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 대체해 태양광·풍력 보급성과 선두
원전비중 아직 적지만 10%수준 확대도 논의

[이투뉴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석탄화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을 피할 수 없다며 탈석탄을 촉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의 석탄 퇴출에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석탄 발전량을 빠른 속도로 대량 줄일 경우 국가 에너지안보와 경제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중국은 극심한 폭염과 가뭄을 겪으며 전력 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냈다. 고온으로 예상보다 훨씬 높은 전력 수요가 있었으나, 남서부 쓰촨성과 같은 전통적으로 물이 풍부한 지역에서 가뭄으로 수력 발전량이 줄면서 전력 수요를 맞추지 못해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기후변화로 전력 공급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중국만은 아니다. 미국 텍사스에서도 2021년 겨울 폭풍으로 가스 인프라와 송전선이 대혼란을 겪고 수백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지난 여름 프랑스 원전들은 기온상승으로 원자로 냉각에 사용되는 수온이 따뜻해져 출력을 줄여야 했다. 

전문가들과 기후론자들은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 배출이 기후 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중국의 석탄 발전량 대폭 삭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석탄 퇴출 여부는 재생가능 자원과 현대적이고 탄력적인 전력망에 대한 중국의 투자 의지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와 버클리연구소, 에너지이노베이션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국은 2035년까지 무탄소 전력 발전 비중을 두 배 이상 늘려 80%까지 확대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발전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에너지전환은 경제 성장을 일으키고, 대기 오염을 줄이며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 분야에서 세계 선두다. 2021년에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풍력과 태양광, 해상풍력 용량을 더 많이 추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기후센터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국가 전력 수요의 약 13배를 공급할 수 있는 풍력과 태양광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 용량은 예상 잠재력의 약 1%만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확대 잠재력의 대부분은 산업 중심지인 해안에서 떨어진 중국 서부와 북부에 집중돼 있고 향후 성장 산업으로 해상 풍력도 지목되고 있다. 해상 풍력은 일년 내내 발전이 가능하며, 산업 중심지에서 가까워 성장 잠재성이 큰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중국의 해상 풍력은 약 2000GW 또는 중국내 기존 석탄발전소의 발전량의 두배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될 만큼 성장성이 크다. 

버클리대학은 풍력과 태양광 비용이 하락하면서 빠른 청정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프리미엄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전력 비용을 약 6% 줄일 수 있다고 대학은 추산했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의 4분의 3 가량이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인프라 건설을 확장할 제조와 건설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적이고 보다 탄력적인 전력망 구축을 위해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만큼 올해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중국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에도 불구하고 2022~2027년 사이 전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의 절반을 설치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의 신재생 5개년 계획에 담긴 정책 지침과 목표가 올해 전망치를 35%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중국 지역 정부들은 발전소 규모 재생에너지를 석탄 발전원보다 저렴하다고 판단, 빠르게 채택하고 있다. 주요 전망치에서 중국은 2030년 목표치인 풍력과 태양광 용량 1200GW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변화 대응, 진전 있을까 
코로나 봉쇄 조치와 경제 문제까지 겹쳐 지난해 중국의 기후 변화 대응은 미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제로 코로나 조치가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경우, 많은 기후 목표들이 연기될 것으로 전망됐다. 일례로 중국 정부는 탄소 집약 건물 자재 산업의 배출량을 2025년 정점에 달하도록 설정했으나, 최근 기한을 2030년으로 연기했다. 

리수오 그린피스 동아시아 글로벌 정책 고문은 “중국은 최근 너무 많은 불확실성을 겪었다”며 “상당 부분 코로나 상황과 관련 있으며, 기후 아젠다를 포함한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로 중국의 배출량은 2022년 소폭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중국의 기후 변화 대응 조치는 코로나와 경제 회복에 달려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2025년과 2030년 사이 석탄 소비량을 줄이기 시작해 2030년부터 전체 배출량을 삭감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중국 원자력믹스에 주목
원자력 발전은 지난해 석탄과 가스 가격 폭등 등 세계 에너지 위기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독일은 탈탄소화 계획에 원자력을 재추가했으며, 원전을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던 일부 국가들도 원자력 부활을 논의를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원자력 이용을 가속화하고 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정점으로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위해 원자력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대규모 원전 건설 계획을 세웠다. 전력망에 연결된 전력 공급면에서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민간 원자력발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자원이 비교적 적은 광동과 푸젠과 같은 중국 해안 지역에서 원전은 안정적인 저탄소 전력원이다. 현재 중국내 원자력 발전비율은 약 5%로 다른 발전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나 2035년께 10%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중국에는 54기의 상업용 원자로가 있다. 여기에 26기가 건설되고 있으며, 추가로 수십기가 계획에 있다. 상하이와 선전, 광저우에 많은 원전들이 위치해 있다. 중국은 전반적으로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겪고 있다. 산업화가 집중된 해안 지역에는 에너지 소비량이 많으나 발전 자원이 풍부한 곳은 북부와 서부에 몰려있다. 초고압 전력망을 연결하는 방안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으나 높은 비용과 경과지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 원자력이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해안 지역에서 선택받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원자력 산업의 발전은 순조롭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 중국내 원자로가 몇기에 불과할 때 전국화하기 위한 공격적 계획을 세웠다. 이 시기 2020년까지 70GW, 2030년까지 120GW를 설치하는 것을 논의한 바 있다. 2020년 1000GW를 초과한 석탄 발전 설치 용량에 비해 미미하지만, 그럼에도 당시 원전 수준을 고려할 때 야심찬 계획이었다.

수력 발전과 함께 원자력은 중국의 저탄소 전력 용량의 중심 산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실제 원자력발전 확대량은 목표량에 크게 못미쳤다. 전체 원전 용량은 2020년 51GW에 불과했고, 2025년까지 75GW를 목표로 삼고 있다. 동시에 해안지역의 석탄 발전소 건설을 적극적으로 승인했다.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국의 원자력 안전규제기관인 국가원자력안전국(NNSA)은 안전 기준이 재평가되고 강화될 때까지 모든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시켰다. 건설을 재개하기 위해 몇가지 중요한 사안들을 변경했다. 모든 내륙 원전 건설을 중단했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후난성과 쓰촨성, 장시성 등 내륙 지방에서 수십개의 원전 부지가 마련되고 일부는 건물과 토공 공사가 완료돼 설비까지 공급됐으나, 건설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다. 아울러 NNSA는 종전의 2세대 발전소 설계를 폐기하고 안전이 강화된 3세대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3세대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에 해외 기술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다 지난해 1월 중국내 최초 자국내 기술로 푸젠에서 'Hualong One 원자로'가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외국 기술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많은 원전 사업들이 자국내 기술로 전환되고 있다. 산동 등 일부 지역에서 는 지방 5개년 계획에 12기의 신규 원자로 건설을 목표로 하는 등 연안 지방에서 새로운 건설 승인이 쏟아졌다. 

한편 NNSA가 내륙 원전 건설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원전 개발이 해안 지역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자원이 풍부한 내륙 지역에서 백업용 원전을 사용할 수 없다면, 가스와 석탄 등 화석연료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하려면 내륙의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원자력연구소는 “2035년까지 원자력발전은 180GW 안팎에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4년간 원자력 발전량을 4배 가량 늘었다. 2035년께 원자력은 중국 전체 발전량의 10%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위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6~8기의 신규 원전이 승인돼야 한다. 중국은 자국내 수요를 충족하기 충분한 우라늄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은 자국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우라늄 비축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지난 10여년간 12만 톤의 우라늄을 비축했으며, 이는 향후 10년간 원자력 발전 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하다. 2030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자력발전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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