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미수금 8.8조원 달해 ‘시장왜곡+시장혼돈’ 불가피  
LPG는 인상요인 불구 정부 물가정책과 가격경쟁력에 초점

▲가격 인상요인에도 불구하고 민수용 도시가스요금이 동결되고, LPG가격은 인하되면서 그에 따른 배경과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가격 인상요인에도 불구하고 민수용 도시가스요금이 동결되고, LPG가격은 인하되면서 그에 따른 배경과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이투뉴스] 지난해 말 마지막 날까지 다양한 분석과 전망으로 갖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되던 1월 도시가스요금과 LPG가격이 결정되면서 그 배경과 추후 파장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도시가스요금이나 LPG가격 모두 인상요인에도 불구하고 민수용 도시가스요금은 동결되고, LPG가격은 인하됐기 때문이다. 

도시가스요금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미수금이 8조8000억원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수요가 많은 동절기에 요금이 동결되면서 정부가 확약했던 원료비 연동제는 사라지고, 추후 정산단가 도입에 따른 용도별 가격경쟁력 등 시장혼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윤석열 정부도 미수금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불어난 빚을 더 큰 빚을 얻어서 갚는 ‘폭탄돌리기’ 시간만 더 늘렸다는 평가다. 

LPG가격은 이달 ㎏당 20원 정도의 가격인하가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타연료 대비 가격경쟁력에 비중을 둔데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누적된 미반영분과 이달에 적용될 조정요인을 더해 ㎏당 55원 안팎의 인상요인을 감내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시가스나 LPG 모두 1월 가격결정이 다양한 변수로 풀어내기 만만하지 않은 고차원 방정식이 된 셈이다.

주택용, 일반용 등 민수용 도시가스 1월 요금은 동결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한국가스공사의 민수용 천연가스도매요금은 MJ당 주택용 18.3951원, 일반용은 동절기 16.9768원, 하절기 16.7359원, 기타월 16.7569원의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
 
천연가스 수요가 동고하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 말까지 8조8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는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 올해 말에는 약 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88달러, 환율은 달러 당 1370원, LNG현물가격은 mmbtu 당 37달러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이다. 

당초 천연가스 도입 원가를 반영하고 익년도 미수금을 전액 회수하기 위해서는 MJ당 25원 이상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현행 요금보다 167% 인상되는 수준이다. 지난해 MJ당 5.47원(38.5%)을 올린 수준에서 4배 이상 더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2026년까지 단계적인 요금 현실화를 통해 미수금을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동절기 수요로 미수금이 급증하는 1분기에 요금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약속한 기간 내 미수금 회수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요금 인상시기를 늦출수록 미수금 회수 및 원료비 연동제 정상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단기적 물가 등 국민경제를 고려하더라도 수요가 급증하는 동절기에 최소 MJ당 10원 이상을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설득력을 가졌던 배경이다.    

한국가스공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사의 사채 발행한도가 종전 4배에서 5배로 확대돼 LNG구매대금 지급 불이행의 디폴트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그만큼 떠안은 빚을 또 다른 빚을 내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부채비율 등 재정건전화도 숙제다. 한국가스공사가 기획재정부의 재정건전화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오는 2026년까지 부채비율 200% 미만을 달성해야 하지만 추가 요금조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회계 상 미수금을 자산으로 처리할 뿐 사실상 자본잠식인 상황에서 원료비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경우 500%에 이르는 부채비율은 오는 2025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1분기에 민수용 도시가스요금을 동결한 정부가 올해 경기침체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2분기에 큰 폭의 요금 인상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LPG가격 ㎏당 20원 인하…2월도 인하 유력
지난 두달 간 연속 가격을 내린 LPG는 1월에도 ㎏당 20.55원 인하로 하향안정세를 유지했다. 다만 부탄은 고유가에 따른 서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지난 5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해온 판매부과금(20.55원/kg) 혜택이 일몰로 환원되면서 표면적으로는 가격변동이 없다. 

이번 LPG가격 인하로 지난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간 동결이나 인하를 반복하면서 경쟁연료와의 가격경쟁력 비교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주소비층인 소상공인이나 택시운전자의 부담도 덜어주는 긍정적 영향을 이어가게 됐다는 평가다.

SK가스는 1월 LPG공급가격을 kg당 20.55원 인하했다. 이에 따라 충전소 및 도시가스사에 공급해 일반소비자가 취사·난방용으로 사용하는 가정상업용 프로판은 kg당 1345.36원에서 1324.81원, 산업체에서 연료 등으로 사용하는 산업용 프로판은 ㎏당 1351.96원에서 1331.40원으로 내리고, 수송용 부탄은 kg당 1591.68원의 현 수준이 유지된다.

또 다른 LPG수입사인 E1도 1월부터 수요처에 공급하는 LPG가격을 프로판과 부탄 모두 ㎏당 20.55원 인하했다. 이에 따라 주요 거래처에 공급하는 프로판은 가정상업용은 ㎏당 1365.8원에서 1325.25원, 산업용 프로판은 1372.4원에서 1331.85원으로 조정되고, 수송용 부탄은 ㎏당 1592.68원, 리터로는 930.13원의 현재 가격 그대로 공급된다.

이번 1월 LPG가격 인하는 누적 미반영분에 국제LPG가격(CP) 상향으로 인상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과 소비자부담 경감 등의 정무적 판단에 비중이 더해진 결정으로 분석된다.  

지난달까지 미반영분 ㎏당 약 40원에 가장 큰 조정요인으로 1월 가격조정에 적용될  CP가 프로판, 부탄 모두 650달러로 평균 40달러 올랐다. 달러당 기준 환율이 1307원대로 지난달에 비해 70원 정도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당 50원 안팎의 인상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가격 인하에 이어 2월 공급가격도 소폭 인하가 점쳐진다. ㎏당 50원 정도의 인상요인이 남아 있지만 가격조정의 주요인으로 내달 적용될 CP가 프로판 590달러, 부탄 605달러로 각각 전월대비 60달러, 45달러 내려 평균 52.5달러 인하됐기 때문이다. 국내 LPG가격은 도입물량 90% 이상이 미국산임에도 여전히 사우디아리비아 아람코로부터 매월 말 통보받는 CP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세계적으로 계절적 요인인 난방용 LPG수요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천연가스 대체에너지로서의 수요가 또 다른 변수이긴 하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대 선에서 횡보하고, 환율도 하향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아울러 내수시장에서 타 연료와의 가격경쟁력을 감안한 마케팅과 함께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과 궤를 달리하지 않으려는 LPG수입사의 정무적 판단도 전향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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