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Scene#01. 등유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전기·가스·수도, 서비스 품목 중 전년 동월대비 가장 많이 뛴 품목이 등유(48.9%)로 나타났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곱절 가까이 올랐다. 이로 인해 일부 주유소에선 휘발유 가격을 역전하는 기이한 현상까지도 벌어졌다. 등유 다음으로는 무(36.5%), 도시가스(36.2%), 기능성화장품(30.7%), 전기료(18.6%)가 뒤를 이었다. 그런데 '가스비 폭탄', '전기료 폭탄'이라는 표현은 있어도 '등유값 폭탄'이라는 말은 생소하다. 정부와 각종 언론은 온통 도시가스와 전기료 인상에만 집중하고 있다. 올겨울 등유 소비자는 급등한 난방비와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이중고에 울상을 짓고 있다. 등유 쓰는 서민만 서럽다. 

Scene#02. 이번주 유재석이 진행하는 한 예능 토크쇼에 경북 봉화군 광산사고에서 생존한 광원 박정하(62)씨가 출연했다. 박 씨는 매몰현장에서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생환에 성공한 광원이다. 지하 190m에 고립됐던 그는 막장에 있던 비닐로 움막을 치고, 젖은 나무에 불을 붙여 체온을 유지했다고 했다. 특히 들고 내려갔던 커피믹스 30여봉이 생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프로그램 서두에서 본인을 '산업전사'라고 소개했다. 석탄산업이 한창 전성기일 시절에는 정부가 자신들을 '산업전사', '산업역군'이라고 스스럼없이 불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담담하게 전하던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자신의 생환소식을 영웅담으로만 마무리하지 말아 달라고 누군가에게 호소하는 것만 같다. "모든 산업이 기계화로 바꿨지만 광산현장은 여전히 70~80년대와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위험에 노출돼 있는 광부들의 처우나 근로조건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힘든 현장 속에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 보다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Scene#03.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주유소업계가 연일 시끄럽다. 탱크로리 운전기사 일부가 파업에 동참하면서 유류제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품절주유소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 관련 내용이 연일 뉴스에 도배되고 있다. 휘발유·경유가 동난 주유소 수는 파업 초기보다 줄긴 했지만 어쨌든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화물연대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의 과로, 과속, 과적 운행 등을 줄이기 위해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는 제도다. 일종의 '화물업계 최저임금제'다. 수출입 컨테이너 및 시멘트 2개 품목에 3년 시한의 일몰제로 2020년 도입됐다. 현재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은 3년 연장하되 품목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본질은 묻히고 정쟁으로만 확대돼 부각되고 있는 모양새다. 한쪽은 정치파업이라며 몰아세우고 있고, 다른 한쪽은 노동자탄압이라며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전적으로 화물연대가 잘못한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거기에 산업부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한 품절'라는 글귀를 적으라고 안내문자까지 발송했다. 따뜻한 눈빛으로 그들의 등을 두드려주는 손길이 그립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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