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급망도 전면 재편 "내년 이후까지 어려울 듯"

[이투뉴스] 올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최대 사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세계 에너지위기가 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 등의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경제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인도적 지원을 제공했다. 이에 반발해 러시아는 가스와 원유공급 중단으로 맞섰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경제가 회복하던 상황이라 공급중단의 충격은 더 컸다.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들은 러시아에서 사업을 접고 수백억 달러의 자산을 투자실패로 여겼다. 유럽의 국가들은 겨울철 난방을 위해 에너지공급처를 찾아 동분서주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수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원유도 배럴당 140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에너지가격 고공행진은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어진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는 수십년간 유지돼 온 에너지 수급 관계도 와해시켰다. 주요 세계 경제국들은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태양광과 풍력 확대에 속도를 냈으나 동시에 석탄발전량을 늘리며 에너지 부족분을 메워 기후변화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잠시 덮어두는 모양새다. 에너지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사들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에너지 위기는 유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남아프리카는 역사상 최악의 정전을 경험했으며 스리랑카는 외환 보유 부족으로 연료를 사들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대만도 겨울철 LNG 물량 확보를 위해 서로 경쟁하고 있다. LNG가격 상승으로 호주는 자국 우선 공급 정책을 시행하며 해외 수출을 제한해 아시아 수급이 더욱 빠듯한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 주요 공급국이던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평가하고 있다. 서방국가들은 공급 압박 부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실행하고 있다. 동시에 유럽 국가들은 LNG에 투자하는 등 에너지 공급 다변화에 부심하고 있다. 

마이클 스타파드 S&P 세계원자재부 가스 담당은 “지난 50여년간 성공적으로 이어진 러시아와 유럽간 파트너십이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급과 수요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내년과 그 이후까지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어려움이 현실로 나타나는 나라들도 있다. 폴란드는 최근 스모그 배출 제한 법안 제정을 연기했다. 주민들은 주택 난방을 위해 태울 수 있는 물질을 알아서 태우고 있다. 폴란드 클로즈코 시장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연료로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산업 경제국들은 내년에도 에너지 공급 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정부는 우방국끼리 뭉쳐 공급망 혼란을 돌파한다는 ‘프랜드 쇼어링’을 공개 지지하고 있다. 비교적 높은 가격과 세금 지출을 감당하더라도 원자력과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부양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러시아에 대한 대응 뿐만 아니라 태양광 모듈 생산과 배터리 주요 원자재 생산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탈리아 에넬(Enel)사의 프란체스코 스타레이스 CEO는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 시작되는 중요한 새해가 될 것”이라며 “내년은 그 동안의 습관을 깨고, 분명하게 변화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새로운 파트너들과 무역 협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가스공급을 유럽에서 동방 국가들에게 전환하는 방안을 시사했다. 

푸틴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과 새로운 경제 파트너십을 맺어 서방국들의 자금 압박 계획을 좌절시키겠다고 밝혔다. 유럽으로 향했던 러시아의 에너지 판매량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격히 줄었다. 푸틴 대통령은 아시아 지역으로의 가스 판매량을 늘리고 튀르키예에 새로운 가스 허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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