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에너지 무기화에 유럽 '휘청'
그간 對러 에너지 의존도 높았던 탓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높은 편이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높은 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제공.

[이투뉴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유럽지역 에너지위기가 심화된 만큼 우리나라도 LNG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 등 선제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와 유럽의 에너지안보'를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인상에 따른 에너지 안보위기와 경제침체 가능성이 심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으며, 일부 회원국에서는 반정부 시위까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결과는 그동안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EU 회원국은 2020년 기준 전체 천연가스 중 38.2%, 원유는 25.7%, 화석연료는 49.0%를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후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인식은 했으나,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한 셈이다. 실제 대러 수입액 중 러시아산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76.6%에서 지난해 62.5%로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작년 감소세는 코로나19 영향이 더 컸다. 실제 천연가스 수입량은 2010년 30.6%에서 2020년 38.2% 증가하는 등 오히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천연가스 의존도는 국가별로 차이가 크다. 2020년 기준 라트비아, 북마케도니아, 몰도바 3국은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했다. 100% 러시아에 기대고 있다는 얘기다. EU 에너지 정책에 반대했던 헝가리와 체코도 천연가스의 95.7%와 98.5%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EU 주요국인 독일도 2011년 36.7%에서 2020년 65.2%로, 프랑스도 같은 기간 13.5%에서 16.8%로 의존도가 높아졌다. 반면 덴마크와 아일랜드, 크로아티아는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일절 수입하지 않는다.

문제는 러시아가 전쟁을 위해 천연가스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되자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 혹은 감축하면서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견제하고 있다.

유럽의 대응방안은 크게 여섯가지로 나뉜다. 전체 전력소비를 감축하면서 직접적으로 가스소비량을 줄이는 것을 시작으로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연대세(횡재세) 채택 ▶러시아 천연가스 가격상한제 도입 ▶미국과 대러 제재 강화 ▶PNG배관 신설 ▶액화천연가스(LNG) 비중 증가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유럽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인상 억제를 꼽았다. 

실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감축으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2010년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1MWh당 1~28유로 사이였으나, 올 8월에는 340유로까지 일시적으로 치솟았다. 10월 113유로까지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유럽의 에너지 수급불안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고민거리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대비 또한 유럽이 살펴야 할 당면과제라고 분석했다. 유로존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0월 4.1%였으나 올 7월 8.9%에서 9월 10%를 기록하는 등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올해는 경제성장률과 전망치도 하락 중이다. 최근 IMF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발표했는데 특히 내년에 경제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포그래픽스 캡쳐.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비중이 전체에서 30% 가까이 된다. 인포그래픽스 캡쳐.

입법조사처는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에너지 공급망 불안에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입선 다변화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특정국가에 대해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주요 천연가스 수입국은 카타르(23%)가 제일 많았고, 호주(20%)가 뒤를 이었다. 원유 수입은 사우디아라비아(29.3%)가 제일 높았고 미국(12.4%)이 두번째였다. 지난 5년간 원유에 대한 중동 비중을 26.1% 감소시켰던 것처럼 천연가스에 대해서도 수입국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유럽이 LNG 수입을 늘리면서 국내 가격 및 공급망이 불안정해질 수 있으므로 이와 관련된 정책도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올 8월 우리나라 LNG 수입가격은 톤당 1194.6달러로 전년 535달러에 비해 3배 가까이 올랐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여파와 환율 변화로 가격이 더 상승할 우려가 있으므로 대처방안이 요구된다는 진단이다. 

심성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유럽과 러시아 사례에서 보듯이 에너지안보는 국가의 경제·정치뿐만 아니라 외교안보정책 및 존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이에 대한 철저한 논의와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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