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기자회견서 "한국, 선진국-개도국 가교역할" 주문

이보 더 부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기후변화협약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면서 "혹시 실패하더라도 각국의 고유정책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부어 총장은 환경부의 초청을 받고 지난 9일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코펜하겐 회의가 실패하면 어쩌느냐'라는 다소 극단적 질문을 받고 "협약이 성공하든 안하든 메케인, 오바마도 기후변화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고 즉답을 피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UNFCCC 총회에서 눈물로 미국의 참여를 이끌어 낸 '발리로드맵 중재자' 더 부어 사무총장이 '기후변화의 주변인'인 한국을 설득하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을 다녀갔다.

 

네덜란드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나 기후변화 담당관을 지낸 그는 1994년부터 유엔의 기후변화 업무을 맡아 당사국총회 부의장 등을 역임하고 2006년 UNFCCC 사무총장으로 지명받았다.

 

그는 "유럽연합은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고유 정책을 추진할 것이며 미국은 이미 여러 주에서 기후변화 정책을 법률화했다"며 "특히 미국은 협약이 실패할 경우 관련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기후변화 대세론을 주지시켰다.

 

더 부어 사무총장은 이날 "환경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한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은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에 있다. 역사적 책임은 개도국에 해당되지만 세계 13대 경제대국임을 감안하면 선진국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개도국과 선진국이 공통의 합의점을 도출하려 할 때 양측의 입장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더 부어 총장은 "교토의정서 하의 메커니즘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동의하고, 그래서 (포스트교토처럼) 새로운 체제를 수립해야 한다"면서 "시장기반의 접근방식이 해결책이라고 보고 시장 매커니즘을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향후 지불해야 할 비용은 엄청날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온난화 문제는 전 세계적의 참여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전 세계가 에너지안보 문제에 직면해 있는 만큼 경제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통령이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내년에 발표하겠다고 천명했는데,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나는 한국이 명백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선진국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내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5차 UNFCCC 당사국 총회에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각국의 감축량을 결정하는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토체제 이외에 감축량 설정에 반대하는 미국 주도의 아ㆍ태기후변화파트너십(APP)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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