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통영기지와 이웃사촌…배관없이 천연가스 바로 사용
'발전업계 이단아' HDC와 '큰그림' 한화에너지 전략 파트너십

▲경남 통영시 광도면 안정국가산단 내 통영에코파워 발전소 건설현장 전경. 사진 좌측이 가스공사 통영기지(보안시설이라 블라인드 처리), 우측이 성동조선해양이다. 통영에코파워는 이곳에 1012MW급 가스발전소 1기와 20만㎘ LNG저장탱크 1기를 건설하고 있다.
▲경남 통영시 광도면 안정국가산단 내 통영에코파워 발전소 건설현장 전경. 사진 좌측이 가스공사 통영기지(보안시설이라 블라인드 처리), 우측이 성동조선해양이다. 통영에코파워는 이곳에 1012MW급 가스발전소 1기와 20만㎘ LNG저장탱크 1기를 건설하고 있다.

[이투뉴스] “저장탱크 지름이 88미터, 콘크리트 두께는 1미터 정도됩니다. 4.3미터 1단을 올리는데 23일이 걸립니다. 이제 10단을 다 쌓았고, 다음 주에 한 번 더 지붕을 타설하면 외벽공사는 끝납니다.” 박진호 HDC현대산업개발 통영에코파워 건설관리본부장이 아찔한 지상 55미터 LNG저장탱크 꼭대기에서 공사현황을 설명했다. 엄지손가락보다 굵은 철근이 격자 형태로 촘촘하게 깔려 있다. 탁 트인 시야 왼편으로는 성동조선해양의 골리앗크레인과 발전소 구조물이, 오른쪽으로는 가스공사 통영기지 하역설비와 연녹색 저장탱크가 한눈에 들어왔다. 짙푸른 거제만에 닻을 내린 수송선은 이역만리서 실어온 LNG를 육상 저장기지로 토해내고 있다.

지난 14일 경남 통영시 광도면 안정국가산업단지내 통영천연가스발전소 건설 현장. 남부지방까지 영하 5℃ 아래로 수은주가 곤두박질했지만, 하루 900여명‧연인원 70여만명이 투입되는 현장은 각종 중장비와 크레인의 부산한 움직임으로 추위가 비집고 들 틈이 없다. 8만3000여평 부지에 1012MW 가스발전소 1기와 20만㎘(킬로리터) LNG탱크 1기를 건설하는 대공사가 한창이다. 이날 기준 공정률은 발전소 55%, LNG저장탱크 38%이다. 발전소는 가스터빈 등 주기기 반입이 끝나 올해 9월 시운전을 시작하고, LNG탱크는 9% 니켈판(Plate)으로 내벽을 두루는 마무리 작업 단계다. 종합준공은 2024년 6월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박진호 본부장은 “산업단지로 쓰던 터지만 지반을 보강하기 위해 파일을 17~18m 깊이까지 박았다. 발전소와 저장탱크가 부지의 절반 정도만 차지하는데다 바다에 접해 있어 자재 야적이나 반입 여건은 좋은 편”이라면서 “모두 10만톤의 레미콘(콘크리트)이 필요한데, 통영 인근 6개 업체가 총출동하고 있다. 장비와 인력도 최대한 지역에서 먼저 조달한 뒤 못 구하는 장비나 인력만 외부서 확보하는 방식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호 HDC현대산업개발 통영에코파워 건설관리본부장이 발전소 본건물을 배경으로 지상 55미터 LNG저장탱크 꼭대기에서 공사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진호 HDC현대산업개발 통영에코파워 건설관리본부장이 발전소 본건물을 배경으로 지상 55미터 LNG저장탱크 꼭대기에서 공사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외형 갖춘 발전소, LNG저장탱크는 내부마감
가스공사-민간발전사 연료스왑은 국내 최초

‘발전업계의 이단아’ 통영에코파워가 칠전팔기 도전으로 일군 통영 민자발전사업이 외형을 갖춰가고 있다. 발전소 건물을 비롯해 송전선로 지중화, 자체 LNG탱크, 가스공사 인수기지 연계 공사, 취수장 조성 등이 동시에 이뤄지는 현장은 그 자체로 일사불란이다. 10여기의 대형크레인이 수십미터 높이로 자재를 끌어 올리고, 레미콘과 덤프트럭이 주변을 분주히 오갔다. 1년 6개월 뒤면 직도입LNG로 50만 가구가 동시 사용가능한 전력을 생산하는 가스발전소가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2013년 6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첫 발짝을 내디딘 지 만 11년 만이다.

앞서 이 프로젝트는 부지확보 지연으로 2017년 사업취소 처분을 받았다가 2년여의 대정부 소송 끝에 2019년 사업권을 되찾았다. 그해 한화에너지가 공동투자를 결정했고 이듬해 첫삽을 떠 어느새 5부 능선을 넘었다. 공사계획인가신청 마지막 날 극적으로 사들인 땅이 성동조선해양이 침매터널을 만들던 현 부지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출발보다 더 시선을 사로잡은 건 업계 통념을 깬 사업전략이다. 통영에코파워 발전소와 LNG저장탱크는 왕복 4차선도로 하나 거리를 두고 가스공사 통영기지와 맞붙어 있다. 지금 현장에선 이 경계를 배관으로 연결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에너지공기업 저장탱크 17기와 민간발전사 탱크 1기가 하나의 기지처럼 LNG를 주고받는 게 가능해진다.

▲통영에코파워와 가스공사 통영기지 천연가스 흐름도
▲통영에코파워와 가스공사 통영기지 천연가스 흐름도

지근거리에서 발전소용 천연가스(NG)를 직접 조달하다보니 배관이용료도 들지 않는다. 기존 발전사 대비 연료조달 단가를 3~4% 낮출 수 있다. 가스공사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LNG하역설비 이용료와 저장탱크 위탁운영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가스공사가 민간기업과 이런 협업체계를 만든 건 처음이다. 

김동영 통영에코파워 경영지원팀장(CFO)은 “가스공사 인수기지를 뚫어 외부기지를 연결하고 LNG를 스왑하는 건 이번이 최초”라면서 “국가차원에선 민·관간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막고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두는 윈-윈 사업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1GW급 발전소 중 가장 효율적이고 건전한 자산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며 "저렴한 전력공급으로 소비자 전기료 부담완화에도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은 한화에너지의 시선은 더 먼 곳을 향해 있다. 통영에코파워를 교두보로 LNG 상류와 하류를 아우르는 밸류체인 확장을 꾀하고 있다. 자사 여수·군산 석탄화력 연료전환 검토, 가스공사·남부발전과 공동추진하는 베트남 LNG발전사업과 터미널 건설, 그룹사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역시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는 퍼즐들이다.

통영 현장에서 만난 최영선 한화에너지 LNG사업팀장은 "통영에코파워는 전력시장이 급변해도 가장 마지막까지 생존할 LNG발전소"라며 "한화 에너지사업화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통영=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가스공사 통영기지와 통영에코파워 LNG저장탱크를 연계하는 배관공사(녹색)가 한창이다.
▲가스공사 통영기지와 통영에코파워 LNG저장탱크를 연계하는 배관공사(녹색철골구조물)가 한창이다. 공기업 비축기지를 민간발전사 저장탱크과 연계 운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통영에코파워 가스발전소 및 LNG저장탱크 건설현장 전경.
▲통영에코파워 가스발전소 및 LNG저장탱크 건설현장 전경. 가스공사 통영기지와 도로하나를 두고 맞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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