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직수입자 판매허용 입법발의 등 시장 재편 가속
갈등 골 깊었던 신형 차단기능 LPG용기밸브 상용화  

[이투뉴스] 올 한해 가스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그 어느 때보다 빨랐다. 그만큼 탄소중립과 수소경제라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업종별로 생존하고 성장을 꾀하려는 진통이 컸다.

천연가스·도시가스의 경우 시장을 둘러싼 정책적 변화가 이어지면서 LNG시장 재편의 기류가 확산됐다. 천연가스 공급 인프라 활용도를 높이고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자가소비용 LNG직수입자에 대한 조정명령이 시행에 들어갔다. LNG직수입자들도 국가통합수급관리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이와 함께 민간 LNG직수입자의 비축을 의무화하는 대신 국내 제3자에 대한 도시가스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국가자원안보에 관한 특별법’이 입법발의됐다. 한쪽에서는 안정적 수급 및 발전적 경쟁을 유도하는 조치라는 입장인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공공성 측면에서 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이로 인해 천연가스 시장을 둘러싼 민간기업과 한국가스공사의 주도권 쟁탈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세계 가스업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가스총회(WGC)'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1931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열린 세계가스총회는 가스산업 발전과 경쟁력 강화, 지식·기술·정보교류를 위해 국제가스연맹이 3년마다 주최하는 세계 최대의 국제 행사로, 우리나라는 세 번의 도전 끝에 2014년 유치에 성공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말레이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되는 행사다. 지난 5월 대구 엑스코에서 나흘간 성황리에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90개국, 460개사에서 해외참가자 6000여명을 포함해 연인원 1만2000명이 참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도시가스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수소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일환으로 2026년까지 도시가스에 수소 20% 혼입이 제도화됐다. 도시가스 수소혼입 상용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안전성 실증이 절대적이다. 수소혼입 실증 1단계로 2023년부터 정부 R&D 과제를 통해 도시가스 배관에 대한 수소 호환성 및 안전성을 검증한다. 이를 위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천연가스 배관망 수소혼입 안전성 검증 및 안전기술 개발’에 예산 280억원이 반영된다. 이어 2단계로 2024년부터는 제한된 구역에서 실제 도시가스 배관망에 수소혼입 실증을 추진하고, 2026년에 도시가스사업법을 개정해 수소혼입을 제도화한다는 목표다.

올해 도시가스 AMI 시범사업은 한층 속도가 붙었다. 정부 지원 8만대에 지자체의 추가 보급물량 2만대를 더해 약 10만대 규모의 도시가스 AMI 시범사업이 전국 10개 시·도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시범사업 보다 물량은 2배 이상 많으며, 지역은 4개 시·도가 늘었다. 오는 2024년까지 ‘가스 AMI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 가스미터의 보급확대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다. 

LPG 부문에서는 힘든 사업환경 만큼 활로를 찾는 산고가 적지 않았다. LPG사용시설 안전관리업무 대행제도 사업권을 놓고 벌이는 한국가스안전공사와 LPG판매사업자 단체 간 미묘한 신경전은 올해도 이어졌다. 모바일 안전점검 등 LPG분야 안전관리의 디지털 전환을 통한 통합 플랫폼 구축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경쟁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모바일 안전점검을 주축으로 LPG사용시설 안전관리업무 대행제도는 파급영향이 지대한 만큼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워 신경전은 한층 격화될 양상이다. 

전국 LPG판매사업자의 집단시위 등 수년 동안 갈등의 골이 깊었던 차단기능형 LPG용기 밸브 문제는 출구를 찾아 신제품 개발에 이어 마침내 상용화에 들어섰다. 잇따른 LPG용기 고의사고와 시위현장의 LPG용기 화염에 대한 대책으로 개발이 진행돼 2007년 6월 1일 의무화가 이뤄졌으나 가스누설 사례가 빈번해 일선현장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갈수록 파열음이 커지면서 가스안전공사는 성능을 개선한 신형 차단기능형 용기밸브 개발에 나섰고, 권역별로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이후 정부와 유관기관, 관련업계 간 조율을 거쳐 공감대가 형성되며 상용화의 돌파구를 찾았다.

가스전문검사기관 간 물량 수주를 위한 출혈경쟁 심화로 부실검사가 야기되고, 이로 인한 사고가 검사 현장에서 끊이지 않자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민간검사기관의 LPG·고압용기, 특정설비 재검사 수수료의 표준단가제 도입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재검사기관업계, 충전업계, 판매업계, 벌크업계 등 관련업계의 이해득실이 엇갈리는데다 소비자와도 직접적으로 연계되면서 찬반 논쟁이 거세다. 제도 도입을 위한 갈 길이 멀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격론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기 분야에서는 GHP(가스히트펌프)의 친환경·고효율 바람이 거셌다.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배출기준이 없어 도마 위에 올랐던 GHP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가스에 대해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총탄화수소 등 허용기준이 마련됐다. 2023년 1월1일부터 GHP를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로 관리하며, 여기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탄화수소의 배출허용기준을 신설한 것이다. 기존에 설치된 GHP의 경우 시행을 2년 유예했다. 전국 초·중·고교에 설치된 GHP를 가동할 때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이 나와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논란이 종식되면서 제동이 걸렸던 GHP시장이 활기를 되찾을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수소경제와 궤를 같이 하는 시험·검사시설 가동·착공

수소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가스 분야에서도 안전성 확보를 위한 시험·검사·체험교육시설이 가동되는 등 움직임이 분주한 한 해였다. 올해 2월에는 수소제품을 대상으로 초고압·초저온 환경에서 국산화 개발 제품의 안전성을 시험·평가하고 기업의 연구개발 및 성능평가를 지원하는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정성 지원센터’가 가동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수소에너지를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수소 가스안전 체험교육관 ‘수소안전뮤지엄’이 문을 열었다. 작년 11월 착공을 한 지 약 1년 만이다. 2020년 6월 지자체 공모를 통해 충북혁신도시로 부지가 선정된 이래 산업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 충청북도, 음성군이 공동으로 추진한 이 프로젝트는 국비 83억원, 충북도 35억원, 음성군 35억원 등 총 153억원이 투입돼 연면적 2154㎡에 지상 2층 구조로 지어져 전시공간과 교육공간, 휴식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수소용품 검사를 지원하는 시설도 착공됐다. 전북 완주군에 건립될 수소용품 법정검사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될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가 12월 첫 삽을 떴다. 올해 2월 수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수전해설비, 수소추출설비, 고정형 연료전지 및 이동형 연료전지 등 수소용품 4종은 한국가스안전공사 법정검사를 통과해야만 국내 유통이 가능하다. 검사지원센터가 건립되면 수소용품 제조사의 제품 개발 및 해외 인증획득을 통한 수출지원, R&D협력과제 수행, 수소용품의 제조·검사기준 표준화 등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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