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희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조형희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조형희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형희] 18세기에 시작한 산업혁명으로 지난 200여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끌었던 탄소시대가 막을 내리려 하고 있다. 과다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 위기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많은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 CO2) 달성을 선언하였고, 우리나라도 2021년에 탄소중립 기본법이 통과되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 법제화되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여파로 최악의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은 탄소중립의 환경적인 이슈보다 안보차원에서 에너지원 확보 방안 수립에 더 치중하고 있다. 

2021년에 수립된 정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2021년 10월 발표한 A안 기준: 2050년까지 원자력 6.1%, 석탄화력 0%, LNG복합 0%로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70.8%, 무탄소 가스터빈 21.5%로 확대)과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2021년 12월에 UN 제출 상향안: 원자력 23.9%, 석탄화력 21.8%, LNG복합 19.5%, 재생에너지 30.2%, 무탄소 복합 3.6%)를 구체화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1월 24일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36) 초안을 공개하였다. 2030년 전원별 발전량 비중 전망은 원자력발전 32.4%, 석탄화력발전 19.7%, LNG복합발전 22.9%, 신재생발전 21.6%으로 작년에 발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비교하여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높여서 탄소중립을 합리적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다. 

앞으로 전기차 및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데이터 스토리지 시장의 지속적인 확대로 전력 수요량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를 이용한 발전의 확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은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에 매우 불리하다. 호주의 경우 연간 일사량이 1833 kWh/m2로 태양광 발전 설비 평균 이용률은 33%에 이른다. 반면, 국내 연간 일사량은 985 kWh/m2로 태양광발전 설비 이용률도 약 15%로 매우 낮다. 또한 풍력발전 환경 및 건설 여건도 어렵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자연환경에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전력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내 발전 설비용량은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은 국가에 비교해서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국내 태양광발전의 경우 요구되는 발전량을 얻기 위해서 7배의 많은 발전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아래 그림은 발전원별로 경제성 분석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표인 균등화발전비용(LCOE, Levelized Cost of Energy)을 국가별로 비교한 자료다. 2020년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의 1 kWh 당 LCOE는 ▶한국 104.9원 ▶미국 37.4~59.4원, ▶호주 40.3원으로 한국의 태양광발전 단가는 미국과 호주에 비해 두 배 이상이다. 육상 풍력발전의 1 kWh 당 LCOE 역시 ▶한국 123.1원 ▶중국 63.4원, ▶호주 46.7원으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의 LCOE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발전에 있어 우리나라가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함을 시사한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경제성 문제 이외에도 기상·기후변화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은 기존의 LNG 및 석탄화력발전기의 운영에도 큰 부담을 준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발전량을 원하는대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발전기의 가변운전을 요구하고, 기동·정지의 횟수가 늘어나게 된다. 잦은 기동·정지는 발전기의 고장 확률을 증가시켜 정비주기를 단축시키고, 운영 관리비를 증가시키게 된다. 국내에 태양광 설비용량이 증가하면서 LNG복합화력발전은 작년부터 하루 2회 기동·정지하는 운전이 증가하고, 기저부하 발전으로 사용되는 석탄화력발전도 내년부터 낮에는 발전기 가동을 중지하고, 일몰 이후에 다시 기동하는 DSS(Daily Start and Stop) 운전 상황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서인천 LNG복합발전의 경우 하루 2회 기동·정지하는 횟수가 2018년 36회에서 2022년 243회로 증가했다. 이와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구축되는 중이지만, 대용량 에너지저장을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잦은 화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미래에 시간대별 전력 수요 및 전원별 전력부하 분담 비율을 살펴보더라도, 기저발전으로 활용되는 원자력·핵융합 에너지와 신재생발전만으로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려움이 크다. 이러한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형(60 MW급) LNG·무탄소(수소 또는 암모니아) 가스터빈 발전이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국내 전력생산을 위한 발전방식을 살펴보면,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 첨두부하를 담당하는 LNG 가스터빈 복합발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스터빈은 대용량 발전 및 50% 이상의 높은 복합발전 효율을 가지고 있으면서 30분 이내의 빠른 기동시간으로 국내 첨두부하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존의 LNG 가스터빈의 연료로 사용되는 LNG(천연가스, 메탄이 주성분)를 수소·암모니아 연료로 전환함으로써 탄소중립을 위한 무탄소 가스터빈 복합발전이 가능하다. 특히 이 방안이 더욱 현실적인 것은 기존의 LNG용 가스터빈 연료에 수소·암모니아와 LNG를 혼합하여 사용할 수 있다. 기존 가스터빈을 활용하여 수소를 30%까지 혼합하여 연소하는 것은 단기 개발이 가능하며, 장기 목표로 수소를 더 높은 비율 또는 100%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터빈 엔진도 개발 중에 있어, 우리나라의 환경과 발전 특성을 고려하여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가 궁극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에너지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LNG·수소 복합 발전소는 3~5년, 석탄화력 발전소는 6~8년, 원자력 발전소는 10여년의 건설기간이 소요되는 등 어떠한 종류의 발전 설비도 단기간에 건설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상황만을 고려하여 수립된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건설 완료 시점에서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랜 건설 기간과 큰 비용이 요구되는 발전소 건립에는 미래의 에너지 예측이 매우 중요하다. 
아래 그림은 각각 미래의 발전원별 발전용량과 설비용량 전망을 예측해 보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인 무탄소 가스터빈 복합발전을 위해서는 이에 필요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수소 생산은 재생에너지 발전의 잉여전기를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만 활용해서 국내에서 필요한 수소 생산을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36)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원자력발전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데, 원자력발전의 잉여전기를 활용한 핑크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향후 증가하는 수소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나 방사선 폐기물 처리 문제 등을 고려한다면 원자력 발전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으며, 지구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한 궁극적인 대안은 핵융합발전(인공태양)일 수밖에 없다. 핵융합발전을 위한 세계 각국의 관심은 1970년대부터 시작하여, 우리나라도 한국형 핵융합연구로(KSTAR)를 2007년에 건설하여 2021년 플라즈마 온도 1억도 이상에서 30초를 운전하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뿐만 아니라, 7개 국가(한국, EU, 일본,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가 공동으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사업을 진행하여, 1억도 이상 고온에서 연속 운전이 가능한 핵융합 실험로를 2025년까지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ITER 이후 전력생산이 가능한 핵융합발전실증로(DEMO)와 상용로에 대한 연구 개발을 EU, 일본, 미국, 중국은 이미 착수하여 2050년대에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상용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미래에는 핵융합·원자력 발전의 잉여전기를 이용하여 핑크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무탄소 가스터빈 복합발전에 활용하는 것이 국내 여건에 적합할 것으로 사료된다. 우리나라 장기에너지전략 수립은 국내 자연환경을 고려하여 신재생, 무탄소 가스터빈, 핵융합·원자력의 발전용량 및 설비용량 비중을 적절히 조절하여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세계 많은 국가들이 205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 CO2) 달성을 선언했으며, 이는 환경 이슈를 넘어 에너지 안보와 RE100 이니셔티브 등 경제문제까지 국가발전을 좌우할 중대한 문제다. 따라서 국내 환경에 적합한 장기에너지수급계획 수립이 절실하며, 더 중요한 것은 그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기술 개발, 연구 지원 및 인력 양성 정책이다. 미래 에너지원의 확보를 위한 수소·암모니아 가스터빈, 재생에너지, 수소 생산·저장·이송 기술, 핵융합발전실증로(DEMO)와 상용로의 개발을 위한 국가 로드맵 수립 및 정책 반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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