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포럼, 한전법 개정안 법안소위 통과에 논평
"땜질처방 대신 판매시장 개방하고 재생에너지 늘려야"

▲나주혁신도시 한전 본사 사옥
▲나주혁신도시 한전 본사 사옥

[이투뉴스] 국회가 한전의 채권 발행한도를 현재의 2배(자본금+적립금 기준)에서 5배로 높이는 한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요금 현실화를 전제하지 않는 사채발행 한도증액은 현행 에너지위기 해결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민간기업의 자본조달 여건을 악화시켜 경제위기를 촉발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에너지전환포럼은 23일 '전기요금 정상화 없는 한전채 한도 확대, 경제위기만 불러'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정부와 국회가 한전 적자의 원흉인 원가이하 전기료를 그대로 방치한 상태에서 이같은 한전의 사채발행액 한도를 확대한 것은 문제를 오히려 대형 폭탄급으로 키우기만 할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한전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문제제기다.

포럼은 논평에서 원가이하의 전기료가 ▶가격의 수요조절기능을 박탈하고 ▶에너지수입 비용증가로 인한 무역적자를 심화시키며 ▶전기료 보조로 인한 부의 양극화를 조장하고 ▶한전채 확대로 채권시장서 밀려나는 기업들의 자금난을 심화시켜 경제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연료가격 폭등으로 올해 3분기까지 21조8000억원의 누적 적자를 봤다.

실제 한전의 재무상태는 백척간두 신세다. 올해 기준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는 45조9000억원인데, 이미 63조원 가까운 채권을 발행했다. 게다가 올해 발생분 적자 약 30조원이 내년 결손금으로 반영되면 자본금·적립금이 15조9000억원으로 줄어 채권 한도를 5배로 증액해도 추가 발행 가능한 한도가 얼마남지 않는 상황이 된다. 정부는 내년에 요금을 소폭 인상해 적자폭을 줄인다는 입장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정부와 국회가 전기료 정상화는 외면한 채 한전채 발행한도 확대와 SMP상한제와 같은 땜질처방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포럼은 논평에서 전기·가스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다가 정부예산의 22%를 넘는 적자 누적으로 IMF 구제금융을 받은 이집트 사례를 예로 들며 "이는 전력시장의 생태계 붕괴는 물론 국가부도 위기까지 야기할 수 있다. 전기는 공공재라는 시대착오적 관념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공급위기 앞에 이집트와 같은 국가부도를 막고 경제회생을 하려면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한전이 독점하던 전력판매시장을 개방해 원가가 전기료에 자동 반영되도록 하고, 해상풍력 등 연료수입이 필요없는 재생에너지의 시장 진입장벽을 해소해야 한다"며 "요금 정상화 시 가정과 기업의 부담은 시장을 왜곡하는 전기료 할인이 아니라 재난지원금 성격의 정부재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산업위는 22일 법안소위에서 한전채 발행한도를 5배까지 높이는 한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영업적자상태인 한전이 더이상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해 부도사태를 맞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여·야의 공감대가 배경이 됐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계속 적자를 내는 사업자에게 은행이 대출한도를 늘려주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전기료에 대한 인식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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