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서 해결 못하는 분산편익 보상…도소매 요금체계 개편 필요
집단에너지는 미래에너지 최적 모델, 신재생과 접목도 시너지 ↑

기획연재① “지역난방 팔면 팔수록 손해 겨울이 두렵다”
기획연재② 집단에너지의 미래, 분산에너지 활성화가 해법

[이투뉴스] “짜장면 한그릇을 먹으려 해도 배달비를 내야 한다. 하지만 전기는 배달요금이 없다. 내고 싶어도 제도가 없다. 수요지 인근에 있는 발전소든 멀리 바닷가에 있는 발전소가 생산하든 전국 전기요금이 동일하다. 분산전원 늘리겠다고 하면서도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최근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분산에너지 활성화가 안되는 것은 잘못된 전기요금체계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수요지에서 먼 발전소와 수요지 인근 발전소를 동일하게 보상하는 것은 문제라는 의미다. 토지규제가 심한 수도권에 입지할 수 있는 유일한 환경친화적 전원인 열병합발전소에 대한 보상이 미흡한 것 같은 이유라도 진단했다. 또 펀더멘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지 고치는 수준으론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은 송배전망 건설회피는 물론 송전손실 저감, 혼잡비용 감소, 계통 신뢰도 및 안정성 제고 등 전력계통에 다양한 편익을 제공한다. 전문가들 역시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자가발전 등 다양한 분산전원 중 실질적으로 가장 큰 역할을 할뿐더러 비용효율적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밀양사태에서 봤듯이 대규모 송전망을 새로 건설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는 HVDC(초고압직류송전) 역시 삐걱대는 실정이다. 분산전원으로 가야 하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 필연이다. 기대를 걸었던 재생에너지 역시 수요지 인근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는 남부지방에 많이 들어서는 것은 물론 계통에 오히려 부담이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다양한 편익을 주는 분산전원에 대한 지원에 인색하다. 집단에너지 및 구역전기 사업자들은 불만이 많은 이유다.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통해 입으로는 분산전원 편익 보상 강화를 외치지만 실질적인 행동에는 나서지 않은 채 시장에만 미룬다. 여기에 중대형 열병합발전소에 불리한 SMP상한제 도입까지 목전에 두는 등 압박만 심해지고 있다. 

◆분산전원 중 열병합발전이 가장 비용효율적
집단에너지 공급을 위한 열병합발전이 국가 전체적으로 상당한 분산편익을 제공하고 있다는 연구는 더 이상 뉴스가 안 될 정도로 많다. 연구를 수행한 기관마다 일부 다르지만 송배전망 건설회피, 송전손실 저감, 송전혼잡 개선 등 실질적인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는 결과 역시 한결같다.

열병합발전의 분산편익 연구를 가장 많이 수행한 이창호 가천대 교수는 열병합발전의 송전설비 회피편익이 수도권설비 기준으로 MW당 6.7억원, 전력수요 기준으로는 7.3∼7.6억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또 배전설비 회피편익 역시 발전설비 또는 전력설비 기준으로 MW당 7.8∼8.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의 분산편익 연구결과. 

계량화가 쉽지 않지만 전력계통 전체의 안전성과 신뢰성 향상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수도권 열병합발전소가 예비력·주파수·전압 안정효과 등 전력계통에 다양한 전력품질서비스 제공한다는 의미다. 이같은 분산편익 효과는 간헐성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가 늘어날 때마다 가치가 더욱 올라가고 있다.

물론 열병합발전이 분산전원 편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한국지역난방공사 실적을 기준으로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의 비시장적 편익을 집계한 결과 8582억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2020년 한난이 집단에너지 공급을 통해 제공한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저감, 대기오염물질 개선 효과를 합하면 8582억원으로 매출액의 41% 수준이다.

분산편익 보상을 위한 방법론도 대부분 제시된 지 오래다. 핵심은 분산편익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협 받는 집단에너지가 살아나기 위해선 CP 추가지급은 물론 열제약운전 시 변동비 보상, 송전요금 현실화, 환경 및 고효율 크레딧 제공 등 제대로 된 편익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소매 분야에서도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도입, 소비자 전기요금에도 명확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자금의 경우 우선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이용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분산전원 활성화는 사실 쉽다. 수요지 인근 전원에 대한 보상은 대폭 강화하고, 멀리 있는 발전소는 박하게 주면 된다. 있으나 마나한 송전요금을 현실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 맞겨선 맨날 한전 곳간 타령만 하다 끝난다. 도매-소매 모두 지역 및 생산지별 요금과 보상 차등을 확실히 하면 처음엔 혼란할지 몰라도 궁극적인 해법은 이것뿐”이라고 말했다.

◆P2H, VPP 연계 등 다양한 역할 가능
집단에너지의 가장 큰 강점은 포용력과 유연성이다. 이미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해 공급하는 데다 소각열, 산업폐열 등 버려지는 에너지까지 광범위하게 소화할 수 있다. 구역전기사업은 집단에너지보다 한걸음 더 나간다. 자체 배전망을 통해 전기까지 직판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융복합 에너지공급시스템에 가장 근접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 집단에너지가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업계 내부에서는 에너지효율 향상을 비롯해 온실가스 저감, 환경 및 분산 편익까지 제공하지만 전기와 가스라는 칸막이에 막혀 실효성 있는 정책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집단에너지사업을 너무 쪼갠 것이 실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독자적인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소규모 민간사업자가 양산되면서 사업 전반적으로 자생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구역전기의 경우 전기는 한전에, 열은 한난에 치이는 등 견제와 규제만 넘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집단에너지와 구역전기는 미래 에너지 공급시스템을 거론될 때마다 최적의 사업모델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기는 물론 재생에너지, 미활용에너지까지 거의 모든 에너지원을 수용, 융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산에너지 중 가장 현실적이고 비용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와도 궁합이 맞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집단에너지의 효용성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필수전원인 것은 물론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열로도 활용(P2H)할 수 있기 때문. 재생에너지 중 가장 많은 태양광의 경우 10∼16시에 주로 전기가 생산된다. 생산량이 너무 많아 출력제한해야 할 때 남아도는 전기를 열에너지로 전환, 초저녁부터 야간에 수요가 많은 난방 및 급탕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업자마다 축열조 등 인프라가 충분해 전력과 열에너지 간 수급불균형 해소라는 시너지가 가능하다.

정부가 분산에너지 신산업의 핵심으로 보고 있는 한국형 통합발전소(VPP)와의 접목과 연계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미 상당한 연구가 이뤄진 4세대 지역난방(신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저온 열에너지 활용)을 비롯해 연료전지 및 소형열병합발전과의 결합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경우 VPP의 사업성 개선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집단에너지라고 만능은 아니다.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이 완료될 때까지 브릿지-에너지로서의 장점은 분명하나, 화석에너지가 아닌 무탄소 에너지로의 전환도 필수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다가오는 탄소중립 시대는 전기, 열, 폐기물, 상수도, 배출권을 모두 통합한 스마트에너지시티 개념이 필요하며, 여기에 적합한 공급시스템이 바로 집단에너지”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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