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용 박사(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이사)

▲정희용 박사(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이사)
▲정희용 박사(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이사)

[이투뉴스] 연초부터 난방비 폭등에 관한 논란이 거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이 동절기 혹한과 인플레이션 영향이 맞물려 아파트 관리비가 대폭 증가한 결과이다. 국민들의 고통과 불만은 그 동안 경험한 적 없는 체감물가와 더불어 영하 20도에 근접하는 한파에 난방비가 급등했다는 점이다. 보도매체들이 난방비 급등을 주제로 연일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 내용의 진위를 살펴본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LNG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국가이다. 러-우 전쟁의 여파로 EU의 대부분 국가들이 공급받던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가 중단됨에 따라 LNG 수입을 늘리면서 국제 LNG 가격이 폭등세를 나타냈다. 

◆ 반시장적 정책 판단에 따른 비싼 수업료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는 2021년부터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을 의식해 2022년 3월까지 동결을 반복했다. 2022년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에 비하여 10배 이상 올랐다. 우리나라는 2022년 4월부터 요금인상을 시작해 10월에 오른 원료비를 대폭 반영(2.7원/MJ)한 결과 동절기 난방비가 급등할 수밖에 없었다. 지지율 제고 등 정치적 고려가 과도하게 작용한 반시장적 정책 판단이 국민들에게 어떤 고통을 가져주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이다. 너무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두 번째 요인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다. 작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1%에 이른다. 전체 국민의 약 64%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관리비는 준 물가지수이다. 그러나 관리비가 증가한 사실과 가스난방비가 증가한 사실은 엄연히 다르다. 약 1700만 가구가 사용하는 개별난방 아파트의 관리비에는 도시가스요금이 포함되지 않고 별도 고지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있는 20개의 아파트단지(2만766세대)를 무작위로 추출하여 2021년 12월과 2022년 12월의 도시가스 사용량과 사용금액을 비교해 보았다. 사용량이 증가한 단지는 10개 단지로 50%에 불과했고, 사용량 증가율은 2.1%에 그친다. 그러나 사용요금은 20개 모든 단지가 증가하였고, 요금 증가율은 41.4%에 달한다. 

올해 1월 도매요금은 지난해 1월 대비 42.3% 인상된 수준이다. 가구당 12월 가스요금은 평균 9만9081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2만7872원 늘어났다. 12월 가스요금이 30만원 이상 나왔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영업용 경우이거나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과 다름을 알 수 있다. 다만 노후된 아파트나 중앙난방 또는 지역난방의 경우에는 낮은 에너지효율로 인해 요금이 증가할 수 있다.

동절기 기온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21년 12월 전국 평균기온은 0.7℃인 반면, 2022년 12월은 ?2.5℃로 매우 낮았다. 서울지역만 보면 0.6℃에서 -2.8℃로, 평균 2℃ 이상 기온이 급강하했다. 특히 12월의 최저기온 평균을 보면 2021년이 -3.5℃인 반면, 2022년은 -6.6℃로 3℃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기온 급강하에도 불구하고 사용량 증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고물가 등으로 소비자들이 에너지사용을 절약한 결과로 분석된다.

◆ 도시가스공급비용 산정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
특히 가스공급사의 공급물량이 증가하면 공급사의 이익이 급증한다는 주장은 현행 도시가스공급비용 산정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발생하는 오해이다. 도시가스 공급비용은 총괄원가주의 방식으로 요금을 산정하며, 도시가스사는 투자한 자산에 대한 보수율만큼만 이익을 향유할 수 있고, 투자보수율은 정부와 지자체가 엄격히 통제·관리하기에 공급물량 증가가 바로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최근 10년간 도시가스 공급량 증가와 당기순이익의 상관계수(coefficient of correlation)가 0.237에 불과한 점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다만 어려운 시기에 국민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도시가스업계는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바우처 확대,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요금할인 확대와 사회복지시설의 최저요금 적용 및 두 용도에 대한 12월 소급 적용 등 고객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에너지절약이 제5의 에너지인 만큼 에너지절약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현장 지원방안을 강구하여 어려운 시기를 고객과 함께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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