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분산에너지 특별법 제정안 처리, 어디까지 왔나
쟁점부문 여야조율 문제 없을 듯…산업부 조정 역할도

[이투뉴스] “분산에너지 특별법 통과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일부 쟁점사항이 있지만 충분히 조율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핵심은 SMR(중소형 원자력 발전사업)과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다. 하지만 ‘그 조항은 절대 안된다’는 수준까지 번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회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처리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상정된 것은 물론 소위에서 법안심사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먼저 발의했지만 11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내놓은 것이 경쟁이 아닌 윤활유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회는 김성환 의원과 박수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병합심사하고 있다. 여기에 김성환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도 포함됐다. 통합발전소사업에 대한 정의와 역할을 규정, 분산에너지법 의결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와 관련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있지만 여기선 빠졌다.

산업위 소위는 지난해 11월말 이들 세 법안을 상정, 제안설명과 축조심사를 벌였다. 시작은 나쁘지 않다. 기본적으로 김성환·박수영 의원이 제기한 법안이 대동소이(大同小異)한 데다 법 제정 취지에도 의견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쟁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정 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중간에서 설명 및 설득에 나서는 등 조정역할을 충실히 하는 점도 법 통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SMR “상용화되면 넣자”, 지역차등요금 “상징적 문구만”
박수영 의원이 새로 발의한 분산에너지 특별법은 김성환 의원이 이전에 발의한 내용과 전반적으로 유사하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통한 에너지공급 안전성 제고 및 국민경제 발전이라는 법의 목적부터 ‘사용하는 공간·지역에서 공급하거나 생산하는 에너지’라는 정의도 동일하다. 더불어 분산에너지사업(집단에너지, 구역전기, 신재생에너지, 수소발전 등)의 종류는 물론 전력계통영향평가, 분산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시행, 분산에너지 의무할당 등도 문구만 일부 다를 정도다.

분산에너지 종합정보관리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실태조사 및 통계 규정, 통합발전소사업 등 분산에너지사업자 요건과 시장참여 범위도 명시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특화지역 지정과 함께 특화지역 안에서는 전기직판을 허용하고, 부족한 전력 또는 남는 전력을 전기판매사업자(한국전력공사)와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분산편익 보조·융자 등 지원사항 마련, 분산에너지진흥센터 및 지원센터 지정 근거를 둔 것도 비슷하다. 산업위 소위에서 여·야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 별다른 이견 없이 필요성을 동의했다.

하지만 중소형 원자력 발전사업(SMR)을 분산에너지사업에 포함시키는 내용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박수영 의원은 “이 법을 발의한 것은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이 아니라 지역별로 분산된 발전·소비시스템을 갖추자는 취지”라며 “SMR도 그 방향에 맞는 지역분산형 에너지라 포함한 것”이라고 필요성을 역설했다. 산업부도 새정부의 원자력 진흥정책을 감안한 듯 찬성의견을 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김성환 의원과 양이원영 의원은 “SMR이 2030∼2040년쯤 돼야 실현 여부가 정해지는 상황에서 미리 법에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했다. 다만 “SMR이 소규모라 취지는 이해하는 만큼 일단 법안을 만들고 상용화될 때쯤 되면 추가하든지, 관련 법을 만들자”고 말해 여지를 남겨뒀다.

이 외에 소규모 전기공급사업을 분산에너지 정의에 포함, 일정 규모 이하의 재생에너지사업자가 전기직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민주당 측 의견에도 불구 산업부는 직접PPA에 해당하는 재생에너지를 제외하고는 형평성에 위배된다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분산에너지 특구 내에선 전기직판에 제한이 없는 만큼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전문위원 역시 분산에너지사업자에게 전력시장 외 전력 직판을 허용 또는 확대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 도입에 대해선 출구가 열리는 모양새다. 산업부가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아닌 ‘송·변전에 따른 비용을 감안해서 요금을 차등화할 수 있다’로 바꾸자는 수정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박일준 산업부 차관은 “차등요금제가 제대로 되려면 판매부문이 한전 혼자가 아니라 도시가스처럼 지역별로 분할돼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송·변전 비용을 지역별로 나눠 반영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은 이에 대해 “지역별 차등요금제 시행은 강제조항이 아니라 권고사항(할 수 있다)”이라며 “1단계니까 용어를 뭘로 쓰든 간에 지역별로 차등할 수만 있다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원방안 흔들, 꼼꼼한 제도설계 및 실질적 지원책 필요

이밖에 허가제로 묶였던 통합발전소와 관련 산업부는 초기 활성화를 위해 등록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함께 시·도에 설치하는 분산에너지지원센터 역시 의무설치에서 자율설치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배전감독원 설립의 경우 산업부가 검사·감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에너지공단 등 관련 공공기관에서 감독이 가능한 만큼 별도 설립안에 반대했다. 여기에 배전감독원 역할은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나중에 송전감독원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지원사업도 최초 발의안보다 상당폭 후퇴할 수 여지가 생겼다. 분산에너지사업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편익 보상에 대해 기재부가 편익 측정이 어렵고 막대한 재정 소요가 우려된다며 정부가 보상해 주는 것은 곤란하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유재산 및 공유재산을 분산에너지사업자에게 대부·사용토록하는 방안 역시 기재부·행안부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반적으로 분산에너지 특별법 법안심사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디테일한 자구수정은 필요하지만 쟁점 항목 역시 SMR을 제외하고는 크게 맞설 정도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연초까지 심사를 마무리할 수도 있었지만, 예산안 처리 등 여야가 팽팽히 맞서는 사안이 많다 보니 뒤로 밀릴 수밖에 없어 해를 넘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추세를 감안할 때 1분기 이내 국회통과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부 역시 1분기를 목표로 잡고 있으며,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 두 곳 모두 1분기 통과를 자신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분산에너지 특별법 시행은 부칙에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로 명시돼 있다. 아무리 국회에서 처리를 앞당겨도 실제 시행은 2024년부터라는 의미다. 여기에 올 1분기에 통과되더라도 시행령 및 시행규칙은 물론 필요한 고시 등 후속 작업이 남아 있어 모든 논의가 다 끝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분산에너지 특별법 제정이 1차 목표인 국회 통과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만큼 세부제도 설계를 꼼꼼히 살펴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분산편익 보상 및 지원책이 기재부 반대로 벽에 부닥칠 수 있는 만큼 실효적인 지원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 관계자는 “분산에너지법을 민주당은 재생에너지 위주로, 박수영 의원은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가는 것에 더 포커스를 맞췄지만, 분산에너지 활성화라는 근본 취지에 동의하는 만큼 충분히 조율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실 법은 잘 만들어졌는데 제대로 안되는 사업과 제도가 수두룩하다. 여전히 갈 길을 못 찾고 있는 스마트그리드와 구역전기사업이 대표적”이라며 정부의 정책의지와 탄탄한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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