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3천억원 연구로 연료시장 수출길

▲원자력연구원이 세계 유일 원심분무 핵연료 분말 제조기술을 적용해 고밀도 저농축 우라늄실리사이드 판형핵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이 세계 유일 원심분무 핵연료 분말 제조기술을 적용해 고밀도 저농축 우라늄실리사이드 판형핵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이투뉴스] 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이 고밀도 저농축(LEU, Low Enriched Uranium) 우라늄실리사이드(U3Si2) 판형핵연료 제조기술로 만든 핵연료를 2024년 폴란드 연구용 원자로(MARIA, 연구로)에 시범 공급한다.

연구원과 폴란드 원자력연구소는 5일 이런 내용이 포함된 '핵연료 실증에 대한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금까지 연구로는 높은 성능을 내기 위해 농축도 90%이상의 고농축우라늄(HEU)을 사용했다. 그러나 HEU가 핵무기로 악용될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우라늄 농축도를 낮춘 LEU 핵연료로 바뀌는 추세다.

고성능을 유지하면서 LEU로 교체하려면 핵연료의 우라늄 밀도를 높여야 한다. 원자력연구원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심분무 핵연료 분말 제조기술을 개발해 이 난제를 해결했다.

우라늄실리사이드를 2000℃ 고온에 녹인 뒤 고속 회전하는 원판 위에 분사해 미세하고 균일한 구형의 분말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다. 재료를 일일이 파쇄하는 기존 방식보다 불순물이 적게 발생해 5.3 gU/cc 이상의 고밀도로 핵연료판을 제조할 수 있다.

현재 고밀도 저농축 우라늄실리사이드 판형핵연료 제조국은 프랑스, 미국, 한국 등 3개국 뿐이다. 연구원은 2018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벨기에와 체결한 핵연료 성능검증 공동 연구협약을 통해 국산 핵연료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열출력을 지닌 벨기에 연구로 ‘BR2’에서 판형핵연료의 1단계 성능검증을 수행한 결과, 70% 이상을 태우는 극한 조건에서도 터지거나 방사능 누출없이 안전하게 유지됨을 확인했다.

이번 폴란드와의 업무협약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핵연료를 ‘핵연료 시범 집합체(LTA, Lead Test Assembly)’ 형태로 해외에 공급하는 첫 사례다. MARIA에 들어갈 맞춤 형상으로 별도 제작한다는 점에서 성능검증의 마지막 단계이자 수출 논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핵연료 성능 실증은 원자로에 핵연료판 낱장을 넣는 것부터 시작된다. 반면 연구원은 벨기에서의 검증 결과를 인정받아 판형핵연료 18장을 모은 ‘핵연료 시범 집합체’ 단위에서 바로 실험을 수행한다.

연구원은 내년말까지 MARIA 연구로 실증에 필요한 핵연료 시범 집합체 제조기술을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이후 2024년에 폴란드 원자력연구소에 MARIA 핵연료 시범 집합체 2다발을 공급, 안전성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목표다.

2026년 MARIA 연구로 핵연료 공급에 대한 최종 입찰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다.

정용진 연구로핵연료부장 “세계 연구로 핵연료 시장 규모가 한 해 3000억 원임을 고려할 때 양 기관 핵연료 실증 협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연간 300억원 이상의 핵연료 수출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원석 원자력연구원장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국제사회가 새로운 핵연료 공급처를 찾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벨기에, 폴란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구로 핵연료 수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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