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알뜰주유소가 올해로 11살이 됐다. 2011년 초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라는 말 한마디에 생명을 얻고, 그해 연말 세상에 태어난 알뜰주유소다.

기대반, 걱정반 모든 이들의 관심 속에서 나름 씩씩하게 성장해 왔다. 태생이 다르다는 이유로 때로는 주변 친구들에게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그럴때 마다 '경쟁을 통한 기름값 안정화(사실은 가격인하)'라는 꿈을 되새기며 묵묵하게 이겨냈다. 지금은 누구도 얕보지 못할 만큼 덩치가 커졌다. 시장점유율 10%를 넘기며, 석유유통의 한 축으로 버젓이 자리 잡았다. 

국내 기름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꿈은 궤도에 올랐다. 스스로도 부단히 노력했겠지만 사실 성공에는 지원군 덕이 컸다.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는 일반 주유소와 달리 알뜰주유소는 공기업인 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가 공급처다. 저렴하게 기름을 들여오는 덕분에 싸게 판매할 힘이 얻었고, 상대적으로 우수한 가격경쟁력을 만들어 냈다. 

주변 친구들을 독려해 전반적인 시장가격 인하를 유도했다는 점도 칭찬 받아 마땅하다. 판매하는 물품이 같은데 가격이 비싸다면 시장에선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알뜰주유소를 따라 인근 주유소는 가격을 내리게 됐고, 이는 지역 기름값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졌다. 묘했던 기름값을 잡아낸 셈이다.

이처럼 성공한 정책인 만큼 다른 분야까지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만난 석유유통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말을 꺼냈다. 그는 "가격인하 효과가 명확한 만큼 이참에 알뜰커피와 알뜰식당도 만들자"고 제안했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부담을 알뜰로 덜자는 취지다. 가격을 낮추겠다는데 싫어할 소비자는 없다.

정부 주도하에 알뜰커피가 생기면 기존에 있던 커피집은 조금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속상한 마음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이익극대화를 양보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그래야 박수 받는 소상공인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만 좋고, 시장은 죽는다"며 우려를 하고 있지만 천만에. 경쟁체제에서 가격보다 위에 있는 것은 없기 때문에 귀담아 듣지 않아도 좋다. 업계상생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루빨리 우리 동네 스타벅스 옆에 알뜰커피가 생기길 기대한다. 저렴한 가격에 향기로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해 준 정부에게 미리 감사의 말을 전한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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