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이다. 볼의 움직임에 따라 국가와 팬들의 환호와 한숨이 엇갈린다. 아직 초반이지만 사우디와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약진이 돋보인다. 10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우리나라 역시 비록 무승부에 그쳤지만 첫 경기를 잘 치러내 16강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실 축구 잘하는 나라와 국력과는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 전반적으로 유럽과 남미가 강세를 보이지만, 선진국이라고 다 잘하지는 않는다. 네델란드, 덴마크, 벨기에, 스위스 등 땅덩이와 인구는 적지만 축구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나라도 적잖다. 자타공인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압도적인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 월드컵과는 별 인연이 없는 것도 특이하다.

이번 월드컵에선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오프사이드를 정밀하게 판독하는 반자동 시스템이다. 지붕 아래 12개의 카메라가 경기장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선수들의 몸 29개 관절 포인트를 인식해 초당 50회 빈도로 분석하는 기술이 도입됐다고 한다. 여기에 공인구인 ‘알 릴라’ 안에 관성측정센서가 달려 있어 500분의 1초 단위로 공을 차는 순간을 정확하게 인식한단다. 침대만 과학이 아니라 축구도 과학이 되고 있다.

중동지역 국가에서 특히 악명높던 ‘침대 축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점도 시선을 모은다. FIFA가 비디오 판독으로 지체된 시간을 정확히 계산, 추가시간을 부여키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잉글랜드와 이란전에선 추가시간이 무려 27분 넘게 주어졌다. 축구에서 시간끌기 작전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얘기다.

오프사이드 판독시스템과 확 늘어난 추가시간을 보면 우리의 에너지 가격정책이 떠오른다. 대한민국에선 전기요금 인상이 모두 탈원전 때문이라는 비과학적 분석이 여전히 횡행한다. 여기에 “에너지요금 올려봐야 욕만 먹는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 나중에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침대 축구 마인드도 넘쳐난다.

한전의 누적적자가 30조를 넘어선 것은 탈원전이 주요인이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펙트체크 안하고 내놓은 공약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문정부도 그랬지만 윤정부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을 알면서도 미봉책에만 매달린다. 회사채 한도 늘려봐야 금리가 7%에 달한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자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이어질게 뻔하다.

월드컵도 달라졌다. 심판의 판단에만 맡기지 않는다. 찰나의 순간을 인간의 눈으로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에너지 분야에서 침대축구를 일삼고 있다. 과학적 판단이라는 말을 늘상 뱉어내지만 실천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피해는 돌고 돌아 결국 국민이 입는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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