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하 630M, 깜깜한 갱내에도 빛나는 삶이 있죠
[르포] 지하 630M, 깜깜한 갱내에도 빛나는 삶이 있죠
  • 김동훈 기자
  • 승인 2023.01.0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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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군 석탄공사 화순광업소를 가다
탄 때문에 울고, 탄 때문에 웃는 광부의 삶
작년 6만톤 생산했으나, 올해 폐광 앞둬
▲막장에서 광원이 탄을 체인 컨베이어에 옮기고 있다. 이곳은 습도가 높아 광원들은 하루에도 여러번 작업옷을 갈아 입는다.
▲막장에서 광원이 탄을 체인 컨베이어에 옮기고 있다. 이곳은 습도가 높아 마치 사우나에 온 것만 같다. 광원들은 하루에도 여러번 작업옷을 갈아입는다.

[이투뉴스] 2022년 12월 12일 오전 9시. 탈의실에서 거울을 보며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점검한다. 회색 작업복에 안전모와 안전장화, 목에는 수건까지 둘렀다. 어색한 차림새를 보고 있자니 갓 입대한 이등병 같다. 

"혹시 안경닦이는 들고 가시나요? 갱내는 온도 차가 심해서 어느 순간부터 안경에 김이 서리거든요. 안전등이랑 방진마스크도 잘 챙기시고요. 안전하게 입갱(入坑)하시길 바랍니다." 

탄광이 처음인 기자에게 석탄공사 화순광업소 관계자가 안전교육을 하며 건넨 말이다. 호기롭게 취재하러 왔지만 막상 들어가려니 오만가지 생각이 겹친다. 혹시 몰라 챙긴 커피믹스와 라이터만 애꿎게 만진다.

"아, 라이터는 반입금지 품목입니다. 갱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화재거든요. 외부에서 갱 내부로 바람이 계속 불어오기 때문에 불이 나면 피할 길이 없습니다."

사무소 문밖을 나가니 이동현 화순광업소 생산부장이 길을 안내한다. 이곳에서만 30여년을 근무한 베테랑 광원이다. 기자와 달리 걸음걸이에 망설임이 없다. 탄광 입구는 사무실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여기가 동생산부 입구입니다. 현재 화순탄광 갱구는 1개만 쓰고 있어요. 과거에는 복암생산부도 있었는데 그곳은 2018년 폐쇄했죠. 오늘 우리는 17편 생산현장을 갑니다. 잘 따라오세요. 길 잃으면 놓고 갈 겁니다.(웃음)"

▲화순광업소 생산시스템.
▲화순광업소 구조 및 생산시스템. 복암생산부는 폐쇄해 현재 운영하지 않는다. 

◆막장까지 내려가는데만 1시간 소요
화순광업소는 일제시대에 개발됐다가 1950년 석탄공사가 창립하면서 이관,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무연탄 광산이다. 1989년 연간 70만5000톤으로 광업소 최대 생산량을 찍고,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0년 9만2000톤, 2021년 7만5000톤, 지난해는 6만3000톤을 생산했다. 지난 3월 석탄공사 노조가 단계적 조기폐광에 잠정 동의함에 따라 올해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이곳 탄광에서 가장 깊은 곳은 19편으로 해발 마이너스 520m다. 갱구가 천운산 110m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니 정확히는 지표면에서 수직으로 630m를 내려가는 셈이다. "편은 지하주차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19편은 지하 19층 지하주차장이라고 보면 되겠죠. 1편 높이가 대략 40~50m쯤 됩니다. 아, 참고로 4편은 없습니다. 광산에서는 '4'자는 쓰지 않아요."

일반인의 가장 큰 오해는 갱의 길이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화순탄광 갱도의 전체 길이는 88km로 마치 개미굴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길을 잃으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물음에 이 부장은 물의 방향을 보고 나오면 된다고 설명했다.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갱도는 살짝 경사져 있습니다. 갱내수를 자연배수하기 위함이죠. 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나오면 됩니다."

현재는 17편(-441m)과 18편(-483m)에서 탄을 캐내고 있다. 17편까지는 갱구에서 대략 2.5km로 작업현장에 도달하는데만 거진 1시간이나 걸린다. 그만큼 이미 깊은 곳에서 탄을 캐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입사했을 때 13편, 15편 이 정도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30년 사이에 이만큼 더 내려온 셈이죠"라고 말했다.

17편까지 내려가려면 사갱 2개와 수평갱도 1개를 거쳐야 한다. 우선 1사갱(0편부터 12편)에서 인차(인부를 싣는 광차)를 타고 10분여를 내려가야 한다. 사갱은 경사지게 굴착된 갱도로 이곳 경사는 18도다. 이후 내려서 수평갱도를 5분여 걸은 뒤 3사갱(12편부터 18편)에서 다시 인차로 환승한다. 인차가 항상 대기 중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내려가는데만 1시간가량이 소요된다. 돌아오는 것까지 합하면 하루 근로시간 중 이동에만 2시간이 걸린다. 

"온도차 이제 좀 느껴지세요? 겨울인데도 점점 더워지죠. 막장에 거의 다 왔습니다." 

◆"땀에 절어 하루에만 여러번 환복해야 해요"
현재 화순광업소는 하루 2교대 근무다. 갑방(오전반)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을방(오후반)은 오후 4시부터 12시까지 작업한다. 광원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유해 또는 위험한 업종으로 분류, 하루 6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다. 잠수부, 유해물질 처리 근로자 등 여러 직종이 이에 해당되는데 광원이 맨 위 첫번째로 명시돼 있다. 

한 조는 60여명이다. 채탄작업 15명, 운반작업 14명, 보수작업 20명 가량이 두번에 걸쳐 내려간다. 퇴근도 마찬가지로 나눠 올라오는데 갑방 퇴갱 시간표는 15시 42분과 15시 57분, 을방은 23시 42분과 23시 57분이다. 을방의 경우 갱도를 나와 씻고 귀가하면 새벽 1시께가 된다. 

"떨어진 탄을 체인 컨베이어에 싣고 있어요! 화약! 붕락! 저기로!"

폭 3.6m, 높이 2.6m의 지하 막다른 곳에서 갑방 근로자들이 탄을 캐내고 있다. 이 부장이 마스크를 내리고 목청 높여 말하는데도 도통 들리지가 않는다. 에어펌프에 공기 들어오는 소리, 탄이 광차에 떨어지는 소리, 폭약 터지는 소리 등 각종 굉음이 뒤섞여 주변을 맴돌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들리는 것은 자신의 숨소리다. 

가지고 온 안경닦이로 뿌예진 안경을 닦는다. 갱내 평균 온도는 29도지만 막장은 이보다 훨씬 더 뜨겁다. 습도가 높아 숨 막히는 사우나에 온 것만 같다. 착용한 안전모와 마스크도 체감온도를 더욱 올린다. 이 부장은 "그래서 최전방에서 채탄하는 사람들은 옷을 여러벌 들고 내려와요. 옷이 땀에 너무 달라 붙어서 하루에도 여러번 환복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쾅~ 쾅쾅~ 쾅쾅~"

체인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한 탄이 3톤짜리 광차에 수직으로 떨어지는 소리다. 탄은 광차를 타고 13편까지 올라간 뒤 거기서 컨베이어 벨트로 옮겨져 지상으로 운반된다. 탄의 최종 목적지는 광업소 내 저탄장 또는 충청·전라·경북 등지의 연탄공장이다. 발전용은 없다. 

▲광원이 컨베이어로부터 떨어지는 탄을 광차에 담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헤드라이트만이 빛나고 있다.
▲광원이 컨베이어로부터 떨어지는 탄을 광차에 담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헤드라이트만이 빛나고 있다.

◆"안에서는 정말 뛰쳐나가고 싶죠. 그런데..."
"물 한잔 드릴까요?"

갱내 간이휴게소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자 이 부장이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건넨다. 한잔으로 부족해 연거푸 한번 더 들이킨다. 휴게소 벽면에는 대여섯벌의 외투와 가방이 걸려 있다. 바닥에는 누군가가 얼려온 1.5리터 생수통 네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곳에서 밥도 먹고 휴식도 취합니다. 밥은 식대가 나오긴 하는데 조달을 할 수 없으니 각자가 도시락을 싸오죠. 이 깊은 곳에도 쥐가 많아요. 쥐는 가방도 뚫기 때문에 철로 된 함에 도시락을 넣어 보관합니다."

올라오는 인차에서 한 광원이 옆자리에 탔다. 오늘이 첫 입갱이라며 말을 건내자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안에서는 저도 정말 뛰쳐나가고 싶죠. 그런데 밖을 보니 자식이 있고 처가 있더군요. 여기서 전부 키웠어요. 먹고살아야 않겠습니까." 

이 부장도 잠시 생각하더니 비슷한 말을 꺼냈다. "저도 처음 현장 왔을 때 겉으로 울진 못하고 속으로 많이 울었어요. 영혼까지 갈아 넣는다는 표현을 하곤 하는데 우리가 딱 그렇습니다. 직원들이 흘리는 것은 사실 땀이 아니고 피죠."

저 멀리 갱구 밖으로 햇볕이 드리운다. 3시간여만에 보는 빛이다. 이 부장은 빨리 씻지 않으면 감기 걸린다며 샤워실로 안내했다. "오늘 처음 만났는데 알몸을 트게 되네요. 껄껄." 샤워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니 오전에 만났을 때와는 아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탄광을 3시간 '체험'한 사람과 30년을 '삶의 터전'으로 보낸 사람이 한 공간에 있다.

많은 이의 피와 땀이 진하게 배어 있는 화순탄광. 올해 말 조기폐광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광원들의 고심이 깊다. 계속 일을 하자니 몸이 너무 고되고, 생업을 포기하자니 미래가 막막하다. 어떤 결정도 뒷맛이 씁쓸하다. 화순 아버지들에게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환하게 웃고 있는 광원.
▲탄 때문에 울고, 탄 때문에 웃는 것이 광원의 삶이다. 탄가루가 묻은 얼굴에서 그간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는 광원의 모습. 

<화순=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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