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한전의 올해 적자가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스공사 역시 정체불명의 미수금이 9조원에 가깝고요. 민간기업이 30조 넘는 적자를 낸다면 과연 유지가 될까요? 국가가 앞장서 에너지 괴물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진즉 목까지 차오른 에너지요금 인상요인 반영을 정부가 자꾸 미루자 많은 전문가가 나서 에너지가격 정상화를 외치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같은 인식에 동의하는 눈치다. 한전과 가스공사 관계자 역시 앞으로 나서지 못하지만 적극 동조하고 있다. 심지어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부임하자마자 ‘파산 직전’, ‘디폴트 상황’이라며 다급함을 호소했다.

한전은 우리나라 전기판매를 사실상 독점한다. 가스공사 역시 LNG(액화천연가스) 수입을 독점 공급했다. 최근 들어서야 민간 직도입 사업자에게 일부 시장을 내줬지만 여전히 70%가 넘는 과점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큰 덩치부터 시장장악력까지 예전부터 에너지 괴물로 불린 배경이다.

‘괴물’이라는 이들의 별명은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수십조의 부채에도 불구 무작정 빚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사채 한도가 차서 빚 얻기가 힘들자 부랴부랴 발행한도를 늘리는 법 개정에 나섰다. 빚으로 버티는 차입경영으로 수많은 재벌기업이 사라졌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만일 경영진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 당장 배임 혐의로 잡혀들어가도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범인이 따로 있다보니 정권마다 자꾸 반복된다. 법을 집행하는 정부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은 채 이러한 사태를 수수방관한다. 겉으로는 기업과 가계의 부담 완화라는 핑계를 대지만 ‘표 계산’과 ‘잘못된 공약’이라는 포퓰리즘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이다.

정부가 뒷배인 공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을 추종하는 많은 집단에너지사업자가 고통받고 있다. 전기는 한전요금을, 열은 한난요금을 따라야 하는 구역전기업체 역시 죽지 못해 버티고 있다는 표현이 절로 나올 정도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이라도 걸어야지  왜 가만히 있느냐”는 비야냥을 듣는 이유다.

한때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한겨울에도 실내에서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있다며 우리의 잘못된 에너지 소비행태를 비난했다. 소득수준 향상과 단열 개선 등을 감안할 때 이제 철 지난 얘기지만, 비정상의 극치를 달리는 에너지요금도 이를 부추긴다. 에너지 수요효율화를 외칠 뿐 가격기능은 무시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가 가고, 검은 토끼의 해를 맞는다. 내년부터 제발 정치는 정치인이, 에너지는 전문가에게 맡기자. 어중이 떠중이들은 제발 에너지 분야에서 빠지길 희망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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