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5개월간 1차 공모에 이어 재공모까지 진행되며 온갖 뒷말이 무성했던 한국가스공사 신임사장에 예상대로 최연혜 전 국회의원이 내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스공사 임원추천위원회에 단독후보로 통보해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오는 12월 7일 예정인 임시주총에서 사장 선임의 건이 의결되면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식 취임하게 된다. 가스공사가 1983년 출범한 이래 40여년만의 첫 여성 수장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각은 곱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공언해놓고 정작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선캠프 출신들이 잇따라 공공기관장에 임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연혜 내정자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탈원전대책 및 신재생에너지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산업에너지 공동특보단장을 맡았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최 내정자가 한국철도공사 사장 재임시절에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로 공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영업흑자를 이뤄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자격이 충분하다고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혹독한 구조조정과 알짜자산 매각으로 이뤄낸 반쪽짜리 성과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철도청 차장, 한국철도대학 총장, 한국철도공사 사장을 지낸 철도 전문가로, 에너지 분야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도 비난을 키우는 이유다. 특히 최 내정자는 1차 공모에서 전문성 결여와 에너지 관련 이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탈락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새 정부는 남은 후보 가운데 적임자가 없다며 재공모에 나선 끝에 그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미 결론은 정해졌고, 그에 맞춰 공모절차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짙은 배경이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파장이 크다. 내정자가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가 공사 홈페이지 소개 자료 등을 ‘짜깁기’한 수준이라는 비난이다. 문제점을 진단하고 구체적 경영방향을 담기는커녕 공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중장기 경영목표 문건의 20대 전략 일부를 순서만 바꿔 나열했다는 것이다. 이미 예상되는 혹독한 구조개편의 칼날로 노조와의 충돌도 불가피하다. 

글로벌 LNG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국가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안정적 수급과 재정 건전성 강화 등 책임경영과 혁신을 이끌 가스공사 수장의 역할은 그 어느 때 보다 막중하다. 최연혜 내정자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기대로 바뀌길 바라는 이유다. 사장 취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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