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초강력 한파와 도시가스요금 인상이 겹쳐 '난방비 폭탄'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시민들의 한숨소리가 크다. 난방수요가 더 많은 1월 고지서를 받아드는 2월에는 불만과 비난이 더욱 증폭될 게 뻔하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 변화에 따른 요금 인상요인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쌓인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 3월 MMBtu당 6.1달러에서 9월 15.2달러, 12월 27.2달러에 이어 2022년 9월 69.3달러로 급등한 뒤 12월 35.6달러 수준이다. 이로 인한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은 2021년 1조8000억원에서 22년 1분기 4조5000억원, 2분기 5조1000억원, 3분기 5조7000억원에 이어 4분기에는 9조원에 이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수금을 올해 안에 해소하려면 가스요금을 3배까지 올려야 한다. 이미 예고된 2분기 가스요금 인상 때 MJ당 39원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달 1일 기준 서울시 주택용 가스 소매요금이 MJ당 19.69원이라는 점에서 58.69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작년 한 해 인상분 5.47원보다 7배 가량 더 올려야 하는 셈이다.

이 같은 조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보니 정부는 단계적으로 요금을 인상해 오는 2026년까지 미수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올해 MJ당 8.4원 올리면 2027년, 10.4원 올리면 2026년 누적된 미수금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것도 지난해 말 수립된 시나리오다. 난방수요가 많은 1분기에 가스요금이 동결된 데다 이어진 한파의 영향으로 1월에만 3조원 가까운 미수금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에 또 다시 5조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추가되는 것이다. 이자비용만 1조원을 넘는 규모로 쌓이는 빚을 더 큰 빚을 얻어 갚는 꼴이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여야는 ‘네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자의적 통계 인용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공세를 펼치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스요금 인상을 억누르고 탈원전 정책을 펼친 탓이라며 역공에 나섰다. 서민들의 애환을 풀어주는 근원적인 대책은커녕 정쟁에 파묻힌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정황을 감안할 때 향후 2~3년 내 천연가스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린다. 아울러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가격과 수급 안정성 모두 더없이 중요한 요소이다. 정부는 물론 여야가 따로 없이 요금 현실화의 불가피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제세부담금 완화 등 충격을 흡수하는 실효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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