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짜 점심은 없다
[칼럼] 공짜 점심은 없다
  • 최원형
  • 승인 2022.1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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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형 생태환경작가
▲최원형 생태환경작가
▲최원형 생태환경작가

[이투뉴스 칼럼] 2022년도 며칠 남지 않은 어느 날 친구를 만났어요.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테이크 아웃 해서는 좀 떨어진 공원까지 걸었습니다. 겨울답지 않은 날씨가 걱정이긴 해도 모처럼 포근하니 한껏 해바라기 하며 비타민D를 보충하자는 농담을 나누며 말이지요. 점심보다 맛난 수다를 나누다 헤어질 무렵 컵을 반납할 곳을 검색했습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한 카페에 컵을 반납한 뒤 우리는 각자 300원을 환불받았어요. 친구는 함께 걸으면서 그깟 300원을 환불받으려 거기까지 가야 하느냐며 궁시렁거렸지요. 5분여 걷는 동안 ‘그깟’ 300원이 가져온 변화를 이야기했습니다. 더 이상 길거리에서 빈 음료 컵이 나뒹구는 풍경이 사라진 게 바로 이 300원 때문이라고요. 넘쳐나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줄어든 배경에 300원이 있었던 거라고요.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이 회수되니까 자원순환 비율도 껑충 올라갔다고요. 과장을 조금 보태서 아마도 탄소배출도 줄어들었을 테니 앞으로 겨울답지 않은 겨울 날씨는 점차 사라지지 않겠느냐고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지 않나요? 예정대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했더라면 올 6월부터 가능했을 풍경입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일회용 컵을 사용할 때 보증금(300원)이 포함된 음료 값을 미리 지불하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제도입니다. 컵 보증금제도는 이미 2002년 도입돼 실시되다가 2008년 3월 폐기됐던 제도이고요. 보증금 관리가 불투명하다는 등 석연찮은 이유를 들어 폐지했는데요. 당시에도 환경단체와 시민 들은 쓰레기 증가가 가속화될 거라며 폐지를 반대했었지요. 보증금제 시행 기간 동안 일회용 컵 평균 사용량은 폐지하고 불과 5년 사이에 4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제도가 미비하다면 보완할 일이지 폐기할 일이었을까요? 혹시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이유입니다. 없앴던 제도를 부활시키는 일은 참으로 지난합니다. 배달과 온라인 쇼핑이 증가한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일회용 쓰레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 6월부터 실시하기로 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매장에서 반발한다는 이유를 붙이며 환경부는 시행을 12월로 미뤘다가 결국 1년의 계도 기간을 주기로 11월 결정했거든요. 보증금제를 미룬 이유를 현장의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인 감량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컵 보증금제를 2년여 준비하는 동안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도 믿기 어려운 일이고요. 더구나 컵 보증금제는 모든 카페에 적용되는 게 아니라 점포를 100개 이상 운영하는 105개 브랜드의 전국 3만8000여 개 매장에 먼저 적용할 예정이었습니다. 대상 매장들이 보증금제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을 선금으로 받고 환불해 줄 인프라가 필요한데요. 이 인프라 구축을 해야 할 당사자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아닐까요?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커피 시장 규모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입니다. 우리보다 인구가 2배나 많은 일본보다도 카페 시장이 더 크다니 우리의 커피 사랑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하는 만큼 쏟아져나오는 일회용 컵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커피 시장이 확대되니 매출액 또한 10년 사이에 6배 증가했지만 컵 쓰레기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려하지 않습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고 효과도 매우 긍정적입니다. 유리병뿐만 아니라 페트와 캔에도 보증금이 의무적으로 붙는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국가에서는 음료병의 재활용과 재사용률이 80퍼센트가 넘거든요. 단지 쓰레기양을 줄이는 걸 넘어 자원을 순환시키도록 만드는 보증금제도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입니다. 이미 우리 사회도 잘 정착된 보증금제가 있어요. 소주나 맥주를 살 때 병값을 제품 가격에 포함시켰다가 빈 병을 가져가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바로 그 제도를 우리는 이미 시행해오고 있잖아요. 1985년부터 실시했으니 거의 40년이 돼 가는 제도지요. 이 제도를 시행한 까닭은 빈 병 회수율을 높이고 궁극에는 빈 병을 재사용해서 자원을 순환시키려는 겁니다. 고작 150원 안팎인 보증금에도 길거리에서 소주병 맥주병이 나뒹구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300원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가나요?

2030년부터 쓰레기 직접 매립이 금지되고 일단 소각해야 합니다. 현재 있는 소각시설로 충분할까요? 당장 서울시만 해도 자원순환 시설을 마포구에 새로 짓겠다고 발표하자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쓰레기양을 줄이는 일은 이제 필수인 시대입니다. 보증금제도를 한시바삐 정착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고요. 환경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의 무책임한 태도가 합리적인 보증금제도 정착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보증금제를 유예시키는 이유로 매장의 반발을 이야기했는데요. 본사에서 매장으로 보내는 일회용 컵에 라벨을 부착하거나 라벨이 인쇄된 컵을 사용한다면 매장에서 반발할 까닭이 있을까요? 환경부는 이 부분을 각 본사에서 의무화하도록 해야 합니다. 보증금제 시행을 앞두고 회수시스템 등 인프라를 준비했던 기업들은 1년을 유예한다는 발표와 함께 큰 낭패를 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보증금제를 대비해서 준비했던 매장들도 접는 분위기이고요. 이익만 보고 쓰레기를 줄이려는데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없어 보이는 판매자에게는 오염자 부담원칙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105개 브랜드 본사가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주체인 이유입니다. 공짜 점심이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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