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기관 출혈경쟁 심화로 안전성 우려…국감서도 보완책 촉구

찬성 측 “과당경쟁은 부실검사 초래…현실적 수수료 표준화 타당” 
반대 측 “자율 시장경쟁 왜곡, 가격담합 등 공정거래 저해 우려”

▲재검사 수수료 제도개선을 주제로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표준단가제 도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재검사 수수료 제도개선을 주제로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표준단가제 도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투뉴스] 법규와 고시로 운용되고 있는 현행 민간검사기관의 LPG·고압용기, 특정설비 재검사 수수료의 표준단가제 도입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재검사기관업계, 충전업계, 판매업계, 벌크업계 등 관련업계는 물론이고 소비자와도 직접적으로 연계되면서 찬반 논쟁이 거세다. 수주물량 확보를 위한 출혈경쟁이 부실검사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측과 본질적인 요인은 수수료가 아니라 제대로 안전수칙을 준수하느냐로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LPG·고압용기, 특정설비 재검사 수수료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과 산업통상자원부 고시로 운용되고 있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제34조제2항제5호는 ‘제17조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른 용기 등의 검사나 재검사를 받으려는 자는 산업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수수료나 교육비를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이 규정에 따른 검사수수료 및 교육비 기준은 산업부 고시 제2019-92호 제1호 별표로 정했다. 다만 전문검사기관이 받는 수수료는 검사기관과 검사 신청인이 협의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수수료를 검사기관과 검사 신청인이 협의해 정할 수 있게 하면서 빚어졌다. 자율경쟁을 유도하는 측면도 없지 않으나 현장에서는 민간 검사기관 간 물량 수주를 위한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부실검사를 야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법정검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일면이 드러난다. 지난 2015년 5월 충북 충주시에서 저장탱크 내부의 잔가스를 제거하던 중 폭발이 일어나 3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2016년 10월에는 강원 철원군에서 지하매몰저장탱크 굴착검사 후 탱크외부 코팅작업을 위해 가스 토치에 불을 붙이는 순간 체류하던 가스가 폭발해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2020년 6월에는 부산 동구에서 저장탱크 개방검사 작업 중 잔류가스 퍼지를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맨홀개방으로 누출된 가스가 화재로 이어져 2명이 죽고 1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올해 4월에도 경기도 고양에서 똑같은 원인으로 가스가 폭발해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스산업의 특성 상 부실검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LPG용기·고압용기, 특정설비 재검사 수수료는 올해 한국가스안전공사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보완책이 요구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가스용기와 특정설비 재검사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검사기관과 검사대상자가 수수료를 협의해 정하도록 하면서 물량 수주를 위한 검사기관간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이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고압가스시설에 대한 부실검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질타와 함께 대책 마련이 요구됐다. 과도한 경쟁을 제한해야 민간 검사기관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하고 국민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제기한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해종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에게 관련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적정 수준의 재검사 수수료 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으며, 임해종 사장으로부터 대책을 마련해보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 관련업계 이해 엇갈려…각계 의견 수렴하는 연구용역 필요
산업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가스전문검사기관협회, 한국LPG산업협회 등 사업자단체와 민간 재검기관을 대상으로 잇따라 간담회를 열고 조율점을 찾고 있으나 녹록치 않은 양상이다. 국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는 이견이 없지만 업종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는 8일 산업부 에너지안전과 담당사무관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주최한 ‘특정설비 재검사 관련 업계 간담회’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찬성과 반대 측의 시각차가 확연하다. 

재검사 수수료 표준단가제 도입이 타당하다는 쪽은 재검사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면서 검사비 기준은 정하지 않고 검사기관과 검사대상자에게 일임하는 모순된 정책으로 출혈경쟁과 이에 따른 부실검사가 초래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검사수수료 기준을 마련해 고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는 안전 관련 검사수수료를 산정해 고시하며, 검사기준 개정으로 검사항목이 바뀔 경우 ‘검사수수료 재산정 관련 원가산정 연구용역’에 따라 산출된 금액으로 개정·고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LPG·고압용기, 특정설비 분야도 재검사수수료 산정 연구용역을 통해 현실적인 표준단가를 설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국민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민·관의 재검사수수료를 동일한 잣대로 재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수행하는 도시가스 특정사용시설 정기검사비와 고법·액법 등에서 실시하는 자율검사 대행도 산업부 고시로 정한 비용을 한국가스안전공사와 공인검사기관이 동일하게 적용해 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반면 표준단가제 도입을 반대하는 쪽의 주장도 논리가 분명하다. 문제의 본질이 검사비가 아니라 검사기관의 실질적인 업무수행이 제대로 이뤄졌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검사기관이 저장탱크를 재검사하는 과정에서 최근 7년간 10건의 잔가스 처리규정 미준수로 인한 사고가 발생해 14명이 크고 작은 피해를 봤는데, 이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사기관과 사업자 간 자율적인 시장경쟁 체계가 왜곡되고, 공정거래 저해로 인한 가격담합 등의 의혹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주 수요층인 서민, 소상공인 등의 비용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일률적인 검사비를 적용할 경우 가격이 오르면 원가가 상승되고 이는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주 수요자인 서민과 소상공인, 장애인 등의 비용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논쟁의 관전 포인트는 표준단가제 도입이 부실검사를 실효적으로 막을 수 있느냐, 수수료 표준화가 일선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될 수 있느냐, 비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이다. 결국 전문기관에 의뢰해 관련업계와 소비자단체 등 각계의 의견수렴을 통한 재검사 수수료 표준화 연구용역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대목이다. 

국회 차원에서 제도개선이 요구되고, 또 대한민국 가스안전을 책임진 유관기관 수장이 대책마련을 확답한 만큼 담당부처인 산업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의 향후 정책 행보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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