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 원장
RE100 증가세 지속, 국내 공급부족 우려 등 여러 난관
CF100 어렵지만 국내여건 감안시 합리적 대안 평가도

[이투뉴스] RE100 캠페인의 주된 목적은 현재 지구상에 진행되고 있는 기후위기를 막자는데 있다. 이를 위해 기업활동에 필요한 전기를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사용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지금 기업들은 경영에 필요한 전력을 전부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 이니셔티브 참여 선언과 달성이 경쟁력 승패의 관건임을 인식하고 가입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재단(IFRS)과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 등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공시표준을 제정해 온실가스 배출량를 공시·의무화하려는 움직임도 RE100 흐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특히 애플, 구글, 월마트 등 RE100을 달성했거나 달성을 목전에 둔 기업이 기후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공급망 내에 있는 협력사에 RE100 동참을 요구하면서 준비가 미흡하거나 대응 여력이 떨어지는 일부 기업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글, 애플 등 61개 기업 RE100 이행 완료
RE100 가입은 미국과 일본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국가에선 더욱 활발하다. 현재 RE100 가입 기업수는 미국 95개, 일본 71개, 영국 48개로 상위 3개 가입국은 한국보다 2배 이상 많다. 심지어 적잖은 기업은 이미 RE100을 달성하기도 했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가 발간한 ‘2021년  RE100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과 구글 등 주요 61개 기업은 필요 전력의 95~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IT와 금융회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SK지주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6개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 기아, 현대자동차, 고려아연, KB금융그룹 등 19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도 참여를 선언한 바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전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향후 수출길이 막히게 될 것이라는 절박함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제조, 철강업과 같은 수출중심 업종이 대부분인 국내 산업 여건을 고려하면 RE100에 동참하더라도 달성이 쉽지 않다. 이들 업종은 탄소 다배출 및 전력소비량이 많아 이를 대체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구매도 무시할 수 없어 가입이 쉽지 않다.

국내 RE100 이행의 문제점은 첫째 RE100 가입 기업이 증가하면서 재생에너지 수요는 늘겠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재생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한 가격 안정성에 빨간 불이 켜 질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둘째 세계 주요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환비용이 많이 들고 친환경적이지 만은 않다는 연구결과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어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셋째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에서 원전 복귀로 전환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 태양광 발전사업에서 발생한 위법사례와 RPS 등 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의 재검토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이 축소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있기 때문이다. 넷째 글로벌 기업의 경우 수출을 통해 매출 신장을 꾀하여야 하는데 RE100 이행목표가 지켜지지 않으면 그동안 투자해 왔던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도 감돌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RE 100 이행수단으로 REC인증서 구매, 녹색 프리미엄제,   제3자PPA, 지분투자, 자가발전, 직접 PPA 등을 제시하고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더 강화된 CF100 등장도 주목해야 
이러한 RE100 캠페인의 진행을 두고 한편에서는 해외 바이어 요구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재생에너지 여건이 열악한 우리나라 현실엔 맞지 않다는 비판여론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기업들이 이렇게 RE100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이보다 더 확장된 기준인 ‘CF100’이 요구되고 있음에도 주목해야 한다. CF100은 탄소배출제로(Carbon Free) 100%의 줄임말로, 정식 영문 표기는 ‘24/7 Carbon-Free Energy’로서 24시간 일주일 내내 사용 전력의 전부를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한다는 의미다. RE100으로는 실질적인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국제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기도 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무탄소 에너지원’에는 풍력, 태양광, 수력 외에 원자력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CF100은 전력부문에서 탄소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점에서 기업이 사     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과는 차이가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목적은 동일하지만 RE100은 재생에너지로 수단을 한정한 반면 CF100은 풍력, 태양광, 수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 연료전지 등을 수단에 포함시키고 있다.

RE100은 석탄화력발전소를 통해 나온 전기를 사용해도 이행 주체가 연간     사용량에 맞는 재생에너지를 구매해 기존 전기 사용분을 상쇄할 수 있어 재생    에너지 사용을 인정받을 수 있다. 반면 CF100은 24시간 무탄소 전원으로 전     기를 공급받아 탄소를 발생시키는 전력원으로부터 공급받는 전기를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RE100보다 CF100이 더 어려울 수도 있는 전환방안일 수 있다. 그러나 CF100은 좁은 국토에 자연조건도 맞지 않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을 계속 늘려갈 수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합리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에게는 재생에너지와 신에너지를 함께 아우르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 있다. 여기에는 수소에너지, 연료전지로 일컬어지는 신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 법의 정신에도 맞다. 게다가 앞선 원전기술을 가진 우리나라 기준도 인정받게 되어 있다. RE100보다 CF100의 장점이 더 많고, 국가경제에 미치는 편익도 더 크다면 CF100으로 방향을 전환해 봄도 필요하다.

물론 이에 대한 엄격한 경제성 분석과 환경영향평가 그리고 검증절차를 거쳐야 함은 당연하다. 지금이야말로 RE100이냐, CF100이냐를 놓고 결정해야 할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지 모른다. 더 늦기 전에 국익에 유리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블루이코노미전력연구원 원장 김진오 jokim@bes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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