 어민 반발과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상풍력발전사업 인·허가는 산업부 소관 전기위원회가 맡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전력계통 안정에 위해를 가하는 전원(電源)으로 평가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정부는 정책 개선방안에서 “선입지선정, 후계통연계에 따른 특정지역 편중 심화와 1MW이하 무제한 접속 제도에 따른 접속지연 및 계통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보급을 위한 RPS이행비용 부담도 지속 늘고, 예비력과 유연성 자원, 변동성 대응을 위한 계통보강 등에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거론했다. 

여기에 "각종 지원을 통한 농촌태양광 확대로 농지전용에 따른 주민반발과 찬반 주민간 갈등이 심화되고, 무질서한 산지 태양광 확대로 산사태 등 사고발생 우려도 높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RE100의 경우 “국내기업의 RE100 가입확대로 재생에너지 공급량과 비용 등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고리원전 유휴부지에 건설된 태양광발전소 ⓒE2 DB
▲고리원전 유휴부지에 건설된 태양광발전소 ⓒE2 DB

이런 평가를 통해 산업부가 도출한 결론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합리적 조화’이다.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을 담은 문건에 '원전과의 조화'를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재생에너지 추진’을 표어로 내걸고 모두 5대 부문에서 16대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우선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기존 2030년 NDC상 30%에서 21.6%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2036년까지 연평균 증설량은 5GW수준이 된다. 아울러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 비중을 작년기준 87대 13에서 2030년 60대 40으로 조정하고, RPS의무비율도 내년부터 하향조정하기로 했다. 

해상풍력의 경우 계획입지 방식으로 전환해 정부주도로 입지를 발굴하고 인허가를 일괄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기업의 자발적 협약인 RE100은 기업간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민간주도의 공급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재생에너지 확산을 촉진한 주요 보급정책도 대폭 축소한다. 태양광은 소규모 중심의 REC가중치를 개편해 중대형의 경제성을 높이고, 내년 7월 일몰예정인 한국형FIT의 경우 연장여부를 검토하되, 연장이 결정되더라도 참여대상과 한도, 계약가격 등을 전면 개편하고 협동조합 인센티브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공급인증서(REC) 발급은 설계수명과 계약기간을 고려해 발급기한을 설정하고, SMP 상한을 고정가격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계통의무도 강화한다. 정부는 일정규모 이상 재생에너지도 전력시장에 입찰하도록 해 중앙급전 발전기와 동등한 책임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내년부터 실시간시장과 보조서비스시장 시범사업을, 2025년 이후로는 전국으로 새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신규설비에만 의무화 된 전압·주파수 유지의무를 기존설비까지 확대하고, 내년 상반기 지자체와 태양광 계획입지 시범사업을 벌여 계통여유지역으로 새 사업의 입지를 유인키로 했다. 1MW 이하 태양광 무제한 접속제도는 내년 상반기 전면 실태조사를 벌여 제도 일몰이나 사업자가 계통비용을 일정 수준으로 부담토록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발전사업허가는 계통수용 한계량을 반영해 지역별 허가 쿼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이런 내용을 내년 개정하는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에 보다 구체적으로 담겠다고 밝혔다.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산업실장은 “재생에너지는 원전과 함께 탄소중립의 주요에너지원인 만큼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보급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 보급중심의 확대정책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보다 비용효율적으로 보급하고 국내산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산업부 인식과 책임전가에 혀를 내둘렀다. 모 재생에너지기업 대표는 "왜 무질서한 보급이 되었는가? 질서있는 보급을 위한 제도 기획과 관리는 누구의 책임이냐"면서 "이번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있지, 미리 안전에 대한 예방적조치를 하지 않은 당국은 법테두리 밖에 있다는 인식과 어찌 그리 동일하게 보여지는지 모르겠다"고 직격했다. 

또다른 민간기업 관계자는 "이번 정부평가대로라면 산업부는 정책 실패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지고 모두 물러나야 한다"면서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후퇴방안이자 탄소중립 정책 포기선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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