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상승 힘입어 수출액 사상 최대
상암구장 31개 채울 수 있는 물량

▲정유업계 연도별 수출액 현황.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실적 집계치.
▲정유업계 연도별 수출액 현황.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실적 집계치.

[이투뉴스]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강세와 고유가에 힘입어 역대급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정유업계 석유제품 수출액은 2012년 이후 10년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대한석유협회는 지난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국내 정유4사의 석유제품 수출액이 570억3700만달러(약 73조74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532억5100달러를 수출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증가율 또한 71.2%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물량은 전년대비 12.1% 증가한 4억7100만배럴으로 집계됐다. 상암 월드컵 구장 31개를 채울 수 있는 물량이다. 

이에 석유제품은 지난해 국가 주요 수출품목에서 2위를 차지했다. 반도체에 이어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러-우 전쟁으로 글로벌 석유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수출단가가 상승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경유‧휘발유‧나프타 등 주요 석유제품의 수출단가는 전년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경유는 2021년과 비교해서 70.4%, 휘발유는 38.9%, 항공유는 69.6% 각각 뛰었다.  

정유업계가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린 것도 주효했다. 지난해 국내 정유공장 가동률은 79.4%로 최근 3년 동안 제일 높았다. 2020년 공장 가동률은 75.9%, 2021년은 74.4%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정유업계 수출실적은 지난해 국내 무역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작년 국내 무역적자는 472억달러(약 60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정유업계 원유수입액은 954억5000만달러였는데 이 중 60%를 수출을 통해 도로 회수했다"면서 "2012년부터 원유도입액 대비 수출액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고 말했다. 

전체 수출국 또한 늘었다. 2021년 58개국에서 지난해 64개국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호주(18.3%)가 최대 수출국이었으며 싱가포르(12.1%), 미국(8.3%), 중국(7.9%), 일본(7.7%), 필리핀(7.5%)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은 2016년 이후 6년 연속 최대 수출국이었으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수출액이 급감했다. 반대로 베트남(6.4%)은 수출액이 3.8배 늘어 7위로 급부상했다.

제품별는 경유가 전체 석유제품 수출액 중 46.3%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휘발유(19.4%), 항공유(18.0%), 나프타(4.9%) 순이었다. 지난해 미국 내 항공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항공유 수출액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유럽연합의 대러시아 석유제품 수출규제 확대, 중국 방역완화에 따른 수요증가 등 긍정적인 요인과 글로벌 경제침체라는 부정적인 요인이 혼재하고 있다"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수출지역 다변화로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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