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탄소중립 NO.1 본부' 이끈 이만근 경북본부장
본부 최초 탄소중립부 신설 재생에너지 계통연계 촉진
"에너지플랫폼기업으로 변신하고 요금선택권 확대해야"

▲이만근 한전 경북본부장
▲이만근 한전 경북본부장

[이투뉴스] 이만근 한전 경북본부장<사진>은 “한국전력공사법 제1조는 전원개발을 촉진해 전력수급을 안정화하고, 그를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며 “124년 한전 역사에서 발전사업면허를 안 가진 게 불과 20여년이다. RE100이행과 탄소중립을 위한 전원개발 촉진은 필수이고, (한전이 역할을 할 날도)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경북 안동시 정하동 한전 경북본부 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이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 계통연계 업무가 많아 직원들이 부담을 느끼고 소극적이었지만 우리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한전의 역사와 공사법 제1조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설명하니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생에너지 개발도 한전 본연의 역할 중 하나인 전원촉진에 해당하므로, 역할을 더 키우려면 좀 더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직원들의 생각을 바꾸니 결과도 달라졌다. 본부 관할지역내 재생에너지 접속건수는 2020년 3만379건에서 지난해 3만7943건, 올해 10월 현재까지 4만5912건으로 늘었다. 2020년 268MW였던 연간 접속량은 올해 올해 694MW로 2.6배 증가했다.

한전 본부 최초로 탄소중립부란 정식 조직을 만들어 역량을 집중한 덕분이다. 이 본부장은 “처음엔 (인구감소로)영양지사 통합얘기까지 나왔지만, 오히려 현장을 가보니 송·변전·배전 보강공사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더라. 경북은 산악과 농촌이 많고 인구는 적은 곳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경북본부의 100년 대계를 꿈꿀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전 경북본부는 2009년 1차 사업소인 경북지사가 대구경북본부로 통폐합 된 뒤 2017년 경북지역 총괄 조직으로 새로 발족된 출범 5년차 신생본부다. 1실 2처 17개부 본부 편제에 11개 판매지사와 2개 전력지사를 두고 있다. 근무직원은 900여명이다. 경북도 면적의 약 60%, 인구의 40%를 담당하고, 판매수입은 1조7000억원 내외다. 지역근무 가점제로 5년차 미만 신입비중이 78%에 달한다.

지역 산업기반은 빈약하다. 구미공단이 전체 판매수입의 65.7%를 차지할 정도다. 반면 농어촌사업소가 많아 농사용·심야용 비중이 24.5%이다. 그가 부임 직후부터 지역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눈여겨 본 이유다. 탄소중립부 전신인 ‘탄소중립 특화사업 태스크포스팀’을 작년부터 운영하며 거둔 성과도 적잖다. 경북본부는 올해 4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단지공단이 발주한 382억원 규모 ‘마이크로그리드기반 구미 스마트그린산단’ 구축사업을 수주했다. 노후산단을 고효율 그린산단으로 탈바꿈시키는 대형 프로젝트다.

▲안동시 소재 한전 경북본부
▲안동시 소재 한전 경북본부

이 본부장은 “경북지역은 상대적으로 아직 땅값이 저렴해 재생에너지 자원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구미산단 내 RE100 수요기업들에게는 주요 공급처가 될 수 있다"면서 "기왕이면 태양광·풍력 산업과 연계해 국산화 테스트베드도 제공하려고 한다. 전력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경북본부가 리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경북본부를 관통하는 두 번째 키워드는 ‘안전’이다. 본부는 올해 한전 안전경영활동 평가에서 15개 본부 중 1위로 올라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실무직원들과 연쇄 미팅을 갖고 법 시행의 의미와 취지를 직접 설명하며 공감대를 이끈 것이 주효했다. 전체 15개 본부 가운데 인천·제주본부와 함께 올해 현재 '재해 Zero’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공사 현장은 3개 본부 중 가장 많다.

이 본부장은 “업무처리 신속도보다 현장 인력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매일 180여건의 사전작업신고를 보고받고, 일주일에 두 번은 현장을 나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조심하다보니 작업량은 줄었지만, 그게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했다.

당면한 한전의 재정위기에 대한 해법을 묻자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사견임을 전제로 “국민의 니즈에 맞게 상황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본부장은 “본사서 에너지밸리 업무를 하면서 느낀 바이지만, 큰 틀에서 우리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연장선 위에 있다. 기후변화 대응비용도 요금에 반영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한 요금선택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중립을 위해 경북도와 축분바이오 연료화를 추진하는데 현행 전기요금으론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원왜곡과 비효율을 막고 신산업을 일으키려면 요금현실화가 필수"라면서 "문제는 '어떻게'인데, 전기료 가격결정 구조를 바꾸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이 그것일 것"이라고 했다. 

한전의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해선 “CEO가 강조한 것처럼 에너지플랫폼 기업이 돼야 한다”고 주지했다. 이 본부장은 “한전이 국민으로부터 계속 신뢰를 받으려면, 안정적 공급과 더불어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야 한다"면서 "향후 송전망 운영도 비용측면에서 다시 접근하고, 그렇게 해야 원전 인근의 저렴한 전기료를 쓰기 위해 지방으로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만근, He is…] 1963년 충북 청주 출신. 서강대 경영학과와 동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92년 한전에 입사해 차장 시절엔 전력산업구조개편 업무를, 전력시장처 구입전략팀장 때는 정부승인차액계약제(VC) 토대를 만들었다. 서울지역본부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본사 상행협력처 에너지밸리추진실장, 상생협력처장 등을 맡아 지역 산업체 및 민간과의 협력을 이끌었다.

2020년 12월 경북본부장으로 부임해 탄소중립 선도, 안전 최우선 경영을 기치로 노사화합형 미래비전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빠른 직관과 선굵은 일처리, 입체적 판단과 뚝심의 추진력이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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