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등유값 2년새 두배 가까이 올라
정부 "가격인하 계도" vs 업계 "이해불가"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게시된 유가정보. 도시서민과 농어민이 주로 사용하는 등유가격이 휘발유 목전까지 차올랐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게시된 유가정보. 도시서민과 농어민이 주로 사용하는 등유가격이 휘발유 목전까지 차올랐다.

[이투뉴스] 최근 한파특보가 발령되는 등 강추위가 연일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파르게 치솟은 등유가격에 서민들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등유값이 2년전 겨울보다 두배 가까이 급등해 '난방비 폭탄'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일부 주유소에서는 휘발유보다도 비싸게 거래되고 있어 서민연료라는 말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주유소 등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601.69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사상 최고가인 1686.55원을 찍고 다소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올 1월(1098.10원)과 비교할 때 50% 가까이 올랐고, 지난해 1월(863.83원)과 비교하면 곱절로 뛰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러시아산 석유제품 공급이 달리면서 국제 등유가격이 급등, 국내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국내 정유사는 2001년 유가자유화 이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국내 가격을 연동시키고 있다. 환율을 감안한 국제가를 토대로 관세, 운임비, 유류세 등을 더해 정유사 공급가격이 산정된다.  

실제 현재 국제 등유제품은 휘발유(92RON)제품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두 제품은 배럴당 95달러대로 비슷했으나 전쟁 발발 직후인 3월부터 등유제품 가격이 가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기준 휘발유제품은 88.86달러, 등유제품은 116.80달러로 30달러 가까이 앞질렀다. 119.84달러인 경유(황 함유량 0.001%)제품 가격까지 뒤쫓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국내 유통비용이 증가한 것도 가격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등유는 주로 배달방식으로 판매되는 데 도시가스 보급 확대 등으로 급격한 수요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유통비용 상승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등유가 농어촌, 도시외곽 등 취약계층이 주로 사용하는 서민연료라는 점이 문제다. "어떻게 해서든 간에 등유값을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눈에 띄게 불어난 난방비도 부담이지만, 상대적 박탈감 및 소외감 또한 등유 소비자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현재 등유는 서민연료라는 이유로 휘발유와 경유 대비 적은 유류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달 기준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당 468.8원(부과세 비포함), 경유 335.6원, 등유는 72.5원이다. 세금을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등유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인데 올 겨울 등유 소비자는 그렇지 못하게 됐다.

서울 등지에서 20여년간 등유를 판매하고 있는 한 일반판매소 사업자는 "등유가 1600원대를 기록한 것도 처음이지만 휘발유 가격과 이렇게 근접한 경우는 정말 유례없는 일"이라면서 "구룡마을이 판매처라 들리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난방비가 너무 늘었다며 우리에게 하소연하고 있다. 아는 분들이라 판매가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우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등유값을 잡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지난달 말 산업부는 '등유 특별점검반'을 구성, 현장을 돌며 가격인하를 계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무슨 방법으로 개인사업자에게 인하를 유도할 것이며 목표치는 어느 정도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알맹이가 없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등유업계 목소리다. 

업계는 시기 또한 너무 늦었다고 입을 모은다. 등유값이 오르고 있는 것이 뻔히 보였는데도 왜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정유사 등 생산-공급단계는 외면한 채 하부 유통단계에만 전부 책임을 씌우고 있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석유유통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실효성이 없고, 그저 시늉만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자유시장경제에서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정부가 직접 나선다는 것이 이해가 도통 되지 않는다"면서 "설령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가격을 내리겠다는 지도 의문이다. 에너지바우처 지급액을 대폭 확대한다든지 개별소비세(유류세)를 더 낮춘다든지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계도정책은 구시대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실 정부가 석유값 조정을 위해 직접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충분하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는 필요한 경우 정부가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석대법 제23조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중략) 필요하다고 인정될때 석유정제업자‧석유수출입업자‧석유판매업자가 판매하는 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신 이로 인해 판매업자가 손실을 입었을 경우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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