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한 경제위기 해결할 단초로 횡재세 지목
법안 발의한 이성만·용혜인 의원 특별기고

"횡재세 논의 왜 아닌 어떻게로 넘어갈 때"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복잡한 국제정세의 영향으로 유가가 폭등했고 여러가지 이유로 아직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했지만, 세수만 줄어들었을 뿐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분조차 최종가격에 제대로 반영하는지 확인하지 못한 사이 관련 기업은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도 마찬가지다. 철강가격 인상으로 철강사는 호황을 누렸지만, 중소기업은 납품단가를 맞추느라 허리띠를 졸라맸다. 미국발 고금리로 가계와 중소기업은 신음하는데 금융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어떤 역량과 혁신으로 이런 이익을 본 게 아니다. 외부요인의 변화로 반사이익을 얻은 것에 불과하다. 이면엔 전방위적 국민적 부담, 특히 취약계층의 고통이 수반돼 있다. 그래서 이런 이익에 세금을 매겨 공공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겼다. 횡재에 가까운 이익이니 횡재세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들 기업은 애초에 국유기업으로 출발했거나 또는 정책적 지원으로 독점적·과점적 지위를 얻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위기가 닥치면 세금이 아낌없이 쓰이고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다. 하지만 반대로 막대한 반사이익을 봤을 때는 그 부담을 국민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지난 여름 횡재세 도입에 관해 대정부질문을 했지만 답은 부정적이었다. 이후로 관련 내용을 검토했다는 얘기는 전혀 없다. 미국, 영국, EU 등 우리보다 자본주의가 더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횡재세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도 횡재세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로 인해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유가는 여전히 출렁이고 이런 문제에 항구적으로 대응할 체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은 납품단가연동제가 도입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맞추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경제에 전방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유가와 금리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정부는 국민을 대신해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절해야 할 의무가 있다. 모든 제도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논의 속에서 단점을 보완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쪽은 외부요인으로 횡재에 가까운 이익을 보고 다른 쪽은 절체절명 위기에 빠져있는 현 상황에 대해 문제를 느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양극화 위기 앞에서 덮어놓고 안 된다고 하기보다 국내 상황에 맞게 어떻게 제도를 설계할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사례가 누적되고 있다. 횡재세, 초과이윤세, 연대기여금 등 어떤 이름으로도 좋다. 한겨울 난방조차 틀 수 없는 취약계층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그리고 기후위기에 당면한 미래세대를 위해 더 깊은 고민과 더 세밀한 제도 설계가 논의되어야 할 때다. 

 

"횡재세 의의는 올해도 사라지지 않을 것"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지난달 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한국전력공사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 대비 현행 2배에서 5배로 늘리는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이 부결됐다. 지난 28일 여야는 2022년 마지막 주 본회의에서 부결된 법안을 다시 통과시켰다.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다시 본회의 통과 절차를 밟는 이례적 해프닝은 횡재세와 관련이 깊다.

한전이 대량의 사채발행을 해야 하는 사태는 전력생산에 드는 원가를 전기요금에 그대로 반영하지 못해 쌓인 적자의 누적이 원인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에 뒤따를 국민의 고통과 수출상품의 경쟁력 하락을 명분으로 삼은 산업의 압력에 눈치를 보면서 한전의 적자를 키워왔다. 

독일정부는 지난달 초 일반가구와 소기업의 12월분 가스요금을 정부가 대신 내주는 긴급구제 조치를 결의했다. 또한 월 49유로 무제한 대중교통 티켓을 도입해 에너지 절약과 대중교통 서비스 확대도 도모한다. 모든 재정을 횡재세로 충당하지는 않겠지만 재원의 중요한 일부 중 하나다. 독일의 이런 정책들은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횡재 이득을 얻는 산업분야에서 재원을 거두고, 그 재원을 고통을 겪는 부문으로 할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독일정부만이 아니라 유럽연합 차원에서 연대 기여금이라는 명칭의 횡재세는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러시아 가스 의존도 탈피,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통한 기후위기 대응 등 다목적 사회경제 정책의 중요한 수단이다. 

우리가 지난해 횡재세를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부채를 대폭 늘려서 우선 급한 불을 끄는 정책, 현재도 아슬아슬한 채권시장의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킬 미봉책과는 다른 선택이 가능했을 것이다. 일정 시기 안에 한전의 적자를 메울 수준의 적절한 전기요금 인상과, 인상에 따라 고통을 겪을 에너지 취약 계층과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해법이 가시적인 정책범위에 들어왔을 것이다. 지난해 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은 정확히 이를 염두한 결과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비교되는 법안 특징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로 에너지 및 금융 취약계층 지원용도로 사용하도록 횡재세 세수를 초과이득공유기금에 편재하는 규정을 뒀다. 세수를 일반회계에 편입하는 것보다는 취약부문 지원용도에 사용하는 것이 횡재세의 취지에 훨씬 더 부합한다고 해석했다. 둘째로 정유사에 더해 은행도 횡재세 부과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은행이 거둔 기록적인 초과이득은 고물가와 고금리를 감당하는 대다수 국민의 고통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횡재세 부과 대상이 정유사와 은행으로 한정될 필요는 없지만 은행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횡재세의 세율은 50%로 책정했다. 유럽연합의 권고안인 최소 33%보다 높아 보이지만 위헌 시비를 불식하기 위한 규정을 통해 과세표준 대비 실효세율은 30% 정도로 온건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판 횡재세 도입을 위한 두개 법안은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주요 국가들이 당면한 경제위기의 중요한 대응 수단으로 횡재세를 선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경제사회적 난제들을 푸는 해법으로서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입법이 좌절됐다고 해서 횡재세 도입의 의의가 사라지는 절대 아니다. 에너지 위기, 고금리, 기후위기 대응과 같은 난제들은 올해 풀리기는커녕 그 심각성을 더할 것이다. 고통의 전담이 아닌 연대를 통한 위기의 극복, 원가 인상요인을 그대로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지배적 사업자와 그렇지 못한 부문 사이에 자원 배분을 합리화하는 기능 등 횡재세가 가진 우월한 사회적 경제적 의의는 새해에도 이 세제의 필요성을 지속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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