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현실은 산업 전반에 걸쳐‘고비용 저효율’구조라 에너지 효율성이 턱없이 떨어진다. 또 연구개발투자와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정부와 민간부문은 고유가에 따른 위협과 기회를 감안할 때 새로운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한다.


한국은 에너지소비 증가율에서 세계 최고이다.
지난 1990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의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110%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인도는 45%, 중국이 30%, 일본과 미국은 20% 선이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은 경제 탄소 집약도까지 높아졌다.

우리나라 에너지문제를 푸는 최우선 해법은 무엇인가. 당연히 에너지의 주소비자인 국민이나 산업계에서
얼마나 납득하고 이를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우선 공급부문을 살펴보자. 해외자원 개발이나 신재생에너지 확충 등을 골자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중 . 장기정책은 이의 유도책에 지나지 않는다. 수요관리부문 역시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사용 기기 및 이 시스템의 효율을 얼마나 향상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예로 산업부문의 경우 에너지 효율은 지속적으로 개선돼 오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부문, 즉 수송이나 조명 및 난방용 에너지사용부문에서의 에너지 효율은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고유가와 함께 사는 법 배울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절약 정책은 바로 이러한 부분의 비효율을 개선시키는 데 있다. 에너지 사용기기 및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여러모로 이득이 골고루 돌아가게 된다. 에너지 사용량의 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나아가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좋은 부수효과도 있다. 

수송부문의 에너지 효율개선을 위해 우선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제조회사에 연비 향상의 의무화를 제도화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그렇게 되면 외국 자동차 메이커 역시 국내 시판용으로 연비경쟁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 국내 에너지 소비는 고효율화로 발판을 지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현재의 자동차 세금 기준도 배기량이나 차량가격 기준에서 연비를 기준으로 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긴요하다.

 

고연비의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세제 개편을 통해 경제적 혜택을 추가로 주면 고연비 자동차의 보급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 관련 세제정책을 연비향상에 맞춰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의 꾸준한 제기사항이기도 하다.

또 에너지관리공단이 시행하고 있는 건축물 및 소비제품효율마크제 및 효율인증제도 역시 소비자나 제조회사가 서로‘윈윈’하는 좋은 본보기이다.

에너지사용 시스템의 효율성 증대사업은 정부의 주도 아래 치밀한 정책수립 및 실행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고유가 파고’를 넘는 지름길이자 에너지절약의 기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주요 산업부문들의 에너지 의존도는 높지만 투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에너지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사례로 제련기업들이 강판을 절단할 때 생기는 부스러기를 빨아들이는 고압 흡입기는 대부분의 업체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기계의 비효율성을 아는 기업은 드물다. 기업들이 파이프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벽의 단열상태를 조금만 보강해도 에어컨디셔너에 들어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대다수의 기업들이 공장과 빌딩의 기본적인 난방 조절에 대한 개념도 부족한 상태이다. 퇴근시 모든 전등을 소등하거나 PC를 끄기만 해도 기업의 비용이 연간 수억달러가 절약된다.

한 예로 영국 통신회사 브리티시텔레콤은 지난 1991년에서 2004년까지 통신전송 망을 정비해 4억2100만 파운드를 절약했다. 미국의 듀폰도 지난 1990년 이후 에너지 효율 제고에 힘써 20억 달러를 절감했다.

 

무엇보다 국제유가가 배럴 당 60달러를 넘어서는 등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 제고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상황이다. 기업들의 에너지 비효율로 돈이 세어 나가기 시작한 것은 구조조정으로 유지, 보수인력들이 대거 해고된 것이 전환점이 됐다.

 

이는 경영자들이 에너지효율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관심으로 이들이 일해 온 유지보수를 집안일(House Keeping) 같은 시시한 일로 생각하고 이들을 해고했다.

기업들이 에너지효율에 대한 이론을 받아들이고 이를 구체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기업들은 친환경 정책을 윤리의 관점이 아닌 기업 수익의 문제로 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들이 에너지효율성 제고를 통한 원가절감을 달성해 기업수익의 증대를 꾀해야 한다.

 

비즈니스란 줄일 수 있는 비용들을 나열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직원들을 환경보호라는 명목으로 동기화시켜 책임감을 부과할 때 친환경기업이란 브랜드와 함께 기업이 에너지효율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사례로 에어컨디셔너가 건물의 최대 수용인원을 가정하고 가동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들은 에어컨 가동을 건물 내 사람 수에 맞추어 약 10%의 비용을 절감했다. 또 최근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가 늘고 있는 것도 에너지 효율성 제고의 중요성을 인식한 앞서나간 사례다.

 

현 상황에서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고유가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에너지 자원이 없는 국가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한다. 수요 증가와 공급 제한, 이로 인한 21세기형 석유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21세기형 석유 위기는 과거의 석유 위기와는 달리 세계 경제의 급격한 침체를 동반하지는 않을 것이나 우리 경제에 만성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고유가와 함께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우리가 고유가와 함께 잘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에너지 강국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즉 보유한 에너지자원은 적지만 높은 에너지 효율과 기술 수준을 보유한 에너지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첫째 고유가의 장기화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종합 에너지 안보전략이 필요하다. 석유는 물론 미래의 주에너지원으로 등장할 천연가스 및 수소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확보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제사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최근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고 나섰다.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절약 캠페인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뿐 아니라 일시적이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보급하는 것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에너지 기술을 선점함으로써 에너지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21세기에는 에너지 고효율화, 온실가스 감축,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이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는 이미‘올드 이코노미(old economy)’에서 탈피해 첨단 기술경쟁 시대에 돌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 . 장기적 에너지절약정책에 우선 치중하는 게 올바르다. 에너지가격 현실화 및 가격정책을 통한 수요관리 방안과 에너지절약형 신산업 육성에 이르기까지 몇 십 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 단기적 에너지정책으로는 소기의 에너지절약을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에너지 기술 개발에 주력함으로써 단순한 에너지 문제의 해결을 넘어 우리가 세계 에너지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새해에는 에너지절약보다는 해외자원 개발이나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같은 소위 중장기대책을 중점적으로 실천, 석유소비를 근원적으로 줄이고 석유의 자급도까지 획기적으로 높여 보자는 중.장기적 에너지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부터는 18개 부처가 공동으로 에너지원단위 개선 3개년 계획을 수립해 향후 3년간 우리나라의 에너지 효율을 8.6% 개선하기 위해 88개 과제를 선정 . 추진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의 개발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10년. 2015년까지 석유 자급률 15%를 달성한다. 에너지 소비량도 5% 감축한다.
정부가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 에너지 . 자원기술개발 기본계획 과제이다. 에너지소비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에너지 다소비업종이 즐비한 우리나라에서 과연 실현가능한 목표일까.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정부 에너지정책과 대내외 에너지구조변화를 분석하고 기존에너지 기술개발사업을 점검해야 한다. 또 이를 근거로 에너지효율향상기술을 산업별로 분류, 핵심기술개발추이를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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