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환거버넌스에 재활용사업권 인가 특혜 의혹"
기자간담회서 협회 배제·특정단체 인가과정 성토

▲한 태양광발전소 자재창고 한켠에 폐모듈이 쌓여있다.
▲한 태양광발전소 자재창고 한켠에 폐모듈이 쌓여있다.

[이투뉴스] 태양광산업협회가 이순환거버넌스(옛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에 태양광모듈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사업권을 인가한 환경부를 상대로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협회 회원사들이 주축이 돼 낸 공제조합 설립 신청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지속 반려하더니 정작 환경부 출신이 장악한 특정단체로 사업권을 내줄 땐 기준 충족여부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밀어줬다는 문제 제기다. 

협회는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한 식당에서 ‘환경부의 태양광 재활용사업 불법·부당 인가 의혹 국민감사청구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어 “내달 3일까지 국민감사청구를 위한 서명을 받아 같은달 7일 감사원에 서류를 접수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재활용사업 인가 과정에 부정 청탁 의혹과 의도적인 신청 반려, 특정단체에 특혜를 준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8일 환경부는 이순환거버넌스가 낸 태양광재활용공제조합 설립 신청을 비공개 승인하면서 4년여를 끌어온 태양광EPR 주도권 싸움을 일단락지었다. 하지만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협회 측이 ‘모듈제조사들의 참여의향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정당성을 문제 삼았고, 이에 환경부가 ‘모듈 생산량 70% 이상에 해당하는 기업의 참여의향서 제출이 있었다’고 재반박하면서 양측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협회의 국민감사청구 관련 문건을 보면, 환경부는 2019년 8월 산업통상자원부 및 협회와 태양광 EPR 도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도 이순환거버넌스측과 협회와 수행한 동일 연구사업을 추가로 진행하는 등 신의·성실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순환거버넌스는 EPR제도를 주관하는 환경부 퇴직 관료들이 이사장 등 고위직을 차지해 이른바 ‘환피아’ 논란이 제기돼 온 곳이다. 현 이사장도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 출신이다.

협회는 “2030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태양광 폐패널만큼의 EPR 분담금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이순환거버넌스가 환피아들의 낙원을 위한 분담금을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환경부가 인가 과정에 협회를 배제하고 최종적으로 특정단체에 사업을 인가해주기 위해 계획적인 행보를 펼쳐왔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세 차례나 협회 공제조합 설립 신청을 반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 앞서 협회는 2020년 11월과 이듬해 5월 및 12월에 조합 설립 인가 신청을 냈다. 하지만 그때마다 환경부는 재활용 대상과 방법, 목표량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검토를 미뤘다. 작년 5월이 되어서야 협회 측에 공제조합 설립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제출을 요청했으나 신청서가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특정 단체에 기회를 주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실제 환경부는 작년 8월 협회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기업들이 조건부 참여의향서를 냈다는 이유를 들어 최종 반려했다. 조건부는 당사자간 협의가 되지 않은 임의계획으로, 불허 사유란 것이다. 반면 같은 기준도 이순환거버넌스에는 관대했다. 협회 회원사 가운데 이순환거버넌스에 조건부 참여약정서를 제출한 기업은 A대기업 등 3개사다. 이는 환경부가 협회에 요구한 공제조합 설립 세부 기준의 법적요건(제조사 70% 이상의 조합원 확보) 기준에 미달할 뿐만 아니라 조건부여서 마찬가지로 불허사유가 된다는 게 협회의 견해다. 

협회는 “그런데도 환경부가 이순환거버넌스에 태양광 재활용사업권을 인가한 것은 부당하며, 환경부와 이순환거버넌스와의 특수관계에 따른 특혜가 의심되는 대목”이라며 “일부기업이 제출한 조건부 참여약정서도 ‘만약 환경부에 의해 이순환거버넌스가 태양광재활용조합으로 인가되면 참여하겠다’고 담당직원이 서명만 한 것으로 정식 참여약정서가 아닌데 이것을 인정하는 건 특정기업에 특혜를 제공하는 행위이자 불공정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환경부 재활용과가 업계의 공제조합 설립을 방해하거나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등 직무를 유기하고 특정단체 인가를 위해 불공정 행위와 특혜를 제공했다. 인가 과정에서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이 있었으리라는 의구심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명백히 재활용사업 인가 취소사유에 해당한다. 이번 인가는 취소되어야 하며, 시정을 바래 국민감사를 청구한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EPR 본격 시행에 앞서 독자 공제조합 설립과 입법 활동 등 추가대응도 예고했다.

협회는 태양광 제조사와 재사용 중심의 산업부 법인을 설립해 에너지 발전설비 특성에 기반한 자원순환경제를 구축하고, 가칭 '환경과 산업을 살리는 에너지설비 재자원화 촉진법' 제정 운동을 통해 배터리와 ESS, 태양광 모듈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기존 가전 위주 자원순환법이 아닌 산업부 소관으로 다루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태양광 빅뱅시대에 대비해 협회도 제조업 중심에서 탈피해 전체 산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혁신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는 장벽 철폐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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